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신을 고집한 적이 있다. 스물여덟 삼 년 동안 꼬신 남자가 내 연인이 되고나서 그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여자란 존재에 대한 생각, 언제나 짠하고 존경스럽고 그 마음이 알고 싶고 무엇이든 드리고 싶은 어머니와 그녀가 겪었던 결혼생활과 그와 함께 동반해 온 폭력과 그녀가 버젓이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수없이 봐야 했던 남편에게 얻은 상처 등, 그 많은 것들이 여자 어른의 세계를 무조건 배척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라나게 했다. 

그런 시기에 봤던 책,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읽고 나서 위안이 또는 그 반대가 되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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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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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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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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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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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부터 어른이긴 하지만 뭔가 부족한 어른인 듯한 생각만 가득 들어서 별다른 경험도 크게 없는 나는 간질간질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다음 리스트에 없는 책도 아주 많다, 싸이월드를 시작한 때부터 리뷰를 쓰기 시작했으니 한 칠 년 정도 읽었던 많은 책들은 그저 머릿속에 가느다랗게 자리잡고 있을뿐, 활자로 남겨두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음 소개하는 책에는 아주 야한 책도 있고 이론만 야한 책도 있고, 정말 소개하고 싶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나,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같은 작품은 판매금지 처분되어 알라딘 리스트에 떠오르지조차 않으니 소개하려해도 할 수 없는 설움이 있다. 

뭐, 내가 이러한 책을 읽으며 올바른 은밀한 어른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나에게 아주 큰 도움을 줬던 책이었으므로 내 자식 같은 마음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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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눈물
죠르주 바따이유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과의식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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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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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서갑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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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미주의자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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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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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부터는 반가격 한다는 책이 있으면 웬만하단 생각이 드는 경우 사버린다. 그것 참, 슬픈 현실이다.

불안을 읽으니 내가 왜 불안이란 단어를 옆에 끼고 살지 않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불안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지껄여대는 뒷얘기는 무시하고,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생각하고, 삶에 '기대'라는 무의미한 짓은 되도록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까보다는 당장 내가 없더라도 힘든 일을 당한 주변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고 아쉬워 하고, 나도 모르는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가끔씩 들려오는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의 막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말이다.

85쪽부터는 당시에 발생한 온갖 이론들을 죄다 갖다 대며 계급세상에서 능력세상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 엥겔스의 영국 노동계급의 조건 등의 이론을 사용했다.

불안의 원인을 사회, 역사적으로 살펴보다가 150쪽부터는 불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그 첫 번째는 지적인 염세주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고 하찮다는 것, 그들의 시야가
편협하다는 것, 그들의 감정이 지질하다는 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 그들의 잘못이 수도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는 철학적 염세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예라고 한다. 지적 염세주의자가 되려면 자기 가치판단을 정확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작가가 추구하는 표가 때로는 친절하지 않음이 이번 작품을 통해 드러났다. 184쪽에서의 표는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예'라는 것은 다수가 알 만한 것이어야 하는데, 보통은 가끔 그것을 잊은 채 매진하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작가는 철학,예술,정치,기독교에 이르는 원인과 함께 그에 대한 해법을 이끌어내고 있다. 예술은 불안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고, 저이는 불안의 원인이 계속 바뀌어 왔고 바뀔 수밖에 없다며 역사를 사용해 예를 들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 부분에서의 해법은 너무 허무하다. '니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고 죽음을 생각하며 편안함을 느껴라' 식의 글을 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이 훨씬 편하고 좋다.  

아래는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83쪽, 4줄 : 이빨 ->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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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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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 때 초록색으로 쳐진 줄은 나의 독서적 집중을 막을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라는 자신감으로 샀는데 아, 오만이었다.
두 권의 두터운 책이 끝날 때까지 죽죽 쳐진 밑줄은 독서에 크나큰 방해가 될뿐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다시는 줄그어진 헌책을 사지 말아야겠다.

이 작품을 두고 교양서적이니, 시대서적이니 등등 하는 말이 많은데
난 그냥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로만 읽었다.

인형극을 시작으로 연극에까지 관심이 뻗친 빌헬름이 연극을 위해 여러 사람과 지역, 상황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엮었다. 그저 심어둔 인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사람들이 뒤로 갈수록
의미를 갖고 존재가 되어가기 시작하거나 존재가 되었을 즈음 죽음을 맞이한다.  이는 우리 삶의 참모습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1권 463쪽의 다음과 같은 글을 보면 수백 년이 지나도 남자들은 바뀌지 않을 종자임에 분명하다는 억측이 문득문득 다가오곤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꾀꼬리의 노래 소리,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솰솰 거리는 바람 소리, 또는 건반을 치고 나팔을 불어대는 온갖 악기들의 소리가 좋다 해도, 나는 그 또옥 또옥 하는 소리의 편입니다. 또옥 또옥 ! 이 소리야말로 언제나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해서
듣고 싶은 후렴시의 가장 아름다운 주제이지요.'

작품이 연극에 관한 것이다보니 화자의 얘기나 작중 인물의 이야기가 대부분 연기와 배우에 관한 것이 많다.

466쪽에 보면 '낭독과 감정이 실린 낭송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을 그 사람처럼 그렇게 잘 지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란 말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글로 보기보다 실제로 들어봐야 그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인데 이 정도의 표현가지고는 참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471쪽.
역할을 맡는 부분에 관한 것으로, 호리호리하고 미남형인 빌헬름이 책에서 이미 뚱뚱하다고 표현된 햄릿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 사이에서 오는 인물에 대한 괴리감에 불만이 터지고 마는 아우렐리에. 이는 겉모습뿐 아니라 연출이 의도하는 배우와 실제로 배우가 연기하는 역할이 얼만큼 일치할 수 있느냐 하는 그 어려운 문제까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475쪽에서 제를로가 말하는 배우의 자세는 지금도 필요한 것,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고 또 할 수 있는 배우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정말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그가 제시하는 배우의 상은 아주 이상향에 근접하고 있다.

배우는 누구나, 멋있고 칭찬받을 만하고 화려한 배역을 받으면 매우 만족해 하지요. 그러나 자만심에 가득차서 마치 자신이 아주 그 배역의 주인공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남도 자기를 그렇게 보아 주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배우가 대부분이고, 그 이상을 행할 줄 아는 배우는 아주 드물어요.
작품에서 원작자가 생각한 것이 무엇이며, 한 배역을 충분히 해내려면 자기의 개성을 얼마나 죽여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는 이제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확신을 통해 관객도 마찬가지로 그런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겠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표현력의 내면적 진실성을 통해 무대를 신전으로, 그리고 마분지를 숲으로 변해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고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지요.
정신의 이런 내적인 힘을 갖추어야 비로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고,  이와 같은 허구적 진실을 보여줘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2권의 처음부터 117쪽까지는 '어느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종교적 체험을 어느 여자의 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녀가 63쪽에서 말하고 있는 종교적 감정과 종교를 위한 열성은 지금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종교적 열성에 기운 나머지 종교적 감정을 잃고 강요하거나 본질을 잊고 종교생활을 하는 신자가 이 세상에는 넘쳐나기 때문에.

아래는 142쪽에서 빌헬름이 연극하는 사람들에 관해 말한 부분이다.

각자가 모두 제일인자 행세를 하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존재인양 행동하려 듭니다. 각자가 모두 다른 모든 사람들을 배척하고 싶어하고, 자기가 타인들과 함께 어울려서는 아무 일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굉장히 독창적인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낡은 관습을 벗어나는 것을 소화해 낼 능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불안하게 서성대지요. 그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면 격렬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다만 아주 보잘것 없는 자부심, 극히 편협한 이기심이 그들을 간신히 서로 묶고 있을 따름입니다. 상호간의 예의라고는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고, 음험한 악의와 비방하는 욕설을 통해 영원한 불신이 조장됩니다. 방종하게 생활하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는 어리석게 생활하고 있단 말입니다. 저마다 다 무조건 존경받으려 하고, 지극히 사소한 비판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요. 자기는 이미 그런 것쯤은 모두 훤히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항상 그 반대로 해왔을까요? 그들은 항상 명예에 굶주린 상태이며 항상 남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이성과 훌륭한 취미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고,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멋대로 부여한 절대권위를 유지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야르노는 그가 말한 모습이 비단 연극하는 사람들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모습은 세상 전체를 묘사한 것이라고.

대략 열 개 정도의 일터를 전전했던 것 같은데 그 중 위와 같지 않았던 데는 단 두 군데밖에 되지 않는다. 도대체가 사람들은 서로 헐뜯기 바쁘고 누굴 칭찬할 줄도 모르고 예쁘게 말할 줄도 모른다. 물론 저런 말은 누굴 향해 할 말이 아니라 그저 거울을 보고 해야 할 말에 불과함을 알고는 있지만, 그 때마다 얻는 우리의 상처는 참 이루 말할 수가 없다.

251쪽에서는 친구 베르너가 그동안의 모습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경험을 한 빌헬름은 누가 봐도 어느 면으로든 성장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이처럼 우리도 사회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더 큰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것이란 말. 중요한 것은 개인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것, 누가 뭐라고 하든.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들 말하지!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서- 내게 장담하기를,
자네가 어떤 방탕한 젊은 귀족과 함께 살면서 그에게 여배우들을 소개해 주고 돈을 탕진하도록 부추기고 있으며 그가 자기의 온 친척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모두 자네 탓이라는 거야.
내가 연극계에서 뼈가 굵으면서 갖은 고약한 험담을 다 삭여내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 훌륭한 분들을 위해서도 화를 내고 말았을 거야.
우리의 행동이 그 사람들에게는 단지 산발적인 단편으로밖에 나타나지 않아, 그리고 선과 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 일어나고 대개는 아주 대수롭잖은 현상이 노출된 따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물의 극히 일부분밖에 볼 수 없거든.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우리의 행동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눈앞에 남녀배우들을 높은 무대 위에 올려놓고 사방에서 불을 환히 밝혀준다고 치세. 그래서 한두 시간 안에 전체 작품의 공연이 끝났네.
하지만 그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아는 사람이란 원래 드문 법이지.  

아래는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권>
121쪽, 8줄 : 찾아볼래야 -> 찾아보려야
139쪽, 9줄 : 길다란 -> 기다란
162쪽 밑에서 7줄/ 517쪽,518쪽 밑에서 8줄 : 빨강색 -> 빨강
185쪽 7줄 : 뗄래야 -> 떼려야
436쪽 밑에서 12줄/ 504쪽 밑에서 9줄 : 검정색 -> 검정
476쪽 9줄 : 깨우치다 -> 깨치다
496쪽 밑에서 4줄 : 멈출래야 -> 멈추려야
519쪽 3줄 : 맞춰보시지요 -> 맞혀보시지요
522쪽 11줄 : 그들 둘이가 -> 둘이

<2권>
57쪽 9줄 : 들리곤 -> 들르곤
78쪽 밑에서 4줄 : 이빨 -> 이
413쪽 9줄 : 전해드리지까지는 -> 전해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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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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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가 생겼다, '마야 안젤루'라는.
표지에서 어마어마하게 소개하는 사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을 만큼의 내 무식에 원통해 하며 머리를 짓찧는다.

책을 받는 순간 '어 되게 얇네, 이걸 읽고 과연 제대로 된 리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난 멀었다.
이 책은 읽는 족족 내 이야기가 태어나는 좋은 책이었으니까.

♠하나♠ 고향
나는 ㅇㅇ에서 태어났고, ㅇㅇ에서 자랐으며...라는 사실.
그렇다. 그것은 실제로 사실에 불과했고 나란 아이의 실상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온전한 어른이 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는 우리에게 '내면의 순진무구 고향'이라는 정체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는 그 고향이 없다면 상처에 풍덩 빠진 우리는 무엇에 기댈 것인가!  

♠둘♠ 베푼다는 것은...
이 글이 뻔한 자선사업으로 끝날 것이란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녀는 미소로 베푼다고 했다. 나 역시 친절한 말과 미소로 생을 사는 편인데, 사실 나는 베풀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나를 위한, 내가 먼저 미소짓고 친절하게 굴면 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인간
관계에서의 상처 때문이었다. 내 미소와 친절이 베풂이 될 수 있다니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미소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참 인상깊다.
저런 지혜로운 어머니가 그녀와 같은 딸을 존재케 했음에 틀림없다는 내 결론, 물론 근거는 없다.

♠셋♠ 계시를 받은 날
고등학생인 그녀가 성관계 한 번에 덜컥 아이를 가졌는데까지만 있고, 아버지 없는 아이를 기른 과정은 빠져 있다. 그저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아들을 얻은 행복한 어머니인 것이다.
그래서 그 날은 그녀 인생 최고의 날인 것이다. 

♠넷♠ 아이를 낳는 것에 관하여
아!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뒷모습 그림.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
졸업을 앞두고 임신한 우리 나라 고등학생의 풍경과 매우 다른 분위기. 글쎄, 뭐가 옳은지는 따지기 힘들겠지만 생명은 무조건 축복받을 문제란 것! 그녀는 그녀의 가족이 자랑스러울 만하다.

♠다섯♠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우연히 마크를 만난 것이고, 필연적으로 그녀를 강금,폭행한 마크에게서 벗어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이 부분에서 책장을 넘기기 힘들다는 느낌을 영원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때 생긴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여섯♠ 솔직한 대답
그녀의 어머니 비비언 백스터는 다른 국적의 사람임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걸 보니 국적, 인종을 불문하고 사람 사는 게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잘 지내냐고 묻는, 진짜 궁금해서가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사용하게 되는 거짓 인사들! 하지만 딱히 다른 말을 찾아내기도 어려운 애매한 건네기 인사.
그녀는 진실을 말하자고 하는데 보자마자 " 너 역시 어쩔 수 없는 유행 따라가기쟁이구나, 그 옷은 최근 부아걸이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그 촌스러운 복고풍 의상이잖아."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생각해 볼 거리가 없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일곱♠ 천박한 문화
외모나 좋지 않은 성향을 개그소재로 삼는 문화를 천박하다고 표현했다. 나 역시 요즘 우리나라에서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막말개그를 마뜩치 않게 생각하던 차였다. 충고라는 것은 아주
친근한 사이에서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방향까지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행해져야 상대방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여덟♠ 폭력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종종 전문가들이 강간을 용인할 수 있고, 심지어 납득할 수 있는 사건으로 간주하기도 하나보다. 그런 말을 내뱉은 것들은 비역 전문 강간범에게 심한 폭력 속에서 제대로 한 번 당하게 한 뒤 혀를 잘라 드려야 한다.  세상에는 '이론' 속에 가둘 수 없는 행동과 사건도 있음을 그것으로써 똑똑히 알 수 있도록.
강간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가 돼서는 안 된다.

♠아홉♠ 어머니의 지혜
보통의 처세책은 '남 얘기'로 치부하기에 바빴는데, 신기하게도
그녀가 엄마 얘기를 하면 난 어느새 내 얘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엄마 나 독후감 대회 3등 했어요.'
'어디서 주최한 것인데?'
'인터넷 서점이요.'
'역시 우리 막내는 대단한 아이야.'

마야! 나 역시 우리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는 다섯 딸을 혼자 힘으로 바르게 키워 주실 만큼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세요, 이 험한 세상에서 말이에요.
내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요? 그래요, 나도 술을 마시고 때때로 욕도 하는 나쁜 습관을 고쳐야겠어요!

♠열♠ 모로코가 준 선물
생각이 몸을 지배하는 무서운 경우를 다룬 내용.
바퀴벌레로 착각한 건포도 네 알과 무슨 일이 있어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할머니의 엄격한 가르침.
그런데 그게 건포도가 아니라 진짜 식용 바퀴벌레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열하나 ♠ 오늘 나는 축복 받은 사람
나 역시 누구보다 '긍정'을 위해 노력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이다.
내 아이와 남편이 생기면, 지켜야 할 대상이 생기면, '어딘가에 목을 매달 수만 있다면'이 가끔의 습관으로 나올 만큼의 나의 부정한 생각들도 사라질 것이란 막연한 희망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래 계속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오늘을 즐기지 못한다.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열둘♠ 낯선 사람과 친구되는 법
그녀를 친했던 누군가로 착각한 어느 여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던 그녀와, 착각한 그녀가 친구가 된 신기한 경험. 우연으로써 만난 그녀가 사실은 마야의 필연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 생이란 놈은 우연을 가장해서 필연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녀,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글쓰기를 한다.

♠열셋♠ 빛나는 무대에 서서
'셀리아 크루스' 덕에 그녀는 음악 없이 시를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나는 과연 무대에서 어떤 예술가로 보였을까?
어중이 떠중이 가벼운 단역 배우?
셀리아 크루스가 궁금해서 찾아 음악을 들어보았다.  분명 날로 들으면 더욱 큰 감동을 줄 것만 같은, '마음'을 노래하는 사람이었다.  

♠열넷♠ 시작은 작은 빛에 불과했으나
모든 인간에게 와서 살 수 있는 자유를 준 이민의 나라가 행하는 인종차별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백인 우월주의는 정말이지 끝도 없다.
더 말해 무엇할까! 피내 루 해머와 미시시피 자유민주당, 그들이 역사의 어깨를 딛고 서서 미국인 들의 등에 업혀 있던 악마를 끌어내렸다고 말하는 그녀.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악마를 등에 업고 살고 있나?
아...너무 많구나.

♠열다섯♠ 교양에 관하여
아!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교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겸손한 태도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우리는 교양을 잘못 알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양을 떠올려 볼 일이다.

♠열여섯♠ 불멸의 은막
아무래도 입을 열면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과 여러분의 전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진심이 불쑥 튀어나올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진심'이란 단어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쓴 것일까? 문장이 조금 이상하다.  

이에 대한 답을 출판사 측에서 받았는데 그녀의 진심, 그러니까 모든 것을 가진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워서 한 말이라고 한다, 어쩌면 내가 마야 언니를 너무 비뚤어진 시각으로만 봤기 때문에 '진심'이란 단어를 반어법이나 빈정거림이 아닐까 생각했던 듯싶다. 부끄럽다.

각설하고, 그녀는 색 때문에 겪은 부당함을 진정으로 극복했을까? 그래, 마지막 말처럼 그저 기운을 낼 뿐이겠지.

♠열일곱♠ 나를 사랑한다는 것
너무 후련한 일화다. 물론 드라마 제작 거절 뒤에 참은 다음과 같은 말은,  

" 장담하건대 나 같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을 걸요.
나는 위협을 당한다 싶으면 이기겠다는 각오로 싸우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그쪽보다 서른 살이나 많고 다혈질로 유명하다는 건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요. 싸움이 끝나고 내가 그쪽을 무찔렀다 싶으면, 내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고통과 기쁨과 두려움과 영광을 상대도 못 가리고 까불어댄 여자 하나 이기는데 썼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질 테고, 나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겠죠.
반대로 그쪽이 나를 이기면 좌절감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 집어 던지기 시작할 거고요."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여자인지 알 수 있게 해줌은 물론이다.
 

♠열여덟♠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아직 많은 사람을 보낼 만큼 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녀의 책을 다시 들추어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자신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되뇌게 되겠지.
내가 그녀처럼 일흔이 넘게 된다면.

♠열아홉♠ 위로의 말
그야말로 위로의 말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스물♠ 내 삶의 닻을 내릴 곳
설명하는 곳이 대한민국의 어느 곳이었다면 '와 정말 좋겠는데?
한 번 꼭 가봐야지.' 할 텐데 참으로 아쉽구나. 

♠스물하나♠ 밝은 내일을 기대하며
그녀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래! 천박한 문화를 묵인하면 무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용감하게 직면할 수 있는 현명한 머리와 용기가 있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시대, 이 공간에 대해 책임을 지자.
지금 당장.

♠스물둘♠ 다시 남부의 뿌리를 찾아서
워낙 넓은 땅덩어리라 미국을 우리에게 대입하면 안 되겠지만 어쩐지
이 부분을 읽으니 전라도에 대한 오랜 편견이 떠오른다.

남부라고 하면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에서부터 잔인하고 격렬한 증오에 이르기까지 이미지가 다양하지만, 어느 누구도 남부를 가리켜 옹졸하거나 무관심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자꾸만,
'남부'라고 쓰고 '전라도'라 읽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스물셋~스물여섯♠
다양한 시로 채워져 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 장정일도 시인인데, 신기하게 난 그의 시보다 희곡이나 소설을 더 좋아한다. 그녀도 시를 많이 쓴다고 하는데 시는 너무 빨리 읽히고 여운이 없다.
아마도 내게 문제가 있나보다.

♠스물일곱♠ 진실 안에서 배우는 교훈
하느님을 믿지 않던 한 때의 일화로 시작해서 '언젠가 나는 하느님 앞에 나아가 설명하게 될 것이다. 그때 부족하다는 판정이 내려지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끝내고 있다.

그래, 이런 것들을 시작한 누군가가 없다 여기기에 인간사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운 것 투성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정말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스물여덟♠ 믿음을 유지하는 것에 관하여
'스물일곱'에서 내가 적은 것을 그녀의 입을 빌어 '스물여덟'에서 다시 얘기하자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분명하게 만드는 건 믿음이다. 나는 그저 그리스도교도가 되기 의해 오늘도, 내일도 노력할 따름이다.'가 되겠는데 믿지 않으면 설명할 도리가 없는 그것들을 그들은 그냥 믿기 위해 사는 것이겠지.
언젠가 나도 그 대열에 끼겠고, 그게 어떤 종교가 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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