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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평점 :
<여름과 루비>는 일곱살의 어린 소녀, 여름이가 주인공입니다. 루비는 그녀의 절친인데요. 학교 밖에서는 각별한 사이지만, 학교 안에서만큼은 친함을 표현하지 않는 그런 복잡한 관계의 친구입니다. #비밀친구라고나할까요 8살의 여름이는 젊은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살고 있어요. 네...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여름이에게는 엄마가 없습니다. 편부모가정의 어린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 또한 작가님의 삶과 맞닿아있죠. 그래서 그런지 계속 여름이와 작가님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이의 고모는 피아노학원을 하는 원장님이고, 여름이의 사촌언니 겨울이도 등장합니다. 이 두 여성은 여름이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는 인물들로 그려지는데요. 특히 고모는 여름이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게 인상적이었고 이 또한 작가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여름이와 루비. 두 사람과 주변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담고 있는데요. 여름이와 어느 날 이별하게 되는 할머니(그녀를 배신자라 칭하죠). 아버지의 재혼과 새엄마와의 생활, 그리고 태어나는 동생 학자와의 이야기, 루비와 루비어머니, 미옥에 대한 생각들과 사건들. 그리고 루비와 이별하게 되는 이야기까지. 일곱 살 여름이는 열 세 살의 여름이로 성장해 갑니다.
그녀의 글을 접하며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녀의 섬세한 문체가 좋았습니다. 섬세함과 따뜻함을 지닌 그녀. 그녀의 산문들도 충분히 좋았지만 이번 첫 소설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소설을 기다려왔다는 것을요.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인물들을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보고 싶었다는 것을요. 이 책의 주인공, 여름이는 아마도 작가가 되었겠죠? 분명히 그럴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으신 분께서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그 마음이었습니다. 책 전체가 그녀의 감성으로 꽉 차 있었고,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님의 혼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아주 여러 번, 자주 꺼내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박연준 작가님의 다음 소설이 너무도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