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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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고, 특별히 경전이나 교리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상식선에서 불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꼭 그 지역의 유명한 절은 반드시 들러서 법당에서 절 삼배는 하고 온다. 한번씩 힘들고 지칠 때는 입에서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는 염불이 나오기도 한다. 이 정도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불교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불교대학같은 데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나이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선뜻 가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불교 관련 책을 자주 찾아보며 불교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고 있다.

한승원의 <사람의 맨발>은 싯다르타의 삶을 그린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본 비구니 스님인 세토우치 자쿠초의 <석가모니>와 많이 닮아있었다. <사람의 맨발>은 싯다르타의 출생부터 출가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 반면, <석가모니>는 싯다르타가 열반에 들기 얼마 전의 시점에서 그의 수제자인 아난다가 부처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출가하기까지 왕국의 태자로서의 삶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것 같아 이 소설이 참신하다고 느껴졌다. 태자로서의 싯다르타는 생각이 깊고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하기는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 면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여자, 색이었다. 전륜성왕이 되거나 부처가 되거나 둘중에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한 태자가 혹여라도 출가하여 부처가 될까봐 일부러 혼인을 서둘렀는데 세 아내 중 한명, 야소다라에게 푹 빠진 것이다. 자비로운 부처님이 된 싯다르타라면 세 아내를 골고루 아끼고 품어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태자는 세명 중 가장 아름다운 야소다라만 좋아하고 나머지 두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런 점이 의외였다.

전륜성왕과 부처의 갈림길에 있던 태자는 온갖 부조리와 부정, 계급차별 등이 '신의 뜻'으로 용서받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싯다르타가 아들이 태어난 직후 출가하여 사문이 되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 2장에서 출가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같은 문장과 같은 이야기가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던 1장보다 훨씬 사유할 것도 많고 흥미로웠다.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싶다면 세토우치 자쿠초의 <석가모니>를, 부처가 어떻게 태자로서 누리던 그 많은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했는지가 궁금하다면 <사람의 맨발>을 읽기를 권한다. 두 권 다 읽으면 부처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쉽게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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