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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평점 :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던 나의 일상이,
혹은 오늘따라 운이 좋거나 재수가 없는 날이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오늘 아침 지연된 열차, 국지성 호우, 품절된 메뉴
손을 삐끗해 깨뜨려버린 커피 잔....
당신은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이런 우연이 사실 더 '큰 그림'의 일부라면?
이런 우연이 사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사건이라면?
그리고 그 우연의 배경에
'우연 제작자'라는 알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면?
책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우연의 배경에 '우연 제작자'가 있다.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오늘따라 일이 잘 풀린다거나, 되던 일도 풀리지 않아 스스로 답답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당신도 우연 제작자의 존재를 믿게 되지 않을까?
우연 제작자는 아주 치밀하다. 물론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그 우연을 자신의 사랑에게 쓰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여러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관 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앞쪽에 짧게 보여주는 부분이 나에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연학 개론], [우연 제작의 기술-1권], [우연 제작에 관한 고전 이론과 인과관계 강화를 위한 연구 방법론], [우연 제작의 목표 결정법], ['자유로운 선택, 경계선, 그리고 경험에 의한 법칙' 수업 실습 교재], [우연 제작업 발전사의 핵심 인물들], [우연 제작자 후보생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에서 발췌] 등 차례를 보면 2~5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이렇게 신기한 문장들이 나온다. 이는 아마 작가가 생각해낸 허구의 책이나 수업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내용들을 읽다보면 내용 전문이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어쩔 때는 책 내용보다 책 속에 나온 허구의 책이 더 궁금할 정도였다. 특히 처음 나오는 우연학 개론은 마지막에 다시 보여주는데,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는 기말고사 객관식 문항과 서술형, 실기 문항이 나온다. 이렇게 자세하게 책 속 세계를 묘사해준다니!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작가가 있을까?

우연을 만드는 사람. 생각하지도 못했던 우연 제작자들이 현실에도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우연에 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뒷 편에 베스트셀러 작가 조너선 캐럴이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 나온다.
'이탈로 칼비노와 필립 k. 딕을 떠오르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의 책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고 저 문장을 읽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온다.
비슷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더해져 신비로움이 부각된다. 결코 과장되지 않은 화려함이다.
작가 소개에 보면 요아브 블룸의 두 번째 한국어판 소설 <다가올 날들의 안내서>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제라고 하지만 가제부터 뭔가 궁금해진다. 제목만 보면 약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떠오르기도 한다 ㅋㅋㅋㅋㅋ 물론 내용은 아니겠지. 그의 첫 한국어판 소설이 아주 성공적이었으니 두 번째 한국어판 소설도 아주 기대하면서 기다릴 예정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