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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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언덕 위에 평원에 꽃이 피면 제비가 날아서 벌레를 잡는다. 야자나무 열매는 코를 자극하고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는 물보라를 일으키고 저 멀리 수평선에 노을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산에는 산양과 사슴이 뛰어다니고 날렵한 야생닭과 살찐 토끼들이 풀을 뜯고 있다. 바로 이곳이 낙원이 아닌가?

 

이 소설의 배경은 모아이상이 즐비하게 서 있는 이스터섬이다. 그곳에 살던 단이 족 사람들이 누리던 환경이 바로 낙원이었다. 낙원 태초에 인간이 살았다는 그 낙원 말이다.

 

하지만 낙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로 이방인들에 의해서. 철저히 파괴되고 사라졌다. 심지어 산양도 사슴도 사라지고 토끼와 닭도 찾기 힘든 황폐한 섬이 되어갔다.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서구 문명의 팽창주의로 인하여 태평양의 섬 그리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되었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은 노예의 신분으로 그렇게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짓밟힌 낙원을 등지고 대양을 바라보는 석상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먼바다를 건너 문명의 이기주의에 빠져 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서 자꾸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스터섬의 마지막 족장의 노래를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의 그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슬프도록 아름답고 처절했던 그들의 낙원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들이 부르는 처절한 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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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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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파블로야! 너는 대체 어디가 집이니? 칠레니 에콰도르니 아르헨티나니 뉴욕이니 아니면 페루니? 도대체 파블로가 왜 이렇게 많아?

 

누군가 말했다.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고 정말 그럴까? 나는 왜 후진국에 사는 아이들이 힘들게 사는지 어릴 때는 정말 몰랐다. 태평양의 야자수의 그늘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의 노을이 누구에게는 환상적이겠지만 누구에게는 힘들고 힘든 삶의 하루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 전 세계 수많은 파블로들이 살고 있다. 가난한 파블로들이 말이다. 이 책의 파블로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게 죄라면 난 신을 결코 용서하고 싶지 않다. 신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어릴 때 모두가 파블로였다. 우리의 아버지들도 할아버지들도 하나같이 전쟁과 격동기에 성장한 파블로들이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는가? 어제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 세계의 파블로들을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 도와달라고 외쳤다. 바로 유니세프 제단에서 나온 여성분이 자진 모금 서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얼마 되지 않은 소액의 돈이 그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기꺼이 서명하고 나오는데 수많은 파블로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난 이 책에 나오지 않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파블로들을 알고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에 팔려온 아이들. 하루종일 광산에 흘러들어온 화학물질이 있는 웅덩이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피부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물질주의와 탐욕에 눈이 먼 어른들이 아이들을 노예로 만들고 학대하고 있다.

 

그들은 형제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다. 지금 우리가 잘 먹고 잘사는 이유는 우리 앞에서 고생하고 살다간 수많은 파블로들 덕분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전 세계의 수많은 파블로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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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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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꿈 많았던 어린 시절.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아도 난 언제나 좋았다. 구름 속에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었고 꼭 나를 위해 나에게만 비추는 것 같았다. 마치 슈퍼맨 이 하늘을 날면 구름을 뚫고 찬란한 태양이 대기를 가르듯 내 인생이 그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청춘의 시간 그 아름답고 소중해야 할 우리의 시간은 수증기 머금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다. 독자로서 50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10대가 있었다. 그 시절 난 6만 시간에 나오는 서일이도 보았고, 영준이도 알았고, 짱구 형도 만났다. 일밖에 모르는 치킨집 사장 서일이 아버님도 본 적 있고, 허세 가득한 신 의원이란 사람도 만난 것 같다.

 

나의 6만 시간은 마치 어릴 적에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고 건너곤 했던 다리와 같았다. 다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시간이 흘러도. 세월이 흘러도 말이다.

 

짱구의 말처럼 청춘의 시간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기에도 아까울까? 후회하고 가슴을 쳐도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이 그토록 아까울까? 나이가 들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머리가 하얗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이 나이에도 그 시절이 그리 그립지는 않다. 너무 아프고 슬펐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내 모습이 아름답고 소중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 내 시간이 소중하고 좋은 것은 왜일까? 비로 소야 깨달았을까?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아픔이고 슬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빛과 향기를 뿜어내는 향초처럼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그 시간이 소중한 것일까?

 

그렇게 영준이는 자신의 원망을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있었고, 그렇게 서일이는 자신의 아픔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일까? 행복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나를 이해하게 해주었다. 지금 내 삶이 누군가를 미워하기에는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청춘의 6만 시간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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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신드롬 블랙홀 청소년 문고 11
박경희 지음 / 블랙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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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신드롬

 

슬프다. 지독하게 슬프고 아프다. 집을 나와 거리에서 춤을 추는 은휘나 엄마를 위해 성당에 나가고 거기서 만난 남자 친구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미지나 지독한 가난과 열등감으로 원조교제를 하는 리나 그리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무작정 아빠를 따라 머나먼 아프리카로 간 해미 그리고 진주와 설화.

 

너희들은 왜 아프니? 꼭 시지프스가 무거운 바위를 언덕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처럼 아무 목적도 아무 희망도 없는 거니? 라고 누군가 묻고 싶겠지만, 나는 안다. 너희들의 삶은 그저 태어났기에 그저 숨을 쉬고 살아있기에 겪는 고통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이다.

 

전에 내가 알던 17세 가출 소녀가 있었다. 그 아이는 부모를 따라서 종교집회에 나오고 또 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사라졌어. 그렇게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만날 수 없었지. 태연하게 종교 활동을 하는 그 아이의 엄마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지. 그 타는 속을 누가 알겠느냐마는. 그리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댔지. 어쩌면 가출을 하고 어린 나이에 남자를 사귀고 공중화장실에서 쭈그리고 자다가 잡혀 오고 저렇게 뻔뻔스러운지 말이야. 그렇게 사람들은 수군댔어. 결국, 그 아이가 다시 발붙이지 못하고 또다시 보이지 않았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 아이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한 번 사줄걸, 아니 그 또래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라도 한 번 사줄 걸 그랬어. 아무 말 없이 그저 아무 말 없이 말이야.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더군다나 가족이 아닌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더 그렇겠지. 그래서 더 남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은휘야, 미지야, 리나야, 해미야, 진주야, 설화야. 너희들이 자신들을 판단하고 손가락질하는 어른들은 참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들이야. 어쩌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마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거 아니? 그걸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면 아마도 너희들의 인생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성에 대한 너희들의 인식도 아름답게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책을 읽고서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니 속이 후련했다. 17세를 바라보는 내 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름을 한번 불러보았다.

하윤아! 그냥 불러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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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전쟁
캐시 케이서 지음, 황인호 그림, 김시경 옮김 / 스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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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전쟁

저자 캐시 케이서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신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영감을 얻어 청소년들을 위해 클라라의 전쟁을 쓴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홀로코스트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코슬로바키아 서부 지역을 침공하고 게토라고 불리는 유대인 집단 수용소로 보낸다. 클라라의 가족은 게토의 테레진 이라는 마을로 가게 된다. 이곳에 4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수용되었다.

 

평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낯선 곳에 오게 되고, 게다가 부모와도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 다른 죽음의 수용소에 비해 환경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곳 역시 굶주림과 질병, 너무 많은 수용 인원, 죽음의 수용소로 가게 될 통지서를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생각해 보면 결코 나은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처럼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고 부모님께 말만 하면 뭐든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철없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장소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는 곳이다.

 

클라라의 아빠는 의사였기에 진료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엄마는 급식 배분을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클라라와 동생 베드로는 다른 수용자들에 비해 좀 더 나은 입장이었다. 그에 더해 그곳에서 절친인 한나와 나란히 침대를 쓰게 되고, 야곱이라는 청소년의 도움으로 베드로 역시 잘 견디며 생활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려움 가운데 청소년들이 생활하면서도 서로 돕고 생각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남보다는 나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랑의 특성들을 나타냈기에 수용자들이 그나마 견뎌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오페라 <브룬디바르>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수용소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던 청소년들. 책 속의 내용만을 볼 때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작가인 캐시 케이서의 말을 보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었다. 나치는 유대인들에게 이러한 문화행사를 허락한 이유가 유대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교묘한 속임수에 유대인들이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게다가 국제 적십자단의 방문자들을 속이기 위해 잔디를 까고 꽃을 심는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브룬디바르>를 성공적으로 공연한다. 나치의 철저한 속임수에 적십자단의 방문자들은 만족하고 떠난다.

 

이 책을 읽는데 정치인들의 속임수나 일부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치처럼 잔혹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다르지 않을 듯 싶다. 정부의 법망을 피하는 방법이나 꽤하거나 보이기식 행정을 펼치려는 사람들이 이제는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어려운 시련 가운데서도 희망이 가지는 힘과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 나아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 말만 하면 부모님이 척척 알아서 해주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현재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고마움을 느끼길 바란다. 그리고 어려움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내하며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발견하는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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