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어 글쓰기 - 시선을 사로잡는 한 문장 만들기
김건호 지음, 전진우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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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이 하면서도 막상 손에 펜을 쥐는 과감한 용기가 선뜻 생기지 않는다. 요즘은 sns나 개인블로그가 발달해서 누구나 인상적인 사진 한두장과 함께 촌철살인의 짧은 글을 잘만 쓰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 <비틀어 글쓰기>. 개인적으로 sns는 하지 않아서 클릭을 부르는 글 제목을 쓰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글쓰기'라는 건 다 똑같으니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도움이 되고 책상에 앉을 용기가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생각이 좀 틀렸던 것 같다.

시선을 사로잡는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몇 페이지 없는데 게다가 크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마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국어문법 부분처럼 보여서 그런 것 같다. 대신 대부분이 예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슬쩍 훑어보는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들어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줄줄줄 예시만 늘어놓으니 뒤로 갈수록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1장 클릭하게 비틀어. 여기는 요즘 많이 나오는 평범한 짧은 에세이집 같은 느낌이다. 큰 제목(비틀어서 눈길을 확 사로잡는 한문장) 아래, 제목에 맞는 이미지와 몇줄의 부연설명. 이 책이 글쓰기 책이 아니라 그냥 감성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별 불만이 없을 수 있겠다.

뒤록 갈수록 계속 같은 걸 반복하는 느낌이라 책에 집중이 잘 안 되는 편이었다. 수많은 예시들을 나열할 게 아니라 연습문제 형식으로 빈칸 채우기 같은 게 좀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그런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요즘 트렌드에 맞는 책이긴 하나, 전반적인 글쓰기 책은 아닌 것 같다. 그걸 바란 게 내 욕심일 수도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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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이기는 영단어 - 영화 미드 소설 독해와 번역 영작의 기본을 잡아주는
한일 지음 / 로그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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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 책을 펼쳤더니 단어에서 꽉 막힌다. 오랫동안 영어를 보지 않았더니 자연스레 잊혀져서 당최 진도가 나갈 수가 없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특별히 영단어책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보다 공무원 시험 공부할 때 여러권의 영단어책을 보며 무작정 외웠었다. 무식하게 연습장에 단어를 주구장창 적으면서 외웠던 '빽빽이'. 다행히 암기는 잘 하는 편이어서 시험을 치르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게 문제다.

어쨌든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단어책부터 봐야겠다 싶어 알아보던 차에 만난 <원서 이기는 영단어>. 일단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나의 최종목표는 소설을 원서로 막힘없이 줄줄 읽는 거니까.

수험시절 봤던 보카20000 이런 식의 '교재'가 아닌 그냥 실용서 느낌이었다. 2만개의 단어는 아니지만 헷갈리기 쉽고 뉘앙스 차이를 잘 몰랐던 단어들을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줘서 그냥 소설 읽듯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한챕터에 3~4개의 단어를 소개하는데 억지스럽지 않게 이야기에 단어 소개를 풀어내서 재미있었다.

또 연습문제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게끔 했는데 이 문제들이 새로운 예문이라서 더욱 좋았다. 어떤 책은 앞에서 공부할 때 나온 예문을 그대로 빈칸을 만들어서 문제를 내는데 그건 솔직히 연습문제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소개된 단어들의 발음기호가 표기되어 있어서 따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 형식의 단어책은 가끔 본분을 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많은 수의 단어는 아니지만 내용이 알찬 단어책이다. 물론 여기 나온 단어만 확실하게 다 외운다면 아마 영어가 훨씬 쉬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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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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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상뻬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직접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는 없어서 그냥 대단한 그림 작가인가보다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큰 기대를 안고 펼쳐든 <얼굴 빨개지는 아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넓은 지면이 대부분 하얗게 비어있고 아주 작은 아이 하나만 그려져 있었기 때문. 제목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였기에 색은 얼굴에 빨간색, 혹은 빨갛게 되기 전에 분홍색 정도였다. 이게 뭐야? 라는 의구심을 안고 한장 한장 넘기기 시작했다.

이유도 모른채 수시로 얼굴이 빨개지는 꼬마 마르슬랭은 빨간 얼굴 덕분에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조금 외롭게 지내던 마르슬랭에게 어느날 친구가 한 명 생긴다. 르네라는 또다른 꼬마는 시도때도 없이 기침을 해댄다. 르네 역시 그 덕분에 조금 외로운 터였다. 둘은 금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느날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르네가 남겨둔 편지를 마르슬랭의 부모님이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긴 둘은 한참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 우연히 만나서 다시 우정을 이어간다. 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 이야기가 장 자끄 상뻬의 그림과 짧은 글로 얇은 그림책에 담겨있다. 몇분 안되어 다 읽어지는 짧고 얇은 책이지만 꽤 오래 마음에 여운이 남는다. 남들이 쉬쉬하고 인상찌푸릴 만한 고약한 버릇(?)이 있지만, 그래서 그게 콤플렉스가 되어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두 아이는 그래도 밝다. 둘다 그저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질까?","나는 왜 기침이 자꾸 나오지?" 라고 단순히 궁금해하기만 한다. 남들이 보기엔 콤플렉스이겠지만 두 친구에겐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일 뿐인 것이다. 이야기 내용으로는 이런 교훈을 남겨주고.

그림책이니 그림만 보고 따지자면, 나는 왠지 쓸쓸해졌다. 커다란 나무숲이나 높은 빌딩숲 속에 자그마한 인간들이 더욱 작고 외로워보였다. 채워지지 않은 색들로 하얀 지면 속 날카로운 펜선으로 그려진 사람의 모습과 주변 풍경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이야기 내용이나 귀여운 두 꼬마 주인공들 덕분에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나는 마르슬랭과 르네가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다. 한참 후에 우연히 만나고 난 뒤에도 그렇게 반갑게 만나고 스쳐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마냥 이 책은 아주 바람직한 해피엔딩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한번씩 다시 볼 것 같은 책이다. 나중에 내 아이가 크면 읽어줘야지. 상뻬의 다른 그림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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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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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고, 특별히 경전이나 교리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상식선에서 불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꼭 그 지역의 유명한 절은 반드시 들러서 법당에서 절 삼배는 하고 온다. 한번씩 힘들고 지칠 때는 입에서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는 염불이 나오기도 한다. 이 정도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불교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불교대학같은 데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나이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선뜻 가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불교 관련 책을 자주 찾아보며 불교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고 있다.

한승원의 <사람의 맨발>은 싯다르타의 삶을 그린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본 비구니 스님인 세토우치 자쿠초의 <석가모니>와 많이 닮아있었다. <사람의 맨발>은 싯다르타의 출생부터 출가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 반면, <석가모니>는 싯다르타가 열반에 들기 얼마 전의 시점에서 그의 수제자인 아난다가 부처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출가하기까지 왕국의 태자로서의 삶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것 같아 이 소설이 참신하다고 느껴졌다. 태자로서의 싯다르타는 생각이 깊고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하기는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 면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여자, 색이었다. 전륜성왕이 되거나 부처가 되거나 둘중에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한 태자가 혹여라도 출가하여 부처가 될까봐 일부러 혼인을 서둘렀는데 세 아내 중 한명, 야소다라에게 푹 빠진 것이다. 자비로운 부처님이 된 싯다르타라면 세 아내를 골고루 아끼고 품어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태자는 세명 중 가장 아름다운 야소다라만 좋아하고 나머지 두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런 점이 의외였다.

전륜성왕과 부처의 갈림길에 있던 태자는 온갖 부조리와 부정, 계급차별 등이 '신의 뜻'으로 용서받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싯다르타가 아들이 태어난 직후 출가하여 사문이 되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 2장에서 출가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같은 문장과 같은 이야기가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던 1장보다 훨씬 사유할 것도 많고 흥미로웠다.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싶다면 세토우치 자쿠초의 <석가모니>를, 부처가 어떻게 태자로서 누리던 그 많은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했는지가 궁금하다면 <사람의 맨발>을 읽기를 권한다. 두 권 다 읽으면 부처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쉽게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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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 - 기발하고 포복절도할 사진 속에 담아낸 어느 딸바보의 유쾌한 육아기
데이브 잉글도 지음, 정용숙 옮김 / 더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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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9개월이 되어가는 아기를 키우면서 부쩍 육아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이가 없을 땐 쳐다보지도 않았을 책들인데 이젠 모든게 아이 중심이 되면서 책 취향도 바뀌어버렸다. 그래도 이번에 읽은 <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하더라도 한번은 펼쳐보았을 것 같고, 한번 열었다면 끝까지 읽었을 것 같다.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있고 그런 딸을 애정으로 지켜보는 아빠가 있는 재미난 사진이 가득하니 꼭 육아서적이 아니라 사진집으로 분류하는 게 더 맞을 듯 싶다.

사진작가인 저자가 딸 앨리스가 태어난 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쏟아부어 만든 이 사진집에는 기발하고 독특한 사진이 많다. 아니, 평범한 사진이 단 한장도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아기가 가스렌지 앞에서 요리를 하고, 비오는 창 밖에 아이가 있고 아빠는 이어폰을 끼고 방안에 있고, 세탁기에서 아이를 씻기고 있고, 맥주병을 쥐고 마시는 아이의 모습도 있고.. 책을 볼 때 되도록 순서대로 읽으려고 하는 편이라 뒷페이지를 성급하게 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이 책은 결국 뒤를 먼저 보았다. 딸의 머리를 밟고서 전구를 고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합성이었다! 설마설마하며 보던 사진들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집중시키고, 무수히 많은 커트 속에 베스트컷을 찾아내고, 무엇보다 아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해가며 만든 작품들이었다.

사진에는 거의 안 나오고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저자의 부인이자 아기엄마인 진이 주한미군이라 서울에서 잠시 생활할 때의 사진은 특히 좋았다. 고추장, 막걸리, 김치, 강남스타일 등 한국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사진 속에 조금씩 보이는 한글이 반가울 터.

우리가 흔히 찍는 아기 사진과 달리 여러 재미난 설정의 사진들이 앨리스가 나중에 커서 봤을 때 정말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전불감증을 부추기는(물론 안전하게 찍었겠지만 결과물을 봤을 때) 사진이나, 너무 장난스러운 모습들은 마냥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다. 아빠의 일기는 진짜 일기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가서 같은 아기 부모 입장에서 백프로 공감이 가지 않아서 또한 아쉬웠다. 그래도 이제 아기 사진 찍을 때 뭔가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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