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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동 카즈무후- 마사두 지 아시스
격동기 19세기의 후반의 브라질. 그 시절 전쟁의 암운은 소리 없이 안개가 깔리듯이 세상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라는 분열되고, 사람들은 가난했으며, 페스트나 콜레라와 같은 이질성 질병이 창궐하였다. 사람들은 꿈보다는 빵 한 조각에 생명을 의지하였고, 거리에나 공원에서나 부랑자들이 넘쳐났다. 아마도 그곳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아코디언 선율도 그들에게는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처절한 절규였을 지도 모른다.
동(경) 카즈무후(무뚝뚝)- 무뚝뚝한 경은 그렇게 나타났다. 브라질의 지주계급이고 귀족인 집안의 아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에 따라야 했다. 그의 아름다운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천주님께 아들을 사제로 바치겠노라고 맹세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사춘기를 운명에 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어디 인간의 삶이 그리 간단하던가? 누군가는 손바닥의 손금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걸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운명을 따를 것인가? 사랑을 따를 것인가? 동 카즈무후는 둘 다였다. 둘 다였다고? 그것은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오해는 마시라. 나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일인칭 대화 방법으로 말한 것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사랑하는 카피투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그녀의 갈라진 머리칼과 아름다운 팔과 반달눈까지도 그의 전부였던 그 시절…. 그리고…. 에스코바르….
뜻하지 않은 운명적 만남은 때로 예기치 않은 사건들의 끝을 맺는다. 그때는 그걸 왜 모를까? 당연하지. 그걸 안다면 모든 인간은 육체를 벗어나서 하늘을 날고 있겠지. 하느님의 천사들인 그룹들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것도 추잡한 인간 말이다. 동 카즈무후도 그러했다.
우린 때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홍시 껍질을 통째로 씹어먹어 버리고 싶은 충동처럼 말이다. 씻지도 않은 채, 누군가의 손으로 더럽게 만져졌을 저 홍시를 말이다. 동 카즈무후도 그러했다.
그렇게 동 카즈무후와 그의 사랑하는 카피투와 그의 절친 에스코바르는 이야기의 끝을 장식했다. 내 손과 입술에 여기저기 묻어버린 홍시처럼 말이다. 달지도 안 달지도 않은 그들의 삶과 죽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