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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말을 듣다 - 윤후명 소설집
윤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맞춤법이 비교적 정확해 마음이 편안했는데,
책속 내용을 통해 안 사실.
그는 한때 교정일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던 처지였던 것.
그리고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전에 이 작품을 봤다면
그를 조금 더 일찍 알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새의 말을 듣다>
갈매기가 알타이어로 괘액괘액 한다고 말하는 이와의 여행길 만남.
어쩌면 여행 중독자들은 길친구를 만나기 위해 떠도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촛불 랩소디>
시끌시끌한 부고 소식에도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중요한 사실은
꼭 이렇게라도 다시 접하게 된다.
백남준, 피아노를 부수는 게 무슨 예술이라고 저렇게 극찬을 받냐고 아니꼬와 했던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억나는 가운데 그의 사십구재 모습을 자신의 문체를 통해 멋지게 그려낸
윤후명의 작품.
<나비의 소녀>
호접몽, 나비가 꿈을 꾸었는지 내가 나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장자.
나빌레라의 뜻을 잊어버렸지만 아이의 이름을 통해서까지 나비를 떠올리는 저자의 나비 이야기.
이 사람 윤대녕과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문체는 훨씬 뛰어나지만,
여행을 통해 글감을 얻는 그런 느낌만 비슷하다고.
<의자에 관한 사랑 철학>
언니에게 빌려온 이 책은 파본이었다.
여덟 장의 잘못된 페이지가 끼여 있고, 겉표지가 본 책보다 더 큰.
의자에 집착하는 자신을 기억하는 자신이 만든 의자에 앉혀야 할 아내를 죽게 했다고 자책하는
그의 동창. 화자는 왜 의자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소행성'의 '분노의 강'>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짧다.
하지만 강렬하다.
<구름의 향기>
천장(독수리가 먹기 좋도록 시체에 칼질을 해서 장사치르는 것)을 보기 위해 그곳에 온 화자.
그는 구름의 향기를 맡았을까?
구름의 환생을 확인했을까?
<초원의 향기>
책을 읽으면서 A4지에 내용과 오탈자 또는 궁금한 단어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어떤 말도 쓰여있지 않았다.
다시 읽게 될까?
<고원으로 가다>
고원병인지 이루지 못한 B에 대한 그리움 병인지 알 수 없는 그의 고원을 향한 몸부림.
'김삿갓 축제'라 실제 있는 축제일 듯한데 한번 가보고 싶군~!
<태평양의 끝>
바다를 본 적 없는 계순을 위해 황해에 온 네 사람.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우는 오토미.
그냥 처음부터 얘기했다면 그들의 모습은 다른 것이었겠지.
<돌담길>
떠돌이 성향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나, 작가적 성향이 그를 떠돌게 만들었나!
그는 '유언의 시'를 썼을까?
보는 내내 여행의 욕망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윤후명의 책을 덮었다.
속만 시끄럽게 됐다.
글 속의 그들이 모두 나인 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