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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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브의 세 딸

 

사랑은 지나치면 광신적 신앙과 같다. 자신을 파멸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파멸시킨다. 삶은 언제나 변화한다. 원자가 끊임없이 움직이듯이 말이다. 삶의 형태는 원이고 그 중심을 신이라 부르든, 사랑이라고 부르든 중요하지 않다.

 

신을 찾으려는 노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신이라는 손가락을 잡으려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신에게서 하느님에게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페리 엄마의 행동에서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녀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얼굴에 보라색 점이 있는 아기의 환상은 페리에게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강도의 위험에서, 죽음의 문턱에서 보호해주는 수호신일까? 아니면 그녀가 고의적이 아닌 행동으로 죽게 한 쌍둥이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일까?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라는 존재는 한없이 무력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요구하는 순간, 언제나 하느님은 내 곁에 없다.

 

기독교, 천주교, 무슬림, 무종교인 그들은 저마다 편향적 의식을 가지며 살아간다. 튀르크에의 작가 엘리프 샤팍은 우리가 무언가 확신하는 것에 대한 편향적 사고를 경계하는 사고를 지니도록 심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슬람교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페리의 삶을 통해서 말이다. 옥스퍼드에서의 자유분방한 쉬린과의 만남도, 이슬람교도의 절대적 신봉자인 모나와의 만남도 그러했다. 페리는 그 돌중에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었다. 그들의 표현대로 그저 방황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쩌면 그녀들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주르가 그들의 신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는 게 왜 이리 복잡한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믿든 좀 단순하게 살면 좋지 않을까? 오늘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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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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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름에서 초가을 볕을 쬐면서 하늘을 날던 잠자리 떼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여름 장맛비가 끝나고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던 매미들은? 썩은 참나무 밑에서 발견되던 사슴벌레와 딱정벌레는? 곤충이 사라진 세상은 인류의 미래에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벌꿀이 사라지면 당장 우리의 식탁에서 사과나 딸기와 같은 과일을 맛볼 수 없다는 사실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인섹타겟돈은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곤충들의 멸종을 보고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이야기를 말이다. 엽기적인 것은 열대우림과 같은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비, , 개미, 나방 등도 모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러한 곳에서도 말이다.

 

인간은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인간들의 미래. 자연환경 파괴, 지구 온난화와 같은 인간이 벌여온 탐욕적인 결과는 자연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였다. 그 심각성은 코뿔소, 코끼리, 바다거북, 북극곰과 같은 자이언트 애니멀의 이야기만이 결코 아니다. 당장 삽을 들고 땅을 파보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심각함을 넘어 정말 위태롭기 짝이 없다.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곤충의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그들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자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테크노 월드를 꿈꾸며, 자율주행, 전기차 그리고 하늘을 나는 드론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지구의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세상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모든 것은 사상누각이 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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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 - 화제의 웹드라마 픽고 대본 에세이
이민지.고낙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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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

 

까다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 방정식. 대학의 풋풋한 사랑 내음이 가득하다. 때로는 파열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가슴속 어딘가에 잔잔한 설래임과 짜릿함을 느껴본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런 때가 있었어.’

 

쌉쌀한 와인 한 잔과 어울리는 머시멜로우와 같다. 낯설고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만나서 썸을 타고, 밀고 당기기 하는 일들이 그렇게 느껴진다. 연인 때문에 울고 웃고, 몸 안에 있는 기운이 모두 소진될 것, 같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우리는 가슴속 어딘가에 담아두고 있다. 정우와 소현이도 혁이와 민아도 희원이와 현수도 소현이를 바라보는 우식이의 마음도 모두 그러할 것이다.

 

누군가는 가만히 누워 있어도 가능한 것들이 나는 죽어라 뛰어야 얻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보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보라의 말에 공감한다. 미래가 없는 삶 속에서 그들은 자기들의 희망의 닻을 내린다. 부디 거기가 낙원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에게도 진실한 사랑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사람을 만나서 힘을 얻고 즐거움을 맛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을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수족냉증 때문에 맨발로 다니는 희원이는 남의 관심사가 버겁다.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냥 내버려 둬. 내 맘대로 하게. 벙거지를 쓰고 과실 앞에서 소파에 누워버리는 그녀를 친구들은 마치 기인을 보듯이 대한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이 기인의 행동을 유발한 것은 아닐까? 내 주변에도 하나 있긴 하지.

 

무엇이 정답일까? 그냥 되는 데로 살면 되지.

무엇이 정답일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무엇이 정답일까? 할 일 되게 없네.

 

그래,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게 바로 잘 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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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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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세계사

 

감탄의 연속이다.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섬세한 조각들은 마치 그 시절의 영웅들이 살아서 내게 뭔가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여러 세기에 걸쳐서 새겨진 흉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습을 통한 인물들의 특징을 넘어서 그가 가진 감정마저도 느껴질 만큼 매우 섬세하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수 세기의 문명의 흔적들은 그렇게 고스란히 조각들로 나타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자의 몸을 빌린 조각들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명의 특징이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인간의 비참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뛰어난 상상력과 예술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런데 코들이 왜 없지? 흉상들에 새겨진 오뚝한 콧날이 뭉그러지고 없어진 채 있다는 게 자연의 풍화 탓인지, 아니면 그 부분을 일부러 훼손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리스 남자들의 그곳은 아주 잘 보존되어 있는데 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고일 조각상을 보라. 이게 교회의 지붕의 오수관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새의 머리와 인간의 몸의 합성을 한 이 기괴한 괴수는 빗물을 몸으로 받아서 오로지 지상으로 뿌릴 뿐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이 모습을 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50이 넘어서 이 모습을 보았기 망정이지, 어릴 때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불에 프랑스 노트르담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비너스의 아름다운 조각상만 알았던 나는, 이제 새로운 세상의 눈을 뜨고야 말았다. 신과 인간의 관계와 삶과의 죽음 사이에 놓인 인간들의 번뇌가 나의 뇌리에 새겨진 역사의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제 위치로 가져다 놓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렇게 이 책을 내 마음에 수 놓기 시작했다. 베일에 싸인 처녀는 기각 막힌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로댕과 카미유의 작품인 불멸의 우상은 누드모델 남녀가 포르노를 찍는 장면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이 작품이 에로틱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 마음이 수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술과 만나게 된다. 그것이 시대의 자화상이고 나의 모습이다. 시대를 거슬러 아름다운 조각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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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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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마사두 지 아시스

 

격동기 19세기의 후반의 브라질. 그 시절 전쟁의 암운은 소리 없이 안개가 깔리듯이 세상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라는 분열되고, 사람들은 가난했으며, 페스트나 콜레라와 같은 이질성 질병이 창궐하였다. 사람들은 꿈보다는 빵 한 조각에 생명을 의지하였고, 거리에나 공원에서나 부랑자들이 넘쳐났다. 아마도 그곳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아코디언 선율도 그들에게는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처절한 절규였을 지도 모른다.

 

() 카즈무후(무뚝뚝)- 무뚝뚝한 경은 그렇게 나타났다. 브라질의 지주계급이고 귀족인 집안의 아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에 따라야 했다. 그의 아름다운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천주님께 아들을 사제로 바치겠노라고 맹세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사춘기를 운명에 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어디 인간의 삶이 그리 간단하던가? 누군가는 손바닥의 손금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걸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운명을 따를 것인가? 사랑을 따를 것인가? 동 카즈무후는 둘 다였다. 둘 다였다고? 그것은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오해는 마시라. 나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일인칭 대화 방법으로 말한 것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사랑하는 카피투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그녀의 갈라진 머리칼과 아름다운 팔과 반달눈까지도 그의 전부였던 그 시절. 그리고. 에스코바르.

 

뜻하지 않은 운명적 만남은 때로 예기치 않은 사건들의 끝을 맺는다. 그때는 그걸 왜 모를까? 당연하지. 그걸 안다면 모든 인간은 육체를 벗어나서 하늘을 날고 있겠지. 하느님의 천사들인 그룹들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것도 추잡한 인간 말이다. 동 카즈무후도 그러했다.

 

우린 때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홍시 껍질을 통째로 씹어먹어 버리고 싶은 충동처럼 말이다. 씻지도 않은 채, 누군가의 손으로 더럽게 만져졌을 저 홍시를 말이다. 동 카즈무후도 그러했다.

 

그렇게 동 카즈무후와 그의 사랑하는 카피투와 그의 절친 에스코바르는 이야기의 끝을 장식했다. 내 손과 입술에 여기저기 묻어버린 홍시처럼 말이다. 달지도 안 달지도 않은 그들의 삶과 죽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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