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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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여자들만의 우정을 이야기 한다 우정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는 많은데 대부분이 남자들의 우정만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이번에 읽은 이 책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우정이면 다 같은 우정이지 남자들만의 우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히 편견으로 가득한 남성 우월주의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게일 캘드웰과 캐롤라인 냅의 우정을 다루는 동시에 그들의 우정이 깃드는 사이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 그들의 애완견 클레멘타인과 루실의 이야기도 들어 있는데 이처럼 이 책은 두 여성의 우정뿐만 아니라 그들이 아끼던 애완견과의 우정도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아니지만 동물도 느낌이 있으므로 그들이 인간에게 가지는 우정도 있을 것이라 느껴지고 그것을 작가는 그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우리의 우정은 대부분 같은 처지 비슷한 나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싹트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나이도 여덟 살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자라온 환경도 너무나 달랐다 그런데도 그들이 급속도로 우정을 쌓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그들이 키우는 애견에 대한 사랑의 공감이 가장 컷을 것으로 생각 된다 그렇게 가까워진 그 둘은 서로의 상처를 서로 들여다보고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서로가 서로를 마치 토플갱어와 같은 심정적 느낌으로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렇게 둘이 아니 넷이 즐거운 우정을 삶을 살던중 캐롤라인 냅이 폐암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나는 동시에 게일 캘드 웰이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교감을 가지고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감정을 서로 공유하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그녀의 애완견 클레멘타인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우리 인생에서 겪고 싶지 않지만 꼭 겪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별을 겪고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된다 이별을 하고 난 후 그녀의 부재로 인해 그녀는 생각한다 “ 인생은 반박의 여지 없는 전진운동이고 죽은 이들 너머를 겨냥해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몇 달간 나는 시간의 폭력성으를 실감했다 우리를 태운 대형 바지선이 캐롤라인만 기슭에 버려두고 떠나는 듯했다 하루는 뜰 안 나뭇잎들을 치우다가 불현듯 사라져버린 존재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일상의 모두를 허망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랑하던 이의 죽음을 털고 일어나는 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내적 성숙을 비로서 이루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이를 현실에서 잃고 난 후 마음속에서 비로소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모습을 잔잔히 그려내 이 책을 읽고 좀 더 성숙한 마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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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리카 풀키넨 지음, 정회성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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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리카 풀키넨은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에서 국문과와 철학과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없애려 한다는 뉴스를 가끔 보게 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소설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할머니 엘사가 암에 걸리게 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준비하며 남은 생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 된다 저명한 심리학자 이자 교수였던 엘사는

그 간의 자신의 생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 생을 겪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가족들을 반추하게 된다 의사인 딸 엘레오누라는 오히려 그녀가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결국 그녀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이 소설의 주 화자인 안나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선과 시점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그 각 인물들의 시점에 의한 심리 상태와 감정의 변화로 같은 사건임에도 다르게 읽혀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점이야 말로 현재 이 작가가 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투병중인 할머니를 돌보던 안나는 드레스를 입고 와인 파티를 하게 되어 옷장 속에서 발견한 드레스에 의해 할아버지의 연인이였던 에바라는 여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가정부였으며 할아버지와 단순한 불륜 상대가 아니라 아이까지 낳게 되는 열정적 관계 였던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은 얼핏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생의 비밀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 묘사나 각기 인물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안나가 자신의 비밀을 찾기 위해 찾았던 에바는 26년 밖에 살지 못했고 1942년에 쿠흐모에서 태어났고 1968년 다시 고향 쿠흐모에서 생을 다하는데 그런 와중에 에바의 돈을 강탈해간 에바의 옛 연인도 등장하게 된다 마치 이런 이야기 구조는 심리 추리극을 읽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자신의 이기심 앞에서는 결국 본인의 주관에 의해서 사건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의 제목은 진실인데 읽고 나서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각기 자신이 자신의 잣대로 해석한 진실만 존재할 뿐 그 사실이 타인의 시각에서 인식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진실의 범위를 또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 될 지언정..

 

작가는 그런 인간 내면의 모순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로 짐작 된다 역시나 소설을 읽은 재미는 이렇게 타인의 고뇌를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고 그 타인의 마음속을 책을 읽으며 넘나 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이 책을 읽고 핀란드인의 정서와 생활상까지도 조금 넘겨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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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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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성 작가들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청소년의 시각에서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 구성된 청소년을 문학 작품집이다

 

표제작 파란아이는 2007년 완득이로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 작가의 작품이다 엄마가 한 눈을 파는 잠깐 동안에 물에서 놀던 세 살 밖이 여자 아이가 익사를 하게 되고 그 아픔을 잊지 못하던 엄마는 그 후에 다시 태어난 남자 아이에게 동일한 이름을 짓고 마치 죽었던 아이가 환생하기도 한 것처럼 동일시하며 키우는데 그로 인해 생긴 고부 갈등과 그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할머니에게 자신이 몰랐던 죽은 누이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할머니가 사는 강촌에서 지내게 된 아이를 설명하는 본문에서 ‘디지털 시대의 아이가 아날로그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다 스마트 폰으로 이웃집 무선 인터넷 신호를 몰래 잡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눈뜨면 일단 컴퓨터를 켜고, 켰는데 딱히 할 게 없으니 인터넷 브라우져를 연다 자신과 상관없고 관심도 없지만 베스트 순위에 뜬 검색어를 클릭하고 그러다 슬슬 배가 고프다는 것을 깨닫는 그런 생활을 이곳에서는 하지 않아도 됐다 전화로 쓸데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도 줄었다 세상에는 해야 할 것도 많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또한 많았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늘 컴퓨터로 무언가 하느라 바빴지만 정작 한 것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자신이 선택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누군가 의도한 곳으로 끌려다닌 거였다 그거 봤냐? 안 봤어 그 게임 알아? 몰라 그렇게 대답해도 되는 거였다 아냐? 알아 있냐?있어 이런 대화에 왜 그렇게 온 자존심을 걸었을까..’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청소년의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도시적 삶과 전원적 삶의 차이를 잔잔하게 서술하며 얼핏 동아라는 친구와 동성애적 코드도 복선으로 장치해 놓는 다양함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그것은 동성애적 코드라기보다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성을 청소년기에 단편적으로 나뉘어져 판단하여 지는 우리의 일괄적인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과 또 눈여겨 본 작품은 전성태의 졸업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주 오래전 7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중학교의 졸업 풍경을 잔잔히 그리고 있는데 지금의 청소년에게 그들의 부모가 어떤 청소년기를 보냈는지를 상상하게 해 주는 작품이였다 신발공장과 전자 회사등 공단쪽으로 취업을 나가는 여학생들을 위한 송별식이라든지 지금 디지털 세대와 달리 시와 소설을 읽고 일기를 쓰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하였다

 

책의 기획은 청소년을 위한 문학집이지만 알고 보면 어른들이 읽으며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내내 마음이 따듯해져 오는 것을 느꼈고 일상과 삶의 무게에 눌렸던 상상력과 잠들었던 감성적 사고가 다시 살아 숨 쉬게 됨을 느끼는 계기가 되는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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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려졌다 다독다독 청소년문고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이선한 옮김 / 큰북작은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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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인상깊게 봤던 두 편의 영화가 머릿속에 중첩 되었다

같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 자전거 탄 소년’ 이란 영화와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 둘 다 이 책처럼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두 영화를 본 기억과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였던 것은 프랑스의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가족주의적 사고가 강한 동양사상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족이 버린 가족을 반드시 국가가 부양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가져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아를 수출(?)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어쩌면 우리가 더 편협한 가족주의를 고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에서도 계속 등장하지만 프랑스의 사회복지사는 부모 이상으로 이 아이들의 생활과 미래를 걱정하며 최선이 무엇이고 그들의 후견인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아이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소설 속의 아이들은 그들이 감당해 내기엔 너무나 큰 불행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일상들을 설명하는 작가의 시선은 온전히 불행하게만 다루지 않고 있는데 그러한 점이 주인공인 이 아이들에게 독자가 빠지게 되는 매력을 선사 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 있는 동안 작가는 이 천진한 아이들은 물론 독자에게도 더 큰 불행을 담담히 안겨준다 세 남매의 첫째 시메옹이 백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굵어 죽는 동생의 장면이 떠올라 너무나 끔찍하게 생각 되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 아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불행을 어떻게 우리가 같이 짊어 져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 그런 불행을 사회적 공동체로 나눌 수 있고 그런 마음가짐을 우리 모두가 가지는 것이야 말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그 결과 또 다른 불행을 겪을 지도 모르는 우리의 이웃에게 다시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선한 순환이 지속되어 사회 안전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불행하고 슬픈 이야기를 철저히 냉소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안정적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서술이 놀라울 따름이였다 청소년 문고라 하지만 오히려 우리 성인들이 읽으며 우리가 가진 취약한 사회 안전망을 생각해 보면서 읽으면 더 유익할 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들처럼 커다란 불행 속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억눌려 있는 우리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고 인간애과 자신에 대한 위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다시금 프랑스의 국가적 가족주의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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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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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고 이야기 또한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서평을 위해 오래 전에 읽었고 익히 아는 소설이지만 다시금 천천히 읽어 보았는데 역시나 개인적으로 박경리라는 작가의 작품속 이야기 전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실망스러웠다 유교주의적 전통인 남존여비에 순응해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치는 각 인물들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고 그런 인물들은 작가가 그 시대에 읽었으리라 짐작되는 일본소설속의 인물들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특별한 감흥을 받기 힘들었다

 

이 소설은 조금은 비현실적이며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김약국이 슬하에 다섯명의 딸인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를 두고 있는데 그 딸들의 삶에 펼쳐지는 만만치 않은 생의 파고를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가 전개 될수록 그 딸들은 엄청난 비극에 휩싸이게 되는 데 그런 원인은 그렇듯 딸만 낳은 자신을 자책하는 듯 비춰지는 김약국의 현실 도피적인 성격도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복선과 암시도 엿보였는데 그런 것 또한 전근대적인 인물의 해석으로 보여졌고 그 시대 일본소설에서 흔히 나타나게 되는 캐릭터여서 실망스러웠다 그런 김약국과 달리 김약국의 아내 한실댁은 그의 딸들에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사랑을 쏟아 붇는데 그녀의 헌신과 별개로 딸들은 그런 어머니의 사랑과는 정반대로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의 상관관계는 그 딸들이 배우자를 잘못만나서 그들의 운명이 바뀌게 되고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도 전근대적인 발상을 하는 여성작가의 한계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왔다

 

그렇지만 박경리 작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국어의 아름다움과 토속어를 다양하게 구사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독보적인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통영에 대한 묘사는 마치 통영의 미륵산 위에서 통영 전경을 내려다 보는 듯 실감나는 묘사가 돋보이고 박경리 소설을 읽어 본 모든 독자들은 통영에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으로 미루어 짐작 된다 또 실제로 통영에 가면 박경리 작가의 소설 속 풍경들이 떠올리며 미소짓게 되기도 한다

 

박경리의 소설 속에서는 역사와 그 지방의 문화를 현실감 있게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본문에서 ‘어업 외에 규모가 작지만 특수한 수공업도 이 곳의 오랜 전통의 하나다 근래에 와서는 두메산골로 들어가도 좀처럼 갓 쓴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조선 왕실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최상품의 갓이라면 으레 통영갓이었고 그 유명한 통영갓은 제주도의 말총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흔히 여염집에 들르는 뜨내기 소반장수가 싸구려 소반을 통영소반이라 사칭하고 거래하는 풍경이 있는데 통영갓, 통영소반은 그 세공이 정묘하여 매우 값진 상품이었다 ..’처럼 박경리의 소설을 읽은 재미는 개인적으로 인물보다는 시대 상황과 잘 조화시킨 소설의 배경과 지역의 특징이 매력적으로 읽혀졌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실제 이야기들은 진부하지만 그래도 박경리 소설은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배경묘사를 읽는 재미가 읽을수록 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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