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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평점 :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현실은 힘들다. 안타깝지만 이건 사실이다. 그래도 사람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에 닿는 덕분에 구원을 얻을 때도 있다. --p.225
20대 초반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소설가 히키모리 가가노 앞에 출생 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25살의 아들, 도모가 어느 날 불쑥 집으로 찾아온다. 2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사진으로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아들. 241장의 사진이었던 아들이 눈앞에 나타나 같이 살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눈을 뜨면 소설을 쓰다가 잠이 드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던 그는 그렇게 아들의 손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20년을 산 동네이지만,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던 가가노는 도모와 함께 난생 처음 스타벅스를 가고, 편의점에 가고, 마을 자치회의 행사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 속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가가노. 혼자 일하며 혼자 살던 가가노의 일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가가노는 한 달여의 시간동안 도모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점점 더 도모에 대해 알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함께 지낸 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도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혼자의 삶으로 돌아간 가가노. 하지만, 가가노의 삶은 도모가 찾아오기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간다. 이웃 어르신이 가가노의 집을 이른 아침 방문해 유자차를 선물하기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편의점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편의점 점주로부터 1+1의 보너스를 받기도 하는데.. 이제 가가노는 안다. 혼자 살면 스트레스도 없고, 기분 나쁜 감정도 생기지 않아 마음은 평온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기쁜 마음은 혼자 살면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20년 넘게 찾지 않았던 그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고, 본가로 향하는데..
도모가 이름만 아버지인 가가노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20년만에 본가를 찾은 가가노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부성애와 사회성이 제로인 아버지, 가가노가 도모를 통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은 또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야만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혼자이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요즘 현대인들. 저도 그 중 한 명임을 인정!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살포시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