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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리카 풀키넨 지음, 정회성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작가 리카 풀키넨은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에서 국문과와 철학과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없애려 한다는 뉴스를 가끔 보게 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소설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할머니 엘사가 암에 걸리게 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준비하며 남은 생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 된다 저명한 심리학자 이자 교수였던 엘사는
그 간의 자신의 생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 생을 겪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가족들을 반추하게 된다 의사인 딸 엘레오누라는 오히려 그녀가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결국 그녀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이 소설의 주 화자인 안나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선과 시점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그 각 인물들의 시점에 의한 심리 상태와 감정의 변화로 같은 사건임에도 다르게 읽혀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점이야 말로 현재 이 작가가 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투병중인 할머니를 돌보던 안나는 드레스를 입고 와인 파티를 하게 되어 옷장 속에서 발견한 드레스에 의해 할아버지의 연인이였던 에바라는 여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가정부였으며 할아버지와 단순한 불륜 상대가 아니라 아이까지 낳게 되는 열정적 관계 였던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은 얼핏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생의 비밀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 묘사나 각기 인물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안나가 자신의 비밀을 찾기 위해 찾았던 에바는 26년 밖에 살지 못했고 1942년에 쿠흐모에서 태어났고 1968년 다시 고향 쿠흐모에서 생을 다하는데 그런 와중에 에바의 돈을 강탈해간 에바의 옛 연인도 등장하게 된다 마치 이런 이야기 구조는 심리 추리극을 읽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자신의 이기심 앞에서는 결국 본인의 주관에 의해서 사건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의 제목은 진실인데 읽고 나서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각기 자신이 자신의 잣대로 해석한 진실만 존재할 뿐 그 사실이 타인의 시각에서 인식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진실의 범위를 또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 될 지언정..
작가는 그런 인간 내면의 모순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로 짐작 된다 역시나 소설을 읽은 재미는 이렇게 타인의 고뇌를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고 그 타인의 마음속을 책을 읽으며 넘나 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이 책을 읽고 핀란드인의 정서와 생활상까지도 조금 넘겨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