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조각의 세계사

 

감탄의 연속이다.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섬세한 조각들은 마치 그 시절의 영웅들이 살아서 내게 뭔가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여러 세기에 걸쳐서 새겨진 흉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습을 통한 인물들의 특징을 넘어서 그가 가진 감정마저도 느껴질 만큼 매우 섬세하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수 세기의 문명의 흔적들은 그렇게 고스란히 조각들로 나타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자의 몸을 빌린 조각들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명의 특징이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인간의 비참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뛰어난 상상력과 예술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런데 코들이 왜 없지? 흉상들에 새겨진 오뚝한 콧날이 뭉그러지고 없어진 채 있다는 게 자연의 풍화 탓인지, 아니면 그 부분을 일부러 훼손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리스 남자들의 그곳은 아주 잘 보존되어 있는데 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고일 조각상을 보라. 이게 교회의 지붕의 오수관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새의 머리와 인간의 몸의 합성을 한 이 기괴한 괴수는 빗물을 몸으로 받아서 오로지 지상으로 뿌릴 뿐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이 모습을 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50이 넘어서 이 모습을 보았기 망정이지, 어릴 때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불에 프랑스 노트르담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비너스의 아름다운 조각상만 알았던 나는, 이제 새로운 세상의 눈을 뜨고야 말았다. 신과 인간의 관계와 삶과의 죽음 사이에 놓인 인간들의 번뇌가 나의 뇌리에 새겨진 역사의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제 위치로 가져다 놓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렇게 이 책을 내 마음에 수 놓기 시작했다. 베일에 싸인 처녀는 기각 막힌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로댕과 카미유의 작품인 불멸의 우상은 누드모델 남녀가 포르노를 찍는 장면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이 작품이 에로틱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 마음이 수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술과 만나게 된다. 그것이 시대의 자화상이고 나의 모습이다. 시대를 거슬러 아름다운 조각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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