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3
로이스 로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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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사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가끔씩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하거나, 어떤 단어가 어떻게 들리는지 알고 싶어서 큰 소리로 말해 보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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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you don’t wear an engagement ring.” “I don’t have one.” He studied the bangle, turning it slowly around. “What kind of man proposes without a ring?” She explained, then, that there had not been a proposal, that she hardly knew Navin. She was looking away, at a dried-out plant on the terrace, but she felt his eyes on her, intrigued, unafraid. “Then why are you marrying him?” She told him the truth, a truth she had not told anybody. “I thought it might fix things.”  -「GO ASHORE」P. 313




















사랑을 잃고 절망하고 울고 있을 때, 그가 내게로 왔다. 나는 그를 처음봤을 때부터 그를 사랑할 일은 없을거란걸 알았지만, 그러나 그에게 안착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와 결혼까지도 생각했다. 왜 그와 결혼하려고 해? 그와 결혼하면 모든게 다 편해질거라 생각했어, 내 대답은 그랬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러나 자리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잡을거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잡아두면 나는 흔들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내 모든 일상을 그와 더불어 하려는 생각도 없었고, 앞으로의 시간을 그와 나눌려고 다짐했던것도 아니다. 바깥으로부터 무수히 쏟아질 질문공세로부터 자유롭고 싶었고, 앞으로 얼마나 닥칠지 모를 설레임과 흔들림으로부터도 중심을 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늘 유영하고 있었다. 가만있지 못했다. 안정감을 바닥에 깔고 계속 유영했고 작은 바람에도 몹시 흔들렸다. 나는 단단하지 못했고 단단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고 입밖에 내어 말해도 사랑하게 되질 않았다. 이 사랑을 받기만 하면 안되는데, 나도 어느정도는 돌려주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은, 노력으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관계는 단 한번의 태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것도 잠시, 나는 내가 다시 자유로워졌다는 데 홀가분해졌고, 내가 자유롭다는 걸 어서 빨리 다른 남자에게 알리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시간이 흐르자 내가 중심을 잡고자 선택하려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건지 깨달았고, 내게 불어닥친 태풍에 감사했다. 사랑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절실히 알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때가 아니었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사람이 하필이면 그 때 내게로 와서 가혹한 이별을 맞닥뜨렸다. 그러나 달리 내가 무엇을 해줄수는 없다. 


그녀는 나빈과의 결혼이 모든걸 바로잡아줄거라 생각했고, 나도 그랬다. 그녀는 나빈과 결혼했고 나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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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펼치다가 우연히 나윤선에 대한 기사를 보았어. 당연한듯 나는 당신을 떠올렸지. 무엇보다 당신이 짐을 싸들고 다른 나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가고 또 다른 나라의 공항에 내려 캐리어를 끌었을 때, 그 안에 나윤선의 시디가 있을까, 궁금했어. 당신은 무슨 책을 챙겨갔을까, 무슨 시디를 가져갔을까. 잠시 머물다 오기로 한 게 아니라 아주 살러 갈 작정이었으니 짐을 신중하게 챙겨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짐 어느 한 구석에 나윤선의 시디가 있을까. 내가 주었다는 걸 기억하고 챙겨 넣었을까, 아니면 당신은 대부분의 짐들을 버리고 가볍게 가기로 결정하고, 그 버려질 짐 속에 나윤선의 시디를 넣었을까. 내가 그 해, 8월14일에 당신에게 주었던 그 시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출근길에 천사를 들으며 좋다고 했던 그 시디는 여전히 당신의 옆에서 당신에게 천사를 들려줄까. 그리고 별이 되다를 가끔 들을까, 당신은.
















문득 내가 다른 먼 곳으로 간다면 어떨까 생각했어. 그럴 경우 내 짐속에 당신이 준 시디가 챙겨질까. 아니, 사실은 난 지금 그 시디가 어디 있는지도 기억 못해. 나는 그 시디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딘가로 보내버렸을까. 고백하자면 나는 그 시디를 그 날 이후로 다시 들은 적이 없어. 오늘은 집에 가면 시디장을 열고 뒤져봐야지. 만약 이 시디가 제자리에 그대로 꽂혀있다면 오늘만큼은 한 번 다시 들어봐도 나쁘지 않겠지. 내가 아직 이 시디를 어떻게든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처분하지 말아야지, 오랜 시간 멀리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당신이 사는 나라든 혹은 다른 나라든- 그때 내 짐속에 이 시디를 챙길거야.


























어느 해에는 메신저의 작은 창으로 좋아할거라며 노래를 소개해주었지. 만약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메신저의 창을 통해서든 다른걸 통해서든 서로에게 닿아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다면, 지금쯤 나는 당신에게 다른 앨범을 한 장 선물했을거야. 아마 나는 당신에게 이 시디를 사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당신은 여기에 없고,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시디를 받았어. 

















가끔은, 아주 가끔은 당신이 원망스러워. 그보다 더 자주 당신이 그리워.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김이듬, 『말할 수 없는 애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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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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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상에 살아남은 65억의 인간은 100년 정도 지나면 다 죽을걸세. 그런데 이렇게 먼저 서로 죽여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481쪽

일방적으로 말을 하던 늙은 과학자가 대통령을 응시하며 말했다.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414-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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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초프에는 빅 불Big Bull이 있죠."

나는 '아, 그래요?' 라고 말하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자 그가 다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소 고환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죠."

그의 말에 감명을 받은 나는 "고환이 있다고요?" 라고 말했다.

"그럼요! 그게 선생님 위로 떨어지면 금세 일어나진 못하실 겁니다."

우리는 한동안 그 모습을 상상했다. 마침내 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 흥미로운 보험금 청구 사례가 되겠군요."

"그럼요!"

그는 이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어 했다.

"아니면 신문에 이런 머리기사가 나든지. '떨어지는 불알에 깔린 사나이'."

나는 이렇게 제안했다.

"소불알에 깔린 사나이."

"예!" (p.181)



"블루마운틴 산악 지대라도 그럴 걸세. 내가 이미 말한 것 같은데? 이 지역은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니까 책에다는 쓰지 말게."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절대 안 쓰겠네." (p.226)




이처럼 멀리까지 와서 100여 명의 수다스러운 이방인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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