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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정리 - 잡동사니를 버리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
루스 수컵 지음, 김현주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2016년 9월 12일 저녁 우리나라에 지진이 발생했다. 정확히는 경북 경주. 나는 부산에 20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집이 흔들흔들거리며 벽에 걸려있는 양면시계가 벽에 쿵쿵 부딪쳤다. 심각한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만3세 아이,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기, 그리고 나. 20층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대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필요한 아기 기저귀와 애들 갈아입힐 옷, 지갑 등을 가방에 꾸려 현관에 놔두고 아이를 재우려 방에 들어갔다. 벽에 걸려있는 액자, 책장, 옷장, 더워서 잠시 침대협탁에 올려놓은 선풍기까지 모든 것이 흉기로 변할까 겁났다. 내일 아침 눈뜨면 반드시 다 치워버려야지...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한 만족감이 아닌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삶의 방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두어달 전부터 미니멀라이프 관련 서적만 찾아 읽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되고, 유행했던 터라 일본인 저자가 쓴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한번씩 서양인이 쓴 책을 읽으면 조금 다른 관점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살펴 볼 수 있다. 이번에 만난 책 <멈추고 정리> 역시 루스 수컵이라는 미국인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미니멀라이프를 '집'에 국한하지 않고, 집(공간 비우기), 일상(관계 정리하기), 마음(집착 내려놓기)의 3부분으로 나누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소유하는 물건의 갯수를 줄이는 것만이 미니멀라이프는 아니지만 대부분 '내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둘러싸여 물건을 섬기고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결혼전부터 그리고 결혼후에도 맥시멀리스트였던 것 같다. 계속해서 물건은 늘어만 갔고, 물건이 있는 창고의 크기는 커져야 했다. 거기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품들까지 떠안으면서 물건에 잠식당하고 만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없는 것을 구분하고 필요없는 것은 정리해야 한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달라서 신선했던 것은, 집의 의미를 독자에게 물어본 것이다. 무조건 다 없애버리고 다 치워버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공간이며 누구와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 목적과 의미에 맞게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미니멀라이프의 의미가 동일하지 않다. 누군가는 모델하우스처럼 먼지 한 톨 없고 식탁이나 싱크대 위에 아무것도 없는 집이 미니멀라이프를 구현한 집이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싱크대에 수세미와 세제통은 손닿는 곳에 나와있어야 편한 집이 미니멀라이프를 사는 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강요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저자는 독자에게 먼저 생각을 해보고 움직이라고 조언하고 있어 그 점이 좋았다.
<심플하게 산다>의 도미니크 로로도 건강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 책의 저자도 스트레스 받는 삶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건강을 강조한다. 충분한 수면과 간단한 운동의 생활화, 종교 등으로 마음도 미니멀해지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종교 부분에서는 기독교 신자인 저자의 체험담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면 된다. 책을 읽고 취할 부분은 취하고, 버릴 부분은 버리는 것도 마음의 미니멀을 위한 방법이지 않을까?
매일 매일, 아니 매순간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 디지털라이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방법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 뭣할 수도 있지만, 읽은 메일은 즉시 삭제, 간단한 답장 미리 만들어두기, 주 이메일 사용하기, 디지털 사진은 그 때 그 때 정리하기 등등. 요즘 세대에 맞는 미니멀라이프 실행 방법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집을 미니멀하게 정리하고 점점 삶도 단순하게 살고자 하면서 미니멀라이프라는 생활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나 역시 경주 지진을 겪고 생존을 위해 미니멀라이프를 계속 고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인간관계까지 단순하게 만들어 내 삶이 간단명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