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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의 도시 ㅣ 사계절 1318 문고 90
장징훙 지음, 허유영 옮김 / 사계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엄청 기대를 하고 읽은 소설이다. 인간의 애욕이 들끓는 장소로 상징되는 '모텔'이라는 므흣한 배경에 설레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런 설레임은 내가 지금까지 야동이나 성적묘사로 가득찬 소설들을 충분히(?) 읽고 보고 하지 못한데서 오는 결핍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주인공 우지룬이 모텔 알바를 하면서 훔쳐보게 되는 갖가지 애로틱한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내용의 주를 이루지 않을까를 내심
기대하면서 읽어나갔다.
사실 대만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지난번에 베트남 작가가쓴 소설의 번역본을 읽으면서 '제3국'에 대한 작품들의 번역이 아직은 많이 엉성하다고
단정짓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번역이 아주 훌륭하게 잘 된것같다.
문장이 쉽고 읽기에 수월했고, 마치 한글 원작인것처럼 분위기와 유머러스함이 한국정서에 딱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생각했던것 보다 므흣한 장면은 별로 없었다. ㅠ
아무래도 고교 교사인 작가의 의도는 3류 빨간색 소설보다는 열일곱살 고2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세상의 이중적이고 양면적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것 같다.
회의와 실망, 염세적인 분위기가 소설 곳곳에 묻어난다.
그렇지만 사람의 정체성이란건 애초에 단일한 존재로 가정했던것 부터가 오류가 아닐까?
아마도 주인공 우지룬은 '교사라면 마땅히...이래야 되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래야 된다' 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던건 아닐까/
마치 단일한 존재라는 허구를 믿으면서 말이다..
그랬기때문에 선생들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믿었던 수위실 영감의 속물같은 모습을 받아들일수 없었던게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상대를 평가할때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부분을 보면서 단정지을때가 많다.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에 대한 구분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나 자기자신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는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임에도..
앞에서는 이런 모습인데, 뒤에서는 이런 모습이다.. 라는 양면성/이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인간에 대한 회의와 실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건 자기가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굳이 프로이트가 말한 심리적방어기제인 투사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리라..
묘사가 재밌고, 고교 선생님들이야말로 학생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가장 어려울듯한데..작가에 대한 신뢰가 싹트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