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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평점 :
골목길 저 끝에서부터 살며시 불어온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엔 은은한 향의 냄새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름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그 끝은 과연 어디쯤인지, 지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되어있을지 알 수 없는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무사히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향기.
p.021
"그러니 너도 있을 때 잘해. 떠나고 나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 그거 진짜야."
"우리가 나이를 먹긴 했나 보다. 확실히 전보다 이별하는 일, 아쉬운 일이 들었어. 쓸데없는 후회도 늘었고."
"정말 그런 것 같아. 이제는 예전처럼 한없이 낙관적이고 낭만적이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게 실감이 돼."
p.034~035
'여름의 한가운데'
소설 주인공들의 나이가 내 또래라서 그런지 둘의 대화가 너무나 공감이 됐다.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들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p.073
'멋진하루'
남에게 보이기 위해 맘 졸이며 준비했던 모든 행동들보다..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하루가 얼마나 멋진것인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때 엄마는 내가 운전면허를 땄다는 사실보다 자기 딸이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것 자체가 기뻤던 건지도 몰랐다.
p.096
'파주가는 길'
엄마는 운전을 못하신다. 그래서 항상 어디든 언제든 엄마가 가고 싶어하시거나 가야만 하시는곳은 아빠와 내가 모셔다드리고 모셔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내 스케쥴 생각 안하시고 데리러오라는 엄마의 전화가 짜증날때도 있었는데..이 단편을 읽고서는 그동안도 자주 옆자리에 모시고 여행 다니는 딸이었지만 앞으로는 부르시면 기쁜마음으로 달려가야겠다 ㅠㅠ
느리고, 조용하고, 슬픔이 짙게 밴 민호의 젖은 목소리가 수겸의 가슴 속에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은정이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p.154
'수면 아래에서'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좋아하던 살짝 떨림을 줬던 아이.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너무도 좋아해서 맘 아팠던 아이.
지금은 어디쯤 흘러가 있을지 모를 그 아이가 각자의 마음속에서는 어디쯤 흘러가고있을까..
"음, 뭐랄까,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무엇보다 가사가 참 좋아.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가사가. 가만히 든고 있으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거든. 거기엔 흘러가는 일상과 계절이 있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사랑을 하고, 때론 외로워하고, 또 때론이별도 해. 그리고 후회를 하고. 그러한 장면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하나하나 펼쳐지는 거야. 난 그게 참 좋아."
p.177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177페이지에 딱! 적혀 있어서 너무 깜짝 놀랬다.
작가님이 참 계절에 맞는 글들을 그 느낌을 살려 잘 쓰셨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딱 월간윤종신 같은 책이다!
그 당시의 내 선택들이 어떠했든..어떤 감정이었든..지나고 보면 찬란했던 한순간의 삶들이었고..그런 추억들도 모두 내가 되어 몸 어딘가에 기억으로 평생 함께 하겠지..
괜시리 내 청춘시절이 떠오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