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음악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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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이 넘치는 삽화가,

장자크 상페가 사랑한 음악과 음악가들




이 책 <상페의 음악>은 2017년에 발표된 책으로, 저널리스트 마르크르카르팡티에와 음악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엮은 책이다.

그저 인터뷰만을 실었다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었겠지만 중간중간 상페의 그림이 들어가면서 재미있게 '감상'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자크 상페, 이 책을 처음 보고 이 이름이 나에게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장자크 상페의 책을 읽지도 않았던 내가 어째서 상페를 기억하는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의문은 서점에서 풀렸다.

서점에서 장자크 상페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 바로 대각선 위쪽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다. <좀머씨 이야기>가 이미 내 책장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살펴보았다.

이때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상페의 이름이 익숙했는지. 바로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상페가 그렸기 때문이었다. 간결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페의 그림이 책을 읽으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실제로 나는 책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표지는 아직까지 나에게 기억에 남는 표지 중 하나이다. 매우 작고 간결한데도 말이다!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책은 인터뷰를 실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상페 본인이 직접 글을 쓰며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진행되는 것이 그의 생각을 더 자연스럽고 자세히 알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인터뷰의 내용을 담게 되니 재미있었던 점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말을 하다가도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진다거나 일상생활에서 하는 농담같은 것이 툭툭 나오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이런 재미는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은 마음에 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상페의 음악>이다. 상페는 음악에 관심이 많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페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꼈다. 나는 인디음악을 주로 듣는다. 사실 나도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상페와 좋아하는 분야가 달라서인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샤를 트레네', '드뷔시' 같은 가수나 음악가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A선 열차를 타자'와 같이 재즈곡을 언급하기도 한다. 드뷔시는 들어본 적 있지만 그것도 학교 음악시간에 잠깐 들어본 터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런 나에게 구체적인 재즈곡을 언급하는 상페는 다양한 음악,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재즈곡을 비롯해 인터뷰 중간중간 많은 곡이 나온다.

사실 모든 곡을 다 들어보지는 못했고 들었던 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선 열차를 타자'이다. 이 곡은 발랄하고 통통 튀면서도 중간중간 감미롭게 음을 잡아준다. 그래서 너무 밝게 튀지 않고 적정한 선을 지키면서 음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물론 이는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의견일 뿐이다 :)

결론적으로 상페덕분에(?) 재즈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의 취향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공부할 때 가끔 재즈와 관련된 asmr을 듣게 되지 않을까...?ㅎㅎ

상페와 음악. 이것이 너무 잘어울리지만 그래도 상페하면 그림 아닐까?




이 책은 인터뷰 중간중간 상페의 그림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걸로 만족을 못하고 마지막에는 30점이 넘는 그림들을 보여준다.

상페의 그림에 단순한 호감만 가지고 있는 내가 봐도 좋은데 아마 상페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정말 행복해하지 않을까??? 정말 그럴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그림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음악'

등장인물들은 바이올린, 피아노같은 악기와 함께하거나 합창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모두 음악과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책의 의도와 걸맞는 그림이 실리니 통일성있고 더 보기 좋았다.



그리고 책에 실린 상페의 '음악'과 관련된 그림을 보면서 든 생각이 있다.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아까 말한 <좀머씨 이야기>와 같은 삽화그림도 그렸을 것이고, 음악이 아닌 다른 주제의 그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도 양이 많은데 그가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린 것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페의 음악>

장자크 상페는 음악을 사랑한 그림 작가였고, 그의 그림에는 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고 애정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의 인터뷰와 그림을 통해 나는 장자크 상페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고 심심할 때 볼 수 있는 그림집이 생긴 것 같아 좋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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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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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던 나의 일상이,

혹은 오늘따라 운이 좋거나 재수가 없는 날이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오늘 아침 지연된 열차, 국지성 호우, 품절된 메뉴

손을 삐끗해 깨뜨려버린 커피 잔....

당신은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이런 우연이 사실 더 '큰 그림'의 일부라면?

이런 우연이 사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사건이라면?

그리고 그 우연의 배경에

'우연 제작자'라는 알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면?

책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우연의 배경에 '우연 제작자'가 있다.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오늘따라 일이 잘 풀린다거나, 되던 일도 풀리지 않아 스스로 답답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당신도 우연 제작자의 존재를 믿게 되지 않을까?

우연 제작자는 아주 치밀하다. 물론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그 우연을 자신의 사랑에게 쓰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여러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관 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앞쪽에 짧게 보여주는 부분이 나에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연학 개론], [우연 제작의 기술-1], [우연 제작에 관한 고전 이론과 인과관계 강화를 위한 연구 방법론], [우연 제작의 목표 결정법], ['자유로운 선택, 경계선, 그리고 경험에 의한 법칙' 수업 실습 교재], [우연 제작업 발전사의 핵심 인물들], [우연 제작자 후보생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에서 발췌] 등 차례를 보면 2~5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이렇게 신기한 문장들이 나온다. 이는 아마 작가가 생각해낸 허구의 책이나 수업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내용들을 읽다보면 내용 전문이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어쩔 때는 책 내용보다 책 속에 나온 허구의 책이 더 궁금할 정도였다. 특히 처음 나오는 우연학 개론은 마지막에 다시 보여주는데,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는 기말고사 객관식 문항과 서술형, 실기 문항이 나온다. 이렇게 자세하게 책 속 세계를 묘사해준다니!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작가가 있을까?

 




우연을 만드는 사람. 생각하지도 못했던 우연 제작자들이 현실에도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우연에 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뒷 편에 베스트셀러 작가 조너선 캐럴이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 나온다.

'이탈로 칼비노와 필립 k. 딕을 떠오르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의 책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고 저 문장을 읽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온다.

비슷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더해져 신비로움이 부각된다. 결코 과장되지 않은 화려함이다.

작가 소개에 보면 요아브 블룸의 두 번째 한국어판 소설 <다가올 날들의 안내서>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제라고 하지만 가제부터 뭔가 궁금해진다. 제목만 보면 약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떠오르기도 한다 ㅋㅋㅋㅋㅋ 물론 내용은 아니겠지. 그의 첫 한국어판 소설이 아주 성공적이었으니 두 번째 한국어판 소설도 아주 기대하면서 기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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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행복해 나태주 작은 동화 3
나태주 외 지음, 빨간제라늄 그림 / 파랑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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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동화가 읽고 싶은 날

작지만 행복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래요?


나태주 시인과 5명의 작가가 함께한 동화 '작지만 행복해'는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어릴 때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만 봐도 꺄르르 웃던 아이 시절이 있다. 별 거 아닌 거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워하던 아이 시절이 있다.

이 책 속 동화가 그렇다. 지금은 짧은 동화보다는 긴 소설을 주로 읽어 왔다. 최근에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왔던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를 통해 동화에서만 느껴지는 순수함과 간결함, 그 속의 교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 여운이 다 가시기 전에 나는 이 책을 접할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동화에 빠지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을 포함해 임태리, 최이든, 장성자, 우미옥, 안선모 이렇게 총 6명이 쓴 동화를 읽어볼 수 있다. 동화는 짧다는 것이 아깝지만 짧기 때문에 보통 책 한 권에 여러 동화가 나온다. 적어도 옛날에 갑자기 빠져서 샀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집 <렝켄의 비밀>에도 제목 '렝켄의 비밀' 외에도 10권의 동화가 더 들어가 있다. 특히 이 책은 작가가 여러 명인 만큼 동화 하나하나에 작가의 특색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나태주 시인이 쓴 동화 중 풀꽃이라는 제목을 가진 동화가 있었다. 제목을 듣자마자 곧바로 시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물론 풀꽃이라는 시가 떠올라서 반갑기는 했지만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는 '선생님의 넥타이'였다. 항상 같은 넥타이만 매고 오시는 선생님. 아이들은 이에 의문을 가진다. '우리 선생님은 넥타이가 한 개 밖에 없나 봐'. 그래서 착한 마음씨의 아이들이 선생님께 넥타이를 사준다. 선물을 받은 다음날부터 선생님은 아이들이 사준 넥타이만 매고 온다. 사실 선생님이 항상 매고 오던 넥타이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선물이었고 선생님은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해준 넥타이만 맨다고 말한다. 이후로 아이들은 선생님의 넥타이를 놀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선생님의 생각이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나는 동화이다.



이외에도 장성자 작가가 쓴 새 냉장고가 헌 냉장고가 되기까지 정이 든 가족의 이야기인 '특별한 냉장고',

안선모 작가가 쓴 바드랄이라는 몽골 이름을 가진 아이의 생일에 일어난 아이들의 순수한 이야기인 '내 이름은 받으랄' 등 재미있는 동화가 이어진다.

작지만 행복해는 나태주의 작은 동화 시리즈 중 하나로 작지만 소중해, 작지만 사랑해까지 구성되어 있다.

작지만 행복해를 읽고 나면 작지만 소중해와 작지만 사랑해를 안 읽을 자신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없다.

어서 작가가 쓴 아이의 순수함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동화를 접하지 않아서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을 제외한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었는데, 이 기회에 좋은 작가들을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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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
김유진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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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

매번 '괜찮다'고만 하지 말 것

먼저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일 것

때로는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을 해볼 것

칭찬에 휘둘리지 않듯이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 것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말해볼 것

내 말들을 데리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

이 책을 읽은 후의 나는 분명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게 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프롤로그

1장.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2장. 내 마음이 내 말을 따라가지 못할 때

3장. 너는 왜 말을 기분 나쁘게 할까

4장. 내 삶을 단단하게 하는 말들

5장. 말로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대화법

6장. 아무 말 대잔치 잘 들었습니다

에필로그


정말 모든 내용이 너무 공감이 갔다. 내 성격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답답할 정도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속 안에 감춰두는 답답형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끔은 '난 이건 별로던데', '음, 나는 이건 좀 아닌거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 해야 하는 진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앞선 저 말을 들었을 때 상처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기까지 했다. 물론 듣는 이의 기분이 나쁠 정도로 의견을 말한다면 그것은 의견표현이 아닌 핀잔아닐까? 오늘도 나는 내가 하는 말이 핀잔이 아닌 표현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중이다.



옛날에 저에게 해준 말 기억나세요? 글자 수정한 뒤에 그냥 넘어가지 말고 한 번 더 읽어보라고 했던 거요.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p.188


내 말들은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각자의 길에 가 있었다. 내가 생각한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했다. 내가 들었던 수많은 말들도 아마 그런 식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p.191



내가 하는 말이 무조건 나의 의도에 맞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슷하게, 또는 정반대로 전달될 수도 있다. 우리는 항상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의도와 다를 수 있으니 처음부터 막말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언어적인 말투에 진심을 담고 비언어적인 몸짓과 표정으로 상대에게 말한다면, 후에 그들이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여도 나는 억울할 것이 없다. 나는 모든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억울한 것이라면 그것은 심심한 위로가 필요할 것이다 :)


작가는 듣기를 최대한 늦춰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어떤 소제목보다 이것이 가장 궁금했다.

듣기를 늦춘다? 어째서? 화가 나거나 너무 흥분한다면 말을 실제보다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을 늦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말을 할 때 아무리 진심을 담더라도 때론 너무 과장되게, 때론 너무 적게 내 입을 떠나게 된다. 이미 내 입에서 떠난 말들은 다른 사람의 귀에 도착해 떠다니게 된다. 내가 하려는 b라는 말이 그 사람에게는 d라는 비슷한, 하지만 다른 말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비난이나 칭찬 듣기를 늦춰야 한다. 이는 상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듣기를 적당히 늦춰 듣게 되면 그들의 말을 더 잘 듣게 되는 신기한 일이 생긴다.

반대로 말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듣는 이가 듣기를 늦추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말하는 이가 말하기를 늦추는 것이다.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정리한 후에 내뱉는 말에는 가시가 없다. 과도하게 질소가 포장된 과자봉지가 아니라 맛있는 과자가 알차게 들어있는 가성비 갑 과자봉지, 아니 이야기봉지가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되돌아볼 수 있고,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멈춰 생각해보았다. 너무 공감이 되서, 이런 마음도 있구나 싶어서, 이건 배울 부분이구나 싶어서 등등.....

아마 인간관계에 너무 지치거나 고민이 많을때도 이 책을 찾게 되겠지만 나는 그보다 그냥 갑자기 나를 되돌아 볼 때!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다른 이와 트러블이 없더라도 갑자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은 내가 실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책, 그럼에도 실수를 했을 때 '괜찮다' '너만 그런게 아닐걸?'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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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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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판션(범신)은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이란 일시적인 근력약화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경근육접합질환으로, 신경근육접합부의 신경 전달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그래서 그는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판션은 목구멍 속의 근육이 힘을 잃고 모든 근육의 탄력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죽는 것인가?'

하고 그가 자신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을 보내며 눈을 감은 순간 눈 앞에는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가 경국이라는 나라에서 판시엔이라는 갓난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 판션은 조금은 특별한 힘을 가진 판시엔(범한)이라는 아이로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따지고 보면 인생 2회차(?)를 시작하게 된 판션, 아니 판시엔은 경국 생활에 잘 적응한다. 그리고 판시엔은 특별한 힘까지 갖추었다. 그는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초반에 실제 본인이었던 판션이 등장했던 만큼, 나는 내용 중간중간에 자신이 판션으로 살아왔던 시대에 대해 설명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알고 있던 시를 몇 구절 읊어 어린나이에 시에 재능이 있는 척을 하고, 유명했던 소설을 배껴 쓰는 것 만으로도 칭찬을 듣는 것을 보며 그가 살고 있는 경국과 그 시대가 궁금해졌다. 판시엔이 사는 세계와 판션이 살던 세계는 조금 다른 듯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바로 시리즈 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 1,2권, 중 1,2권, 하 1,2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물이다. 지금 나온 책은 상 1권으로 상 2권은 2020년 11월 출간 예정이다. 중 1,2권은 각각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하 1,2권은 2021년 2월에 출간예정이라고 하니 오래기다릴 필요 없이 내용을 읽어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한 권에 530여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또한 다음권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많은 분량만큼 중간에 다른 이야기로 빠지거나 허술한 문장이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였고 심지어 더 자세하고 많은 내용이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책을 펼치면 경국기구와 인물관계도, 경여년 각국 세력지도, 그리고 등장인물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중국 드라마는 커녕 한국 드라마를 볼 때나 책을 읽을 때 항상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의 이름을 못 외워서 종이에 써놓고 보는 나에게 이런 사소한 배려는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경국기구나 인물 관계도 또한 나름 자세하고 간결하게 그려져서 보기 편했다.


책의 배경 속에는 판시엔이 속한 경국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가 나온다. 경국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북제, 오른쪽에는 동이성, 왼쪽에는 서만국이 있다. 서만국은 세력지도에 이름이 나와있긴 하나 설명이 따로 없는 것을 보아 완벽한 국가의 형태가 아니라 같은 종족이 모여 형성된 커다란 무리 아닐까 추측한다.

경국은 지금까지 나온 국가들 중 꽤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강한 세력을 지닌 국가이다. 경국은 북벌을 시작해서 북위군을 상대로 처참히 패배한 적이 있으나 후에 북벌전쟁에서 북위를 와해 시켰다.

북제는 한때 천하를 호령한 국가로, 북제의 전신은 북위이다. 북제는 경국과의 전쟁에서 여러 제후국으로 쪼개졌고 쟌씨가 북제를 건국했다.

동이성은 동쪽 해변과 맞닿은 부분의 가장 큰 항구 도시이다. 동이성은 왕이 존재하지 않으며 성주가 있다.



따지자면 이 책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은 예측 불가하며 주인공인 판시엔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또한 궁금하다.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후속편이 나올 때마다 살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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