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살 때 초록색으로 쳐진 줄은 나의 독서적 집중을 막을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라는 자신감으로 샀는데 아, 오만이었다.
두 권의 두터운 책이 끝날 때까지 죽죽 쳐진 밑줄은 독서에 크나큰 방해가 될뿐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다시는 줄그어진 헌책을 사지 말아야겠다.

이 작품을 두고 교양서적이니, 시대서적이니 등등 하는 말이 많은데
난 그냥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로만 읽었다.

인형극을 시작으로 연극에까지 관심이 뻗친 빌헬름이 연극을 위해 여러 사람과 지역, 상황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엮었다. 그저 심어둔 인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사람들이 뒤로 갈수록
의미를 갖고 존재가 되어가기 시작하거나 존재가 되었을 즈음 죽음을 맞이한다.  이는 우리 삶의 참모습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1권 463쪽의 다음과 같은 글을 보면 수백 년이 지나도 남자들은 바뀌지 않을 종자임에 분명하다는 억측이 문득문득 다가오곤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꾀꼬리의 노래 소리,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솰솰 거리는 바람 소리, 또는 건반을 치고 나팔을 불어대는 온갖 악기들의 소리가 좋다 해도, 나는 그 또옥 또옥 하는 소리의 편입니다. 또옥 또옥 ! 이 소리야말로 언제나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해서
듣고 싶은 후렴시의 가장 아름다운 주제이지요.'

작품이 연극에 관한 것이다보니 화자의 얘기나 작중 인물의 이야기가 대부분 연기와 배우에 관한 것이 많다.

466쪽에 보면 '낭독과 감정이 실린 낭송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을 그 사람처럼 그렇게 잘 지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란 말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글로 보기보다 실제로 들어봐야 그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인데 이 정도의 표현가지고는 참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471쪽.
역할을 맡는 부분에 관한 것으로, 호리호리하고 미남형인 빌헬름이 책에서 이미 뚱뚱하다고 표현된 햄릿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 사이에서 오는 인물에 대한 괴리감에 불만이 터지고 마는 아우렐리에. 이는 겉모습뿐 아니라 연출이 의도하는 배우와 실제로 배우가 연기하는 역할이 얼만큼 일치할 수 있느냐 하는 그 어려운 문제까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475쪽에서 제를로가 말하는 배우의 자세는 지금도 필요한 것,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고 또 할 수 있는 배우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정말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그가 제시하는 배우의 상은 아주 이상향에 근접하고 있다.

배우는 누구나, 멋있고 칭찬받을 만하고 화려한 배역을 받으면 매우 만족해 하지요. 그러나 자만심에 가득차서 마치 자신이 아주 그 배역의 주인공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남도 자기를 그렇게 보아 주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배우가 대부분이고, 그 이상을 행할 줄 아는 배우는 아주 드물어요.
작품에서 원작자가 생각한 것이 무엇이며, 한 배역을 충분히 해내려면 자기의 개성을 얼마나 죽여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는 이제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확신을 통해 관객도 마찬가지로 그런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겠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표현력의 내면적 진실성을 통해 무대를 신전으로, 그리고 마분지를 숲으로 변해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고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지요.
정신의 이런 내적인 힘을 갖추어야 비로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고,  이와 같은 허구적 진실을 보여줘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2권의 처음부터 117쪽까지는 '어느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종교적 체험을 어느 여자의 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녀가 63쪽에서 말하고 있는 종교적 감정과 종교를 위한 열성은 지금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종교적 열성에 기운 나머지 종교적 감정을 잃고 강요하거나 본질을 잊고 종교생활을 하는 신자가 이 세상에는 넘쳐나기 때문에.

아래는 142쪽에서 빌헬름이 연극하는 사람들에 관해 말한 부분이다.

각자가 모두 제일인자 행세를 하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존재인양 행동하려 듭니다. 각자가 모두 다른 모든 사람들을 배척하고 싶어하고, 자기가 타인들과 함께 어울려서는 아무 일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굉장히 독창적인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낡은 관습을 벗어나는 것을 소화해 낼 능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불안하게 서성대지요. 그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면 격렬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다만 아주 보잘것 없는 자부심, 극히 편협한 이기심이 그들을 간신히 서로 묶고 있을 따름입니다. 상호간의 예의라고는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고, 음험한 악의와 비방하는 욕설을 통해 영원한 불신이 조장됩니다. 방종하게 생활하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는 어리석게 생활하고 있단 말입니다. 저마다 다 무조건 존경받으려 하고, 지극히 사소한 비판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요. 자기는 이미 그런 것쯤은 모두 훤히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항상 그 반대로 해왔을까요? 그들은 항상 명예에 굶주린 상태이며 항상 남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이성과 훌륭한 취미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고,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멋대로 부여한 절대권위를 유지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야르노는 그가 말한 모습이 비단 연극하는 사람들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모습은 세상 전체를 묘사한 것이라고.

대략 열 개 정도의 일터를 전전했던 것 같은데 그 중 위와 같지 않았던 데는 단 두 군데밖에 되지 않는다. 도대체가 사람들은 서로 헐뜯기 바쁘고 누굴 칭찬할 줄도 모르고 예쁘게 말할 줄도 모른다. 물론 저런 말은 누굴 향해 할 말이 아니라 그저 거울을 보고 해야 할 말에 불과함을 알고는 있지만, 그 때마다 얻는 우리의 상처는 참 이루 말할 수가 없다.

251쪽에서는 친구 베르너가 그동안의 모습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경험을 한 빌헬름은 누가 봐도 어느 면으로든 성장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이처럼 우리도 사회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더 큰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것이란 말. 중요한 것은 개인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것, 누가 뭐라고 하든.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들 말하지!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서- 내게 장담하기를,
자네가 어떤 방탕한 젊은 귀족과 함께 살면서 그에게 여배우들을 소개해 주고 돈을 탕진하도록 부추기고 있으며 그가 자기의 온 친척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모두 자네 탓이라는 거야.
내가 연극계에서 뼈가 굵으면서 갖은 고약한 험담을 다 삭여내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 훌륭한 분들을 위해서도 화를 내고 말았을 거야.
우리의 행동이 그 사람들에게는 단지 산발적인 단편으로밖에 나타나지 않아, 그리고 선과 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 일어나고 대개는 아주 대수롭잖은 현상이 노출된 따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물의 극히 일부분밖에 볼 수 없거든.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우리의 행동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눈앞에 남녀배우들을 높은 무대 위에 올려놓고 사방에서 불을 환히 밝혀준다고 치세. 그래서 한두 시간 안에 전체 작품의 공연이 끝났네.
하지만 그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아는 사람이란 원래 드문 법이지.  

아래는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권>
121쪽, 8줄 : 찾아볼래야 -> 찾아보려야
139쪽, 9줄 : 길다란 -> 기다란
162쪽 밑에서 7줄/ 517쪽,518쪽 밑에서 8줄 : 빨강색 -> 빨강
185쪽 7줄 : 뗄래야 -> 떼려야
436쪽 밑에서 12줄/ 504쪽 밑에서 9줄 : 검정색 -> 검정
476쪽 9줄 : 깨우치다 -> 깨치다
496쪽 밑에서 4줄 : 멈출래야 -> 멈추려야
519쪽 3줄 : 맞춰보시지요 -> 맞혀보시지요
522쪽 11줄 : 그들 둘이가 -> 둘이

<2권>
57쪽 9줄 : 들리곤 -> 들르곤
78쪽 밑에서 4줄 : 이빨 -> 이
413쪽 9줄 : 전해드리지까지는 -> 전해드리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