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펼치다가 우연히 나윤선에 대한 기사를 보았어. 당연한듯 나는 당신을 떠올렸지. 무엇보다 당신이 짐을 싸들고 다른 나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가고 또 다른 나라의 공항에 내려 캐리어를 끌었을 때, 그 안에 나윤선의 시디가 있을까, 궁금했어. 당신은 무슨 책을 챙겨갔을까, 무슨 시디를 가져갔을까. 잠시 머물다 오기로 한 게 아니라 아주 살러 갈 작정이었으니 짐을 신중하게 챙겨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짐 어느 한 구석에 나윤선의 시디가 있을까. 내가 주었다는 걸 기억하고 챙겨 넣었을까, 아니면 당신은 대부분의 짐들을 버리고 가볍게 가기로 결정하고, 그 버려질 짐 속에 나윤선의 시디를 넣었을까. 내가 그 해, 8월14일에 당신에게 주었던 그 시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출근길에 천사를 들으며 좋다고 했던 그 시디는 여전히 당신의 옆에서 당신에게 천사를 들려줄까. 그리고 별이 되다를 가끔 들을까, 당신은.
문득 내가 다른 먼 곳으로 간다면 어떨까 생각했어. 그럴 경우 내 짐속에 당신이 준 시디가 챙겨질까. 아니, 사실은 난 지금 그 시디가 어디 있는지도 기억 못해. 나는 그 시디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딘가로 보내버렸을까. 고백하자면 나는 그 시디를 그 날 이후로 다시 들은 적이 없어. 오늘은 집에 가면 시디장을 열고 뒤져봐야지. 만약 이 시디가 제자리에 그대로 꽂혀있다면 오늘만큼은 한 번 다시 들어봐도 나쁘지 않겠지. 내가 아직 이 시디를 어떻게든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처분하지 말아야지, 오랜 시간 멀리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당신이 사는 나라든 혹은 다른 나라든- 그때 내 짐속에 이 시디를 챙길거야.
어느 해에는 메신저의 작은 창으로 좋아할거라며 노래를 소개해주었지. 만약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메신저의 창을 통해서든 다른걸 통해서든 서로에게 닿아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다면, 지금쯤 나는 당신에게 다른 앨범을 한 장 선물했을거야. 아마 나는 당신에게 이 시디를 사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당신은 여기에 없고,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시디를 받았어.
가끔은, 아주 가끔은 당신이 원망스러워. 그보다 더 자주 당신이 그리워.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김이듬, 『말할 수 없는 애인』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