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즐거운 사라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마광수를 알지만 마광수를 모른다 다시말해 우리는 마광수라는 인물을 수박 겉핧기 식으로 안다는 것이다 언론에 가끔 언급되고 있는 마광수는 그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기행을 일삼는 교수정도로나 알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교재 영수증을 첨부하였다고 해서 꽤나 곤혹을 치루었는데 그 내막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대학생의 이기적 행태를 스승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지적이였음에도 일부 언론보도를 본 네티즌들은 교수가 쩨쩨하다는 둥 밑도 끝도 없는 비난을 받았었다

 

거의 이십년이 다 된 ‘마광수 필화 사건’도 이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에 새롭게 쓴 2013 즐거운 사라에서 작가는 ‘사라의 법정’ 이라는 자신의 시로 결말을 맺는데 그 시는 이렇다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보지 속에 집어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나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수 있을까

또 왜 아들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이 시는 작가가 겪었던 실제 법정에서의 일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작가는 사상 초유의 강의 중 체포를 당하여 실형을 살았던 것이다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작가가 감옥을 가게 되는 정말이지 존재하기 힘든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과 이 십년 전에 일어 난 것이다 게다가 우리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해석하는 수준이라는 게 위의 시에서 나온 그대로 이니 정말이지 한심하다는 말도 아깝다 정말 분통이 터지고 통탄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 까닭에 작가는 이번에 새롭게 쓴 작품 2013사라의 캐릭터는 너무 우울하다 뿐만 아니라 사라는 자살을 하고 만다 작가는 어느 기고에서 만약 1991년사라가 자살을 했다면 자신이 구속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야비한도덕주의자들 눈에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이를테면 사라가 자살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면 그들에게 용서가 되는 것인데 반성은 커녕 1991년 사라는 성에 눈을 뜨게 되어 더 즐겁게 살아 갈 것을 암시하며 소설이 끝나기 때문에 그들 수준에서는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정말이지 미풍양속을 이야기하고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도덕주의자들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섹스라는 것이 무엇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작가는 항상 식욕과 성욕은 동일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섹스의 결과물이고 알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먹는 것과 섹스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왜 우리는 섹스를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마광수는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결국 2013사라를 죽이게 된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 할 수 있으므로 2013사라를 죽이고 작가 마광수의 표현의 자유를 죽인 범인은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고 유교적 도덕주의에서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자신이고 우리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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