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을 배우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상이나 문화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어려운 단테 신곡을 시작하기 전에 호메로스부터 꺼내놓는다.
이는 단테를 배우고 읽어 그 내용만 익히는 게 아니라 그 창조정신까지 배워야 한다는 그의 말을 대변하고 있다. 

베르길리우스를 기점으로 서사시가 나왔고 베르길리우스는 호메로스에 닿아 있으니
당연히 호메로스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일리야스'와 '오디세이아'는 각각 24권이나 되는데 낭송으로 전해졌던 그것을
어떻게 글로 옮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부 읊으려면 삼 일가량 걸린다는 이 시들이 암기를 통해 전해졌다는 사실을 일례를 들어 설명하며 각각 다른 사람에게 받아 적은 그것들이 일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사시가 나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서사시를 창조한 베리길리우스가 호메로스를 존경해 그것을 모방해 만든 것이 서사시이고
이는 가벼이 지나갈 일이 아니다. 모방이라고 하지만 호메로스가 순수한 구송언어예술이었 데 반해 베르길리우스는 라틴어로 쓴 기록 문학이라는 점이 다르다.

로마가 늑대가 키운 불쌍한 고아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후예인 야만인이 아님을 바랐으므로 로마의 민족의식과 같은 것을 '아이네이스'라는 시로 창작해 냈는데 그것은 그들의 새로운 신화나 다름없었다.

아이네이스의 내용 중에는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사랑에 빠졌다가 어머니 베누스(비너스)의 충고로 다시 나라를 위해 그녀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 있는데, 보통의 흠잡을 데 없는 신화와는 달리 아이네이스에서는 영웅에게도 그런 오점이 있다는 비애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애인을 잃고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디도의 모습과 그녀의 울부짖음,
그리고 칼에 찔린 가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아래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술렁이는데 이것이 바로 베르길리우스의 외침이라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며, 여기에는 음악적인 것과 회화적 이미지, 연극적인 것이 모두 종합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단테가 배우고자 했던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말도 덧붙인다. 

88쪽부터 나오는 로마의 정세, 성서의 성립이나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도교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나 같은 비 종교인들이 성경을 읽지 않고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를 알 수 있는 좋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페이지 되지 않으니 꼭 다시 한번 읽어 볼 만한 것들이다. 

기나긴 지옥편 강의가 시작된다.
지옥의 구조.
한 통으로 된 것이 아니고 층으로 구성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죄인과 가장 위에 있는 죄인을 구별한다. 저자는 여기서 말의 구조, 다의성 있는 말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해석에 대해서는 '의미의 부여'가 아니라 '의미의 발견'이라고 강조한다.
의미가 깊어지는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의미의 발견'이라고 한다.
어쩌면 지옥을 구별해 놓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 의미를 근거 있는 상상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생경할지도 모르는 연옥편 강의.
지옥은 가면 갈수록 깊어지고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한편 연옥에서는 산을 오른다. 지옥과는 반대되는 경사이다. 그리고 오를수록 편해진다.
현세에 사는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일이 쉬워지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연옥은 노력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 곳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어느 쪽이 원형이고 어느 쪽이 모형인가에 있다.
그림자가 살아 있던 사람의 모형인 한에서는 현세가 원형이고 연옥은 모형이다.
그러나 정확성이 원형이라고 한다면, 단계에 따라 덕이 보상받는 연옥이 원형이고 현세는 실체적이더라도 모형이다.
구쪼는 예술이 현실의 모방이라는 고전적 사고에 대해,
현대에는 예술이 원형이며 현실은 예술을 모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단테의 연옥은 이런 전환의 기점일까.
이와 같은 설명을 읽고 나니 '연옥'은 천국과 지옥만이 친숙한 우리 무지렁이들에게
전환의 기점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겠다. 

천국편. 천국을 소재로 하면 늘 나오게 마련인 무조건 풍요 평안일 단순한 상상으로만 쓴 것이 아니고, 당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바탕을 둔 천계의 규칙, 구조 또는 스콜라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구조를 따르고 있단다.
구조는 자연과학, 내용은 신학과 철학이라고 하면 쉽겠다. 

천국편 속에 있는 시 중 하나. 

자신의 소망에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지성은 깊은 구렁에 이르니
기억이 그곳까지 미치지 못함이다. 

다음은 이마미치가 마에노소노라는 청강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인데,
천국에 관해 제대로 설명된 부분이란 느낌이 들어 옮긴다. 

천국편에서는 제7곡에서 보듯이 교의상의 문제를 쓰고 있습니다.
신학자 단테, 철학자 단테가 생각한 것을 베아트리체가 말하고, 신학자가 아닌 베아트리체가 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 어려운 문제는 성 베르나르도가 말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두 가지 학문, 즉 자연과학적인 구조에 따른 세계상과 당시의 신학, 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 따른 교의가 논해집니다. 그리고 그 밖에 베아트리체와 만나 그와 함께 그 세계를 걷는다는, 단테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묘사가 있습니다. 이는 아폴론적인 것, 즉 종교의 예언과 미네르바의 지식인 과학, 그리고 무사의 예술을 통합한 것, 다시 말해서 정신의 총합을 다시금 신의 계시가 지배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History의 뿌리가 된 라틴어 Historia는 그리스어 히스토리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발자취를 따라 대상을 쫓아가다'라는 의미가 있다는데 사냥 용어로 쓰인 동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즉 '발자취를 보고 동물이 도망친 방향을 안다'는 것이며
그것과 동일선상의 사건으로 설명하는 것이 역사적 해석 방법이었다고 한다.  


역사를 얘기하기 위해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에 거점을 둬야 하는 것은 존재의 이유를 모르는 우리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텐데, 이와는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하늘의 신과 연결 짓는 사고방식은 극히 단순히 말하자면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전쟁이라는 사실을 신의 백성과 신을 믿지 않는 백성의 다툼으로, 즉 종교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단테는 그에 따라 역사를 종교 교리로 설명하려 시도한 것이다. 단, 티투스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싱글톤에 따르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제자 오로시우스의 [역사]에 의한 것이다.  

역사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은 헤겔이라고 한다. 헤겔은 변증법으로 역사를 설명했다. 이를 사회의 계급제도나 생산수단에 적용시켜 설명한 것이 마르크스의 유물변증법이다. 이처럼 역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있지만,
단테가 시도했던 것은 역사를 '하늘 세계'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자 하는, 즉 종교의 교리로 역사를 설명하는 입장이다.

베아트리체는 로마 황제 티투스가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것은 아담으로부터 이어져 온 종교적인 이념에 따른 내력이 깊은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한 설명을 통해 신을 원리로 하는 그리스도교적 사관을 배우게 된다. 

천국편 제7곡의 주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신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문학, 그것도 시로 신학을 논하는 예는 드문데, 단테가 과감하게 그런 시도를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지옥편. 연옥편을 통해 그렸던 죄들은 모두 개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죄악이었다. 그런데 죄는 과연 그것뿐일까. 다시 말해 우리는 여기에서 원죄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 같은 이중 구조적인 죄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해방자로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테는 서사시의 전통 속에서 이 세상의 영광을 추구했던 민족 영웅을 대신해, 이 세상의 망명자 단테 자신을 매개로 삼아 이 세상의 사형수 예수, 즉 인류의 구세주에 의해 인류에게 열린 천국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이마미치는 말하고 있다. 

천국편에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질문이 세 가지 나온다. 

제8천 항성천에 오른 단테에게 베드로가 묻는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단테는 '바라는 것의 실체/ 아직 오지 않은 것의 확증입니다'라고 말한다.  

제25곡에서는 사도 성 야고보가 묻는다.
'소망이란 무엇인가' 단테는,
'소망은 미래의 영광을 확고한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 은총과 공덕이 낳은 것입니다'라고 한다. 

제26곡에서 요한은 묻는다. '사랑이 무엇이냐'
이에 단테는 '선이 선으로 이해되면 이내 사랑에 불을 붙입니다.
선이 클수록 사랑도 큽니다'라고 한다. 

이 대답들은 모두 그의 스콜라 철학 교양의 깊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마미치에 따르면 천국편은 고요히 잠든 곳이 아니고 희망이 솟아나는 곳이라고 한다.
뱃머리와 고물이 뒤바뀔 만큼, 함대가 방향을 뒤바꿀 만큼 거대한 폭풍이 오면 그거야말로 좋은 기회라고 여긴다는 게 천국편에서 언급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곳은 곧 완성이 아닌 또 다른 시도, 희망을 향한 시도인지도 모르겠다.
학교 형식의 공부가 아닌 문답을 통한 지적 대화가 이루어지는 이 수준 높고 지적인 '환희는 영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장 희망적인 것이라 여기는 내 교육관과도 일치한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것.

93쪽 1줄: 사라지지 -> 사라지기 
153쪽 밑에서10줄: 잘 된 -> 잘된
257쪽 끝줄: 다음날 -> 다음 날
326쪽 7줄: 제사장로서 -> 제사장으로서
384쪽 11줄: 검정색 -> 검은색 또는 검정
589쪽 밑에서3줄: 잘 된다는 -> 잘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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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교본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속임수를 강요하고 사람들을 혼돈에 휩싸이게 하는 시대라면,  사색하는 자는 자신이 읽고 들은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읽거나 들은 사실을 낮은 목소리로 함께 따라서 얘기해 본다. 그러는 사이 그는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나타난 진실하지 못한 진술을 진실한 것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이런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그는 어느새 올바르게 읽고 듣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매우 실제적인 방법론에 해당하는 이 문장은 브레히트가 1934년 쓴 글 [진실의 재구성]에 나오는, 읽고 듣기의 사용법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 책 [전쟁교본]에는 4행시로 설명을 붙인 사진들이 나오는데, 그것을 읽거나 보는 데도 이 진실의 재구성법이 적용된다. 4행시는 사진이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게'해준다. 그것도 대개의 경우 미디어가 의도한 원래 취지(기사와 관련된 단순한 삽화라거나 혹은 미화하고 영웅화시키려는)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말이다. 이렇듯 사진을 설명하기 위해 들어간 4행시를 브레히트는 "사진시"라고 불렀다. 

고 이 책은,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설명한다.  

가끔씩 알라딘에 [배수아]를 쳐서 그녀의 신간을 찾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메일로 오는 장정일 아저씨나 배수아의 신간 소식에 신나고 신나게 주문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 것은 후자였다. 이건 다른 얘긴데 역자 소개에 있는 [아홀로틀 로드킬]을 보고 '아니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오래된 그녀의 책이 아직 있을 줄이야'란 생각과 함께 장바구니에 넣고는 이렇게 [전쟁교본]의 독서리뷰를 쓰기 시작한다. 

브레히트가 강조한 것처럼 이 책은 전 세계의 도서관과 학교에 비치되어 역사적으로 읽혀야 할 책이다. 그만큼 시간별로 잘 정리되어 있고 당시의 실제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그저 역사책에서 글로만 읽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사진과 중립적인 그의 시를 통해 역사에 대한 해석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니까.          

배수아가 아니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이 책, 다시 한번 배수아가 고마울 따름.   

'저것이 기어나온 자궁은 아직도 생산능력이 있다'고 써놓은 히틀러의 사진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30쪽 4줄: 치루었으니 -> 치르었으니 

31쪽 6줄: 건설된 -> 건설될 

38쪽 2줄에선 '별 탈' 76쪽 2줄에선 '별탈'로 썼다. 하나로 통일하면 좋을 듯. 

85쪽 밑에서4줄: 강열하지 -> 강렬하지 

부록의 사진33 10줄: 개편와 -> 개편과 

개정판을 내며 XX 13줄과 18줄, 밑에서4줄: 그 다음 ->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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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재미있다
장승욱 지음 / 하늘연못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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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특정 목적이 있어서 다시 나온 이 책을 구입. 

구판을 제대로 먹어치우지 못하고 판 것을 통탄하며 그때는 왜 이렇게 순우리말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자신이 정말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이 맞기는 한가, 하며 가슴을 무섭게 쳐댔다. 

 맞춤법은 그래도 어느 정도(맞춤법이 완벽하다는 것은 없다, 실제로 열린책들은 교정은 신이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겠는데 도대체가 이놈의 순우리말들은 어렵기만 하다. 

늦게 생각이 난 이 책을 하루 전날 사들고 와서 밤이 새도록 책 속에 있는 순우리말을 평소 어렵다고 생각되던 단어를 적어 두었던 공책에 옮기며 나름대로 외기 시작했는데, 외기는 커녕 손이 너무 아프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순우리말을 많이 다루는 2단계에서 하얘지는 머릿속과 함께 떨어졌다. 

 이 책을 자꾸자꾸 반복해서 읽으며 말들을 입에 붙이다 보면 패자 부활전에서 승산이 있다는 믿 음을 가지고 우리말 퀴즈에 대한 아쉬움을 접었다.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말 사랑한다고 떠들고 다닌 자존심을 그저 뭉개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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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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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선물로 받은 이 책, 언더그라운드.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1995년 지하철 사린 사건'이라는 글씨를 보고
뭐지? 살인 사건을 잘못 쓴 건 아니겠지,,하며 읽어나갔다.
좀처럼 오탈자를 내지 않는 편인 문학동네에서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실제로 일본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
옴진리교.

휴.

다 읽은 다음이지만 저만큼 써놓고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언제나 조금씩 우리보다 빨리 비슷한 일을 치르는 일본, 아니
언제나 일본보다 조금씩 늦게 똑같은 것을 배우는 우리.
얼마 전에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어머니의 그 단체 생각이 나기도 하고,
대문을 무섭게 흔들어대며 어머니 이름을 부르던 그 말도 안 되는 인간들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어쩌면 저들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다.

62명의 피해자 인터뷰를 실은 글.
재미를 따져보고 싶어 보는 사람은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반복이 가득하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중요한 반복이.
그들을 만나던 날의 저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터뷰이를 만나 
그들이 직접 시작하는 자신에 대한 대략의 소개와 그날의 이야기.
하루키는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모든 대상들의 말을 녹취했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단어나 그 밖의 모든 것을 그대로 실었다고 했다.
정말이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 빠순이인 언니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하루키 아저씨 테러 당하면 어쩌려고 저러냐,,라고.
그만큼 이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미 마쓰모토 사린 사건과 옴진리교를 파헤치려던 변호사의 실종 등의 사건을
일본은 겪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
그냥 이런 사건이 있고 알려 주고 싶어서 쓰는 그런 글이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에 붙였다.
객관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목의 굵은 핏대가 보이는 듯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다.
잊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고 정말 객관적으로 따져서 앞으로 생길 위험을 막는 게 먼저다.
아, 아, 아.

이건 다른 얘긴데,
이분도 장정일 아저씨처럼 이제 사회에 눈을 뜨시는구나.
아니 자기 나라에 눈을 뜨시는구나.
실제로 이제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하니.
그래 그게 바로 글로써 나이 든 작가의 의무라고 하면 나이 든 작가님들 어깨가 너무 무거워지려나.
그러고 보니 여자 작가들은 그렇지 않구나, 이게 사회에 대한 여자와 남자의 차이라고 보면 억지려나.

하루키 아저씨!
그래서 옴진리교와 사회의 관계를 많이 파악하게 되셨나요?
그래서 1Q84도 쓰게 되신 건가요?
참, 사회라는 게 많은 것을 낳죠?
우리 인간은 그저 밤일을 해서 아이들을 낳고 그것들을 키워냈을 뿐인데,
참 그놈의 것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새롭게 너무도 무섭게 자라나네요,
그게 무엇이건 말이에요.
저는 그냥 사회에게 말하고 싶네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미치지는 말자고.

아무리 문학동네라 해도 틀린 듯 보이는 글자가 있는데 지금은 어렵겠고
내일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정리해야겠다.
아, 오랜만에 삼천 오백 원이란 거금 주고 다운 받아 둔 [참을 수 없는]을 보자.
머릿속이 벌집이다.  

와 닿는 증상이 있어서 옮겨본다.

플래시백 증상.
사건 당일 일어난 일을 리얼하게 머릿속에서 재현하는 것이죠.
그때의 감각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아주 심각한 기억입니다.
마치 자기 안으로 밀물이 밀고 들어오는 듯한 감각입니다.
백일몽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오히려 '기억의 침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첫번째, 두번째 등을 모두 붙였는데 너무 많아 페이지를 적다가 포기, 모두 천 번째 등으로 띄어 써야 한다.

'러시아워인데다'와 같이 '데다가'를 줄여서 쓴 모든 단어들도
'러시아워인 데다' 처럼 띄어 써야 하는데 모두 붙여 썼다.
이것 역시 너무 많고 위와 다르게 페이지를 모두 써놓았지만
귀찮아서 옮기기를 포기한다.

18쪽 7줄: 또다른 -> 또 다른
51쪽 밑에서6줄: 얼마 안 되는 -> 얼마 안되는
52쪽 밑에서10줄: 몇번 출구 -> 몇 번 출구
55쪽 밑에서2줄: 몇시 -> 몇 시
125쪽 10줄: 사실은 알았습니다 -> 사실을 알았습니다
158쪽 끝줄: 더이상 -> 더 이상
166쪽 끝줄: 원 상태 -> 원상태
170쪽 밑에서5줄: 자리 잡고 -> 자리잡고
257쪽 밑에서2줄: 그뒤로는 -> 그 뒤로는
274쪽 밑에서6줄: 앞 다투어 -> 앞다투어
281쪽 밑에서4줄: 얼마 안 되는 -> 얼마 안되는
355쪽 1줄: 쉴새없이 -> 쉴 새 없이
383족 밑에서6줄: 아무데라도 -> 아무 데라도
398쪽 2줄: 그외의 -> 그 외의
        밑에서5줄: 더이상 -> 더 이상
408쪽 12줄: 번잡해졌다 -> 번잡해졌다고 한다
431쪽 5줄: 한 방에 -> 한방에
432쪽 7줄: 마인드 컨트롤이 -> 컨트롤에 또는 컨트롤을
435쪽 5줄: 나이대 -> 나이 대
502쪽 밑에서5줄: 또다른 -> 또 다른
542쪽 밑에서2줄: 몇 백만 -> 몇백 만
546쪽 7줄: 또다른 -> 또 다른
634쪽 3줄; 아무데도 -> 아무 데도
679쪽 2줄: 잘 돼 -> 잘돼
680쪽 5줄: 잘 안 되고 -> 잘 안되고
717쪽 13줄: 생각히 -> 생각이
728쪽 4줄: 또다른 ->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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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폐인 2011-03-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종종 들리겠음
<문학동네 커뮤니티> 네이버요
들어가서
<문학동네 독자모니터> 신청 메일로
아무튼 들어가면 자세하게 볼 수 있어요
님 오탈자 찾는 수준이 부러워서
그럼 공짜 책도 생기고
한글을 사랑하는 님
킹 왕 짱

궁둥갤러리 2011-03-1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봤네요^^
꼭 들어가 볼게요~!
고마워요.

ninethsilver 2011-08-19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솔직히 종종, 어떤 서평들은 역겨운데(...음,여러가지 의미로요;;)
님 정말 콕콕 긁어주시네요.지성과 감성 반짝반짝.
댓글은 처음 남겨봐요^^;;

궁둥갤러리 2011-08-2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하면 안 되는 말이 어디 있겠어요?
내 생각이 그렇고 이유가 분명하면 해도 되는 것이지요^^
처음 주신 댓글이 아주 반갑고 고맙네요~! 진짜로요.

ninethsilver 2013-07-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 2년지난 지금 언니 글 생각나서 찾고찾아 돌아왔어용
시간이 지나도 읽고 싶은 글을 쓸수 있다니 언니 진짜 짱이에요.
다른 서평도 찬찬히 읽어보고 제가 읽게 되면 다시 댓글 남길게요~!!
 
새의 말을 듣다 - 윤후명 소설집
윤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맞춤법이 비교적 정확해 마음이 편안했는데,
책속 내용을 통해 안 사실.
그는 한때 교정일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던 처지였던 것.
그리고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전에 이 작품을 봤다면
그를 조금 더 일찍 알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새의 말을 듣다>
갈매기가 알타이어로 괘액괘액 한다고 말하는 이와의 여행길 만남.
어쩌면 여행 중독자들은 길친구를 만나기 위해 떠도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촛불 랩소디>
시끌시끌한 부고 소식에도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중요한 사실은
꼭 이렇게라도 다시 접하게 된다.
백남준, 피아노를 부수는 게 무슨 예술이라고 저렇게 극찬을 받냐고 아니꼬와 했던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억나는 가운데 그의 사십구재 모습을 자신의 문체를 통해  멋지게 그려낸
윤후명의 작품.

<나비의 소녀>
호접몽, 나비가 꿈을 꾸었는지 내가 나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장자.
나빌레라의 뜻을 잊어버렸지만 아이의 이름을 통해서까지 나비를 떠올리는 저자의 나비 이야기.
이 사람 윤대녕과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문체는 훨씬 뛰어나지만,
여행을 통해 글감을 얻는 그런 느낌만 비슷하다고.

<의자에 관한 사랑 철학>
언니에게 빌려온 이 책은 파본이었다.
여덟 장의 잘못된 페이지가 끼여 있고, 겉표지가 본 책보다 더 큰.
의자에 집착하는 자신을 기억하는 자신이 만든 의자에 앉혀야 할 아내를 죽게 했다고 자책하는
그의 동창. 화자는 왜 의자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소행성'의 '분노의 강'>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짧다.
하지만 강렬하다.

<구름의 향기>
천장(독수리가 먹기 좋도록 시체에 칼질을 해서 장사치르는 것)을 보기 위해 그곳에 온 화자.
그는 구름의 향기를 맡았을까?
구름의 환생을 확인했을까?

<초원의 향기>
책을 읽으면서 A4지에 내용과 오탈자 또는 궁금한 단어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어떤 말도 쓰여있지 않았다.
다시 읽게 될까?

<고원으로 가다>
고원병인지 이루지 못한 B에 대한 그리움 병인지 알 수 없는 그의 고원을 향한 몸부림.
'김삿갓 축제'라 실제 있는 축제일 듯한데 한번 가보고 싶군~!

<태평양의 끝>
바다를 본 적 없는 계순을 위해 황해에 온 네 사람.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우는 오토미.
그냥 처음부터 얘기했다면 그들의 모습은 다른 것이었겠지.

<돌담길>
떠돌이 성향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나, 작가적 성향이 그를 떠돌게 만들었나!
그는 '유언의 시'를 썼을까?
보는 내내 여행의 욕망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윤후명의 책을 덮었다.
속만 시끄럽게 됐다.
글 속의 그들이 모두 나인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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