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 염상섭 중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9
염상섭 지음, 김경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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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 염상섭 / 문학과 지성사 / 11000원

 

독서모임을 함께한 한 친구의 논문을 돕기 위해 '염상섭의 달'이라 칭하고

한 달 동안 계속 염상섭의 작품을 함께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사서 읽었던 작품.

 

고등학생 시절 수학능력 시험 때문에 읽었던 작품이지만

역시 모든 책은 읽고 싶어서가 돼야지, 읽어야만 해서가 되면 안 된다.

 

 

[만세전]

 

정없는 아내의 죽음을 듣고 집으로 가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도착해 당착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설로 내놓았다.

 

어머니가 아내일뿐이고,

복합적 감정이거나 이유 없이 살인을 하는 것도 없지만,

보는 동안 계속 이방인의 뫼르소가 떠올랐다.

 

[해바라기]

 

영희를 사랑하는 순택이를 표현하고 싶어 만든 제목인가.
말 그대로 해바라기가 딱 맞는 그 남자.
 
가슴에 품고 있는 아내의 애인

-비록 죽었지만 과거에도 앞으로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그런 사랑을 나눈-

묘비를 그럴듯하게 정리하는 것을 묵묵히 돕는 남편,

그것도 신혼여행 삼아.
 
영희란 여자는 참 못됐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부터 표현이 참 좋다 여겼는데

이제야 귀찮음을 물리치고 여기 정리해 둔다.

 

[미해결]

 

콩가루.
아내는 다른 놈의 아이를 가졌고,
남편은 아내 아닌 다른 여자를 극심히 마음에 품고 있다.
아내도 죽고 애인도 죽는 이야기.
뭐 그저 그랬다.

 

[두 출발]

 

떡먹기 내기를 하다 죽어서 겪게 되는 해프닝.

일이 커지고 커져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되고 만다.

 

사실, 사는 건 이런 것일지 모른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들에 의해 이끌려 나가는 그런 것,

그래서 의도는 우연보다 힘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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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야콥 하인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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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 야콥 하인 / 영림카디널 / 9000원

 

이번 작품 역시 배수아라는 작가가 관련된 작품이다.

그녀의 번역작.

 

우리 배수아님이 좋아하는 작가가 야곱의 하인이었던가'란

진부하고도 바보 같은 농담을 생각하며 이 무거운 작품의 리뷰를 시작해야만 하겠다.

 

이 작품 역시 페이퍼 토론 모임에서 주제로 사용됐던 병이라는 것의 의미에서

'은유로서의 병'의 암에 대한 은유를 침 튀도록 이야기 하기 전에 

다 읽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을.

 

막내가 서른일곱이 됐으니 엄마도 나이를 안 먹을 수는 없는 현실.

그와 함께 다가오는 것은 언젠가는 꼭 있을 수밖에 없는

인정하고 싶지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우리 엄마의 그 죽음.

엄마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너무 흔해서 조심스럽기도 한 그런 소재일 터인데,

사랑, 죽음 등등의 흔하지만 꼭 들어가곤 하는 소재를 선택한 야콥 하인의 작품.

배수아가 아니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그의 작품은 꽤나 괜찮았다.

 

야콥 하인은 참 대단하다.

어쩌면 그렇게,

자기 엄마 얘기를 아주 역사적으로

(그녀는 반만 유대인이었으므로 동서독이 합치기 전과 합친 후의 생활이 말도 안 되게 달랐다)

슬픈 얘기를 자신은 조금도 징징대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자신의 나이와 함께 어머니의 그것도

자연스레 덧붙여 풀고 풀고 또 풀 수 있을까.

 

결코 두텁지 않은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그녀가 내 엄마인 듯 너무 자세히 알아버렸고,

이미 돌아가신 분이 아니라면 말이 조금도 통하지 않지만

한 번은 꼭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작가의 엄마는 참 멋지시고 아름다우신 분.

 

과연 나라면 우리 엄마와 나의 생을 저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아줌마, 병상에서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 하는 분께 이렇게 말씀 하셨다죠.

'혹시 모르죠,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운 곳일지도.'

어떤가요,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가요?

부디 아름다운 곳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향기로 사세요.

그리고 언제가 됐든 되도록 아주 멀었으면 좋을 그날,

우리 엄마가 하늘에 가거든 잘 이끌어서 아름다운 향기로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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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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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 나쓰메 소세키 / 민음사 / 9000원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 등의 글을 보면 패턴이 비슷함을 느낄 수 있는데

아마도 근대 일본 문학의 특징이 될 수도 있겠지.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책을 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서 근대 일본 문학 중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작품은 지양해야겠다.

계속 이런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시간낭비니까.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텍스트들이 때로 이렇게 큰 도움이 되니 기쁘기 짝이없다.

정수야 고맙구나..이 글을 볼지 모르겠지만^^;

 

276쪽.

이 페이지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연'이란 말이 자꾸 나온다.

그와 대조적인 단어를 말하자면 '인공'일 텐데 여기서의 인공은 '사회'라 말하면 적당하겠다. 

'자연'의 의미는 중요하다.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것이자, 도덕이란 잣대가 필요하지 않은 것,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다이스케가 추구하는 모든 것.

어쩌면 친구의 아내를 빼앗을 수밖에 없는 상태를 합리화 하고 싶은 허울 좋은 핑계가 필요해서

찾아 쓴 단어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엉뚱하게도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한다면 다이스케 역은

반드시 양조위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미치요에게 고백하는 부분에서.

 

책의 절반이 지나도록 미치요에 대한 다이스케의 마음을 꼭꼭 감추더니

어느 순간 '쾅'하고 터뜨리고 있다.

반전이라 보기는 어렵고 작가의 의도적 장치 정도, 그러니까

이 작품 속 단 하나의 큰 사건이라고나 할까?

 

'닐 아드미라리'는 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놀라지도 않는 심정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그냥 마음에 드는 상태라서 옮겨본다.

 

바른 쓰기를 하려고 많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었지만

두 개의 오탈자를 발견했다.

89쪽, 네 번째 줄

겉잡을 수 -> 걷잡을 수

326쪽, 첫 번째 줄

되라 -> 돼라 또는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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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 - 한국 풍수지리학의 원전
이중환 지음, 이익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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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없다.

그야말로 이 지방에는 이런 산이 있고, 저런 강물이 있으며

어떤 인물이 살았고 무엇이 남아 있다는 말뿐이다.

아무리 인문지리지라도 그렇지 그게 뭐꼬.

 

읽는 내내 박지원의 그 맛깔스러운 말투가 그리웠다.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살 곳이 없었다는 얘기.

그런데 왜 갑자기 사람이 살 곳은 그 누군가의 마음 속밖에 없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걸까.

 

운도 지지리도 없어 당쟁의 피해로 평생을 떠돌며 사람 살 곳이

어딘가 보고 다니신 이중환의 이 책은 앞으로도

내 읽기 연습용 책으로 길이 남을 듯하다.

내래이션 연습용으로 딱 좋다는 뜻.

 

우연인지 필연인지

(늘 이런 순간엔 똑같은 이 말이 터져나온다,

그러고 보면 놀라운 표현, 새로운 표현이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ㅡㅡ)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을 읽던 중 성우관련 오디션을 볼 일이 있었는데,

비슷한 시험을 무지무지무지무지 많이 보러 다닌 나로선

좋은 작품 덕에 훌륭한 읽기 연습이 되었다는 말씀.

역사적으로는 뜻깊은 책인지 몰라도 내게는 그렇다.

 

소리 내서 읽기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란 나름 다들 다르겠지만,

또한 굳이 소리 내서 읽기 연습을 할 필요도 없는 사람도 아주 많겠지만,

내 기준에서 해당 작품은

발음이 조금은 어렵고, 

한 문장이 조금은 길고, 

조금은 다양한 말투가 존재하는

길지 않은 작품인데,

약간의 연기 연습이 가능한 대화나 독백이 곁들여져 있다면 금상첨화.

 

세상에 재미없는 책은 있지만 필요 없는 책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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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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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 13000원

 

 

이시가미가 문제를 내고 유가와가 그것을 풀거나 그 반대 상황이

이루어지는 식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게 뭘까 하다가

한참 지난 페이지에서 '아하 이걸 말하는구나'하는 게 대부분.

거기다가 반전이란 흔한 말을 쓰기에는 어쩐지 뭔가 더 대단하다는 느낌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한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작품을 만날 때마다 난 좌절하고만다.

아, 이렇게 쓰지 않을 거면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게 나아,,하고.

 

171쪽.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라는 이시가미의 답에,

305쪽에서 유가와는 문제를 만드는 쪽이 어렵다고 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은 늘 출제자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이시가미는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중

어느게 더 간단한지를 묻는다.

그러고는

'자네는 먼저 답을 제시했어. 다음은 남이 낸 답을 들어줄 차례야'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모든 것을 흘리고

유가와와 이시가미는 마치 둘만의 언어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을 풀어간다.

 

톱니바퀴를 통해 세상에는 불필요한 존재란 없다는 유가와의 말을

자수 권유로 받아들였다고 몰고 가는데 과연 그랬을까?

단지 살인은폐를 위한 제 2의 살인 그것 때문일까?

구도란 인물을 빼면 자수가 필요 없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그는 나보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 부재의 행복 빌어주기에 다름아니란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조금은 과장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희망이 없음을 알고 그런 선택을 했다.

그러니 그 다음 선택권은 자연히 그녀에게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조금 더 그녀를 사랑하고 조금 더 많이 머리가 좋은 그는

그녀의 죄책감과 연민을 이용해 그녀의 사랑을 얻어낸 것이다.

 

마무리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모녀를 만나던 날을 그려놓은 내용을 빼면 이 작품은 마치

미친 스토커의 이상한 헌신적 사랑으로 보인다.

작가는 아마도 그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처음이나 중간에 회상하는 식으로 배치하지 않고

마지막에 그것을 떡하니 집어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울 게 많은 작품이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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