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남편이 홀로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아내는 죽기전에 남편에게 남긴 편지에서 이 여행을 또다른 신혼여행이라고 하였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신파적 이야기인데 역시나 디테일이 강한 일본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옮긴이도 후기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이 소설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이 작품을 구상하며 이야기로 풀어 내기 위하여 일본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이야기의 배경을 위해 많은 취재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렇지 않능 일본의 많은 작품들도 작가의 상상력만으로도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데 게다가 자세한 취재까지 한 터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작가의 호흡이 소설에서 느껴졌다
이 소설은 여행이 주된 이야기의 줄기인지라 더더욱 그런 묘사에서 일본의 풍경을 자세히 맛볼 수 있는 황홀함을 작가와 함께 숨쉬는 듯 읽혀졌다 뿐만아니라 사랑했던 아내가 자신에게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아내의 예언자적인 사랑의 안내는 참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곤 하였다
그 여행을 떠나기전 사표를 쓰는 장면에서 마치 요코가 옆에 다가와서 소리를 들려주는 듯 딸랑거리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 요코가 무너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지금 이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일에 내가 자신이 없는 것이다 옛날 부터 그랬다 모험을 싫어하고 앞을 쉽게 내다 볼 수 있는 길만 선택하여 살아 왔다 늘 위험을 두려워하고 아니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위험이 뿜는 온갖 냄세로부터 냉큼 떨어지려 애썼다 게다가 그런 인생이 괜찮은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그러다 요코와 결혼한 후로 조금씩이라도 변화해가는 나를 자각할 수 있었다 나와 정반대인 요코는 늘 눈부셨고 그 눈부심의 정체가 선망 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내 안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자유를 향한 욕망과 만나 그것을 줄곧 따뜻하게 품어 온 것 같다 언제든 발동할 수 있도록 천천히 소중히 키우면서 그리고 요코를 잃은 지금에서야 가두어두었던 욕망의 뚜껑을 열 때가 왔다고 느꼈다...'
소설의 말미에 요코가 쓴 편지가 소개 되고 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랑하는 남편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저 우리는 슬퍼하고만 있지는 않을까?
아뭏튼 이 작품은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그 가치 넘어엔 무엇이 있을까? 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읽는 내내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