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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 사진가 14인의 매혹의 세계여행
정진국 지음 / 포토넷 / 2012년 9월
평점 :
그야말로 사진 세상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 카메라를 지니고 다닌다고 할 수 있고 인화 기술을 필요치 않는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률 뿐 만 아니라 카메라 성능과 화질이 빠른 속도로 좋아 지고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사진 작가인 셈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사진 관련 서적들이 넘치고 넘친다
아마도 그것은 DSLR의 발달로 일반인도 장비만 제대로 갖추고 적당히 찍으면 적당한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까닭이고 각 포털 사이트의 수많은 블로거들 중 접속자들의 입소문이 있게 되면 자의반 타의반 책을 출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차고 넘치는 사진 관련 책 속에서 이 책은 좀 특별해 보였다 대게의 사진 관련 책들이 그렇지만 저자가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채우고 있는 반면에 이 책은 낡은 흑백사진 몇 장 그리고 그 사진을 담기 위한 작가의 힘들고 외로웠던 여정과 작가의 삶을 반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작가는 사진이 발명된 직 후부터 이거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격동적이였던 시대적 배경도 한 몫을 하지만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았고 사진 장비 또한 혼자 짊어 다니기가 힘들었던 그 시기에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것은 고난의 연속 이였을 것이다
그들 중 내게 인상적이였던 작가가 세 명이였는데 첫 번째 펠릭스 투르나숑은 최초의 항공 사진을 찍은 사진가이기도 하고 모험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는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거나 기구로 쓸 거대한 풍선을 만들려고 200명이 넘는 처녀 재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7킬로미터의 비단을 바느질을 하게 만드는 등 특별한 사진을 위해서 기행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의 열정이 있었다
두 번째는 한국전쟁의 종군 기자였고 문인이자 사진가였던 폴 뭇세인데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여서 그런지 그 가난했던 우리나라를 어떻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는지가 궁금했는데 기존에 몇 번 보아 왔던 서양 작가와는 좀 달라서 의외였다 대부분 그 전에 보아 오던 작가의 사진 속엔 전쟁 중에 헐벗은 아이와 참혹한 가난이 엿보이는 사진 이였는데 그의 사진 속에는 화려한 오색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와 깨끗하고 하얗게 다린 모시적삼을 입은 어르신들의 모습이 있어서 보기 좋았다 그는 그런 참혹한 전쟁을 기록하는 종군 기자였지만 그 중에서 아름다움을 담아 내려고 애썼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일본인 보다 한국인이 더울 깔끔하다 보통 아시아를 여행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일본조차, 사람들이 여기처럼 깨끗하지 않다 거리는 구멍투성이에 불결하고 고약한 냄새가 가득한데도 사람들의 곱고 시원한 모시 한복차림을 보면 금세 잊게 된다”
세 번째는 프랑수아 콜라르이다 산업혁명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고 자본이 축척되며 상업적 사진과 광고 사진이 넘쳐나는 시기 그런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는 노동자들의 얼굴과 일상을 찍기 위해 꼬박 10달 동안 광산, 제련소, 자동차, 비행기 공장, 어업, 항구와 부두, 철도,전기, 건물, 유리 ,포도원, 시장..등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그들이 삶 자체와 노동 속에서 노동자와 노동의 산물과 산업혁명기의 속에 현대와 전통이 나란히 공존하는 현장에서 노동에 대한 예찬을 렌즈에 담으려고 했다
사진이 예술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말 못할 그 무엇인가가 사진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문호도 언어로는 표현 못 할 가슴 찡한 장면, 그 어떤 화가도 그려 낼 수 없는 사실감, 그 어떤 작곡가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간혹 우리는 사진 한 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가슴 찡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생을 걸고 여행한 작가들의 여정과 작품이 소개 되고 있다
위에서 세 번째 언급한 작가 프랑수아 콜라르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했던 말이 딱 어울리다고 하였는데 그 말을 옮기며 서평을 마친다
“ 예술이라는 말의 뜻을 좋아할 수 있는 때는 오직 이럴 때뿐이다. 스스로 위대한 줄 모르는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깨우려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