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회상록 부클래식 Boo Classics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강의선 옮김 / 부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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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SF 등의 책에 관심이 없는 편인 나.
비슷비슷한 그것들은 이렇게 일 때문에 가끔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셜록 홈즈.
대부분의 유명인이 그렇듯 그 역시 유능한 탐정 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고 그저 그렇게 지나갈 일인데 스스로는 결코 쓰지 않았을 게 뻔한 이런 글을 써주는 친구를 둔 그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37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는 그가 맡았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솔직히 투니버스에서 가끔 방송되는 명탐정 코난을 글로 보는 느낌이 컸는데
그것은 아마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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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고은주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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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 - 고현주>
굉장히 강하다. 계피향을 내뿜는 막대기 시나몬 스틱만큼이나!
놀라운 일을 담담하게 써나가는 힘, 이제는 그런 능력을 가진 작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 문단의 분위기이거나.

"지금 저 안방에는 아무도 없어. 그렇게 믿으면 현실이 되고, 믿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이야.
어때? 믿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잠시 밖을 바라봐, 이렇게 몸을 돌리고 말이지."

'우아한 냉혹'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사.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두 번째 읽는 글. 첫 번째의 느낌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대략의 내용과
'김경욱'이라는 이름 때문에 다른 작품보다 심혈을 기울여 읽던 기억뿐.

나는 왜 이것들을 읽어대는 것인가!

벌이 없으면 죄도 없다. 죄가 있기에 벌을 준다. 그것도 가해자의 부모에게 직접,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미성년의 성폭행 피해의 전형일 게 뻔한 소설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성폭행 가해의 전형을 깨부순 영화 '시' 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속에서 함께 보이고 읽혔다.
아니 스스로의 경험까지 합해서 세 가지가 함께.

<정전의 시간 - 김미월>
너무 감각적인 소설들에 길들여져서인가!
다 읽고 나니 '그래서 어쨌다고'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고 말았다.
무작정 찾아 떠난 지연을 드라마처럼 만나지지 않는 이 일상적 소설은 너무 무미건조하다.
아니 어쩌면 이제 나 역시 소소한 것에 감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 사회에 어느덧
젖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 김애란>
김애란은 소재 자체를 독특하게 잡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한 용대와 제 나라에서 살지 못하는 통에 제대로 된 남자를
구할 수 없는 처지인 여인의 만남. 자신의 자리를 갖게 해 줄 여인이였던 명화가 죽고 영원히
제 자리를 갖지 못할 용대는 그저 부르짖을 뿐이다. 제 자리가 어디입니까? (워 더 쩌웨이 짜이날?) 여기서 멉니까? (리 쩌리 위안 마?)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을 멀고 먼 중국의 말로.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탄탄하지 않아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탄탄한 구조를 가진 글을 쓰는 김연수.
그의 글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그런 표현 말고는 그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듯.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 백가흠>
소문에 관한 글을 소문처럼 써냈다.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파도가 쓰듯이?
아! 어디 더 좋은 표현 없을까? 아무튼 소문은 무서운 것.

<침이 마르는 시간 - 서하진>
드라마에서 무척 흔하게 볼 수 있던, 어쩌면 이것을 쓰고 있는 지금도 불꺼진 TV에서 소리 없이
방송되고 있는 그런 소재.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 그리고 그 격차를 조금도 좁힐 생각이
없는 상위 계층들. 강남소설을 쓰는 작가가 나타났다고, 서하진도 정이현, 정미경, 이홍과 같이
그 무리 중 하나라고.

<웃는 동안 - 윤성희>
문체가 상당히 남성작가스럽다. 무라카미 류의 '식스티 나인'을 읽는 기분.
해학으로 가득한 단편. 죽은 친구의 소파를 둘 곳을 마련하러 다니는 여정이 편안한 영화 한 편을
보듯 자연스럽다.

<50번 도로의 룸미러 - 이홍>
상류층 며느리로 들어가는 일이 빈번한 아나운서들. 무정자증인 남자의 아내.
양자를 들여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도 없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자.
결혼이라는 결정 이후 그 무엇도 자신의 선택이 될 수 없던 여자의 마지막 선택은 아이를  유기하는 것.

70년대 초중반의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독특하려고 애를 썼습니다.'를
많이 벗어난 느낌이다. 많이 일상화 되었다고나 할까~! 소설이라는 긴장을 벗어나려는 조짐인 듯보여 즐겁다.

<동일한 점심 - 편혜영>
동일함 속에 동일을 잃게 만든 어느 하루.
한 사내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투신하고, 처음으로 늦고 복사실 문까지 늦게 열게 되는 그런 하루.
그의 '동일'을 앞으로 '동일'이라 여길 수 있을 것인가!

<대니 드비로 - 황정은>
독특한 글쓰기다. 그저 술술 흘러내리는 단어들을 살살 하나씩 주워 먹는 듯한?
죽은 남편에게 붙어 사는 마누라의 원령. 그것도 생전에 허락 받은 붙음!
술술 흘러내리더니 술술 잘도 읽히고 사라지는 글.
그녀의 다른 작품을 봐도 좋겠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50쪽 밑에서 2줄 : 두개 -> 두 개
70쪽 밑에서 10줄, 84쪽 9줄, 71쪽 3줄 : 비구니 스님 -> 비구니
86쪽 밑에서 9줄, 87쪽 밑에서 3줄, 89쪽 10줄 : 검정색 -> 검은색 또는 검정 또는 검정 색
89쪽 11줄 : 빨강색 -> 빨간색 또는 빨강 또는 빨강 색
102쪽 밑에서 13줄 : 거처문제 -> 거처 문제
104쪽 2줄 : 3분에2 -> 3분의2
        끝 : 별 볼일 -> 별 볼 일
108쪽 밑에서 7줄 : 들통 나리라는 -> 들통나리라는

@ 106쪽~108쪽 사이에 반점을 잘못 쓰거나 온점을 반점으로 찍은 경우도 있는데 하도 많이 틀려서 모두 하기는 어렵겠다.

110쪽 4줄 : 못 했다 -> 못했다
113쪽 밑에서 9줄 : 그들 -> 그를
123쪽 7줄 :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164쪽 11줄 : 그럴듯한 -> 그럴 듯한
        밑에서 5줄 : 생전처음 -> 생전 처음
165쪽 밑에서 8줄 : 지칠 때로 -> 지칠 대로
167쪽 5줄 : 정로부터 -> 정으로부터
168쪽 밑에서 8줄 : 나무랬다 -> 나무랐다
175쪽 1줄 : 그 따위 -> 그따위
181쪽 밑에서 7줄 : 부패된 된 시신 -> 부패된 시신
201쪽 7줄 :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
203쪽 3줄 : 잘해낼 -> 잘 해낼
284쪽 밑에서 5줄 : 간간히 -> 간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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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부클래식 Boo Classics 10
프로스페르 메르메 지음, 변광배 옮김 / 부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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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오페라의 원작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일이 없었는데
좋은 계기로, 그것도 공짜로 책을 얻어 소중한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다.

문체가 훌륭하고 스토리가 너무 탄탄하고 뭐 이런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본 비제가 오페라를 만들어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카르멘이 전해지고 있으니
이는 보통의 작품은 아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화자는 여행 중에 만난 돈 호세와 카르멘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입으로,
때로는 돈 호세의 입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해 주고 있다.
바른 사나이 돈 호세가 카르멘을 만나면서 강도가 되고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어머니에 따른 그 아들에 생각이 미쳤다.
물론 한 남자에 정착하기를 운명적으로 꺼리며 필요에 따라 마음에 따라
이 남자에서 쉬이 저 남자로 올라 타는 이 여자에게 어머니를 본다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여자에 의해 좌우되는 남자는 비단 당시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해서.
그리고 자꾸만 연인이 망치고 있는 남자는 필시 어차피 자신도 모를 어떤 시절부터 그의 어머니가
그를 망치는 교육을 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그런 생각이 든 것일 게다.

진정 카르멘 같은 여인이 되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는가?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4쪽 7줄, 25쪽 밑에서 2줄, 49쪽 1줄, 50쪽 밑에서 4줄, 52쪽 1줄, 60쪽 3줄, 69쪽 13줄,  93쪽 9줄, 105쪽 6줄, :
 그리고 나서는 -> 그러고 나서는 
 17쪽 밑에서 2줄 : 빌로도 -> 비로드
 20쪽 밑에서 3줄 : 수근 대는 -> 수근대는 또는 수군대는
 24쪽 4줄 : 잘 해보세요 -> 잘해보세요 또는 잘해 보세요 
 26쪽 끝줄 : 수 십리-> 수십 리 
 31쪽 3줄과 4줄 : 검정색 -> 검은색 또는 검정 또는 검정 색  
 36쪽 10줄 : 둘 만 -> 둘만 
 42쪽 1줄 : 죄 값 -> 죗값 
 47쪽 밑에서 3줄, 4줄, 6줄, 57쪽 3줄 : 아카시아 -> 아까시 
 47쪽 7줄 : 주어 -> 주워 
 52쪽 5줄 : '마술의 돌이'라는 -> '마술의 돌'이라는 
 57쪽 2줄 : 내 자신도 -> 나 자신도 
 60쪽 4줄 : 들어 가버렸습니다 -> 들어가 버렸습니다 
 62쪽 3줄 : 빈털터리에요 -> 빈털터리예요 
 64쪽 7줄 : 서있었습니다 -> 서 있었습니다 
 66쪽 8줄 : 일이예요 -> 일이에요 , 별 다른 -> 별다른 , 거에요 -> 거예요 
        밑에서 6줄 : 그 만한 -> 그만한 
 70쪽 4줄 : 대가에요 -> 대가예요
71쪽 4줄 : 있을만한 -> 있을 만한
72쪽 끝 :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
75쪽 3줄 : 하는 군요 -> 하는군요
77쪽 4줄 : 두 세 -> 두세 
 81쪽 4줄 : 대려 -> 도리어 '되려' 를 생각하신 듯. '도리어'가 표준어고 '되려'는 방언. 
 82쪽 5줄 : 쳐박혀 -> 처박혀 
 83쪽 밑에서 6줄 : 세 사람이서 -> 세 사람이 함께 또는 셋이서 
 85쪽 밑에서 9줄 : 하고 있죠. 안 그래요? -> 하고 있죠, 안 그래요? 
        밑에서 3줄 : 거에요? -> 거예요? 
 86쪽 7줄 : 다시 말했다 -> 다시 말했습니다 
         밑에서 7줄 : '터트리며'를 썼는데 예전에는 '터뜨리다'만 맞는 표현으로 쳤다가 
         최근 '터트리다'와'터뜨리다' 둘 다 맞는 표현으로 바뀌었으니 같은 것으로 쓰면 좋을 듯. 
 89쪽 밑에서 9줄 : 되요? -> 돼요? 
 90쪽 7줄 : 그후 -> 그 후 
 92쪽 끝줄 : '릴리펜디'에요 -> '릴리펜디'예요 
 93쪽 1줄 : 엉터리에요 -> 엉터리예요 
         밑에서 8줄 : 고백하건데 -> 고백하건대 
 94쪽 11줄 : 하나에요 -> 하나예요 
         14줄 : 할 거에요 -> 할 거예요 
 96쪽 5줄 : 지껄여 댔습니다 -> 지껄여댔습니다 
 100쪽 2줄 : 안했습니다 -> 안 했습니다 
          13줄 : 생각 해봐 -> 생각해 봐 
 101쪽 11줄 : 삼 십분 후 -> 삼십 분 후 
 102쪽 밑에서 7줄 : 된거지 -> 된 거지 
 107쪽 5줄 : 있다기 보다는 -> 있다기보다는 
 108쪽 밑에서 3줄 : 봐줄만 하다 -> 봐줄 만하다 
 111쪽 6줄 : 멀지 않아 -> 머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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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 꽃길따라 거니는
이익섭 지음 / 신구문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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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부 맞춤법, 2부 어휘, 3부 방언, 4부 문법, 5부 한글과 한국어, 6부 말과 글,
이렇게 이루어진 잘 쓰여진 책.
우리 말과 글에 관한 책은 보통 맞춤법에 치우치기 마련인데
평소 쓰던 것을 그저 엮어냈다는 책이 이렇게 잘 꾸려지다니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4부까지는 그냥저냥 아는 것들로 이루어져서 복습하는 셈치고 읽기에 좋았다.
5부와 6부는 한 번 더 읽어도 좋을 듯한데, 흔히 착각하기 쉬워서 한글과 한국 말을 같은 것이라 여기는 부분이 평소 얼마나 답답했는지 저자의 마음이 듬뿍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특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던 과거에 대한 지독히도 독한 반발의 의견이나
한글을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알고 있기 쉬운 잘못된 정보를 정확한 근거를 이용해 고쳐 준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읽는 자의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음은 책 내용이다.

'공용어'란 글자 그대로 공적인 용도에 쓰이는 말이라는 뜻으로 주로 행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뜻은 동회에서 스피커로 주민에게 "옥천동 주민 여러분, 동회에서 알려 드립니다. 오늘 저녁 8시에..."와 같이 방송을 할 때도 영어를 써야 하고, 세금 통지서며 투표용지며, 입장표며 각종 증명서 등에도 반드시 영어가 병기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전철이나 비행기 안에서 영어로도 안내 방송을 하는 방식이 우리 생활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라고 보면 대개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나라 말을 두고도 영어나 남의 나라 말을 공용어로 쓰는 일이 왜 일어날까요? 우선 그런 나라들의 사정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인도(인구 7억 8천만)를 한 예로 볼까요. 인도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그때까지의 공용어였던 영어를 자국어로 대체하려 했으나 쉽지가 않았습니다. 인도에는 자그마치 300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데다가 그중 가장 세력이 크고 대표적인 힌두어도 그 사용자의 비율이 고작 29.6%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헌법으로 힌두어를 공용어로 정하면서 향후 15년 안에 영어를 완전히 힌두어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1967년 영어를 힌두어와 함께 공용어(부공용어)로 인정하지 않을 수 ㅡ 없었습니다.

이 인도의 경우에서 보듯이 제 나라 말을 두고도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들을 보면 자기 나라 말만으로는 행정을 펴 나갈 수 없는 딱한 사정이 있는 나라들입니다. 인도 외에 가까이는 필리핀, 싱가포르를 비롯하여 멀리는 카메룬, 감비아, 가나, 구야나, 케냐,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나미비아, 말라위, 키리바시, 보츠와나, 도미니카, 자메이카, 시라 레온, 피지, 브루나이 등등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들을 보면 거의가 이름도 제대로 못 들어 본, 한 마디로 불쌍한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하였을까요? 이들의 희망이라면 오히려 자기들 토착어를 공용어로 격상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프랑스어가 공용어의 지위를 쟁취해낸 일도 그렇고(특히 퀘벡에서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격상시킨 것으로는 성이 안 차서 1977년에 이르러서는 프랑스어만을 공용어로 인정하고 영어를 공용어 자리에서 밀어내는 법안을 만들기까지 합니다), 스페인에서 카탈로니아어가 공용어를 되찾은 일이나 영국의 웨일즈 지역에서 자기들 말을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게 만든 일이나 공용어 지위를 놓고 투쟁을 벌이는 쪽은 열세에 있는 쪽이지요. 당당히 군림하고 있는 제 언어를 두고 제발 영어도 공용어로 들어와 주세요 하는 일은 도무지 상상키 어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세계 곳곳에서 학자들이 구름처럼 우리나라로 몰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으로 요상한 괴짜 나라도 있구나, 참 특수한 케이스도 있구나 그러면서 연구를 하려고 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사회언어학 전공서에서는 다투어 우리나라의 사태를 흥미진진한 특수 케이스로 다루려고 들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만을 쓰면 그걸 못 알아들어 불편을 느낄 사람이 몇%나 될까요? 그러고 보면 사실 전철에서까지 영어 안내 방송을 하는 것은 지나친 친절이요 낭비일지 모릅니다. 더욱이 온 국민이 한국어로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면 웃음거리도 이런 웃음거리는 없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문부성장관이던 모리와 나가이가 영어 또는 프랑스어를 일본의 국어(공용어)로 정하자는 주창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의 지성인들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받아들여졌을 리가 없었겠지요. 결국 소란만 피우다 무위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고 가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그렇게 이상한 짓을 하면 이름은 남기는 게 신기합니다. 그래서 괴짜 짓들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한 선배 교수가 겪었던 경험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한국에서 왔다, 한국? 그게 어디에 있는 나라냐, 어디에 있다, 너희 고유한 말이 있는가, 있다, 그럼 고유한 문자도 있는가, 있다, 학교에서 그걸로 공부하느냐, 물론이다, 대학에서도 그걸로 된 책으로 공부하느냐, 물론 그렇다. 그랬더니 그 후부터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한 나라는 평가하는 데 그 나라 고유의 말과 문자가 있고, 그것으로 고등교육이 실시되는가가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지요. 교보문고에 쌓인 그 많고 많은 책을 보세요. 대학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급 서적들을 보세요. 제 나라 말과 제 나라 고유의 문자로 이만큼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리는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인가 동남아를 순회하고 와서 그 나라들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 걸 보고 무슨 대오각성이라도 한 듯 영어 교육 강화를 외쳐 대기 시작하였는데 부러워할 것을 부러워해야지요. 제 나라 말 하나 지키지 못한 그들의 딱한 처지에 오히려 동정이나 보내며 우리는 좀 의젓한 길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처럼 온 나라 국민이 한 가지 말을 하며 사는 나라는 드뭅니다. 대부분 다언어국가로서 그로 인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우리는 그 면에서 큰 복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말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세계 12위의 막강한 언어가 아닙니까? 우리가 무엇 때문에, 무엇이 아쉬워 스스로 초라하고 딱한 처지의 대열로 전락하겠다고 하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너무너무 맞는 말만 하셔서 여기에 남긴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것.  

89쪽 밑에서 2줄 : 오래만에 -> 오랜만에 

119쪽 밑에서 3줄 : 벌려 놓은 음식 -> 벌여 놓은 음식 

127쪽 밑에서 9줄 : 절대적이 -> 절대적인 

168쪽 밑에서 10줄 : 주어 오다 -> 주워 오다 

237쪽 4줄 : 못 맞추면 -> 못 맞히면 

265쪽 1줄 : 기괴망칙 -> 기괴망측 

270쪽 1줄 : 하였겠을까요? -> 하였을까요? 

335쪽 1줄 : 일까 마는 -> 일까마는 

336쪽 10줄 : 인쇄된 -> 인쇄되지 않은  

338쪽 12줄 : 애기 -> 얘기 

371쪽 밑에서 8줄 : 그런데다가 -> 그런 데다가 

376쪽 밑에서 4줄 : 들어가는 데도 -> 들어가는데도 

377쪽 1줄 : 약보고 -> 얕보고 

389쪽 밑에서 3줄 : 덜 쓴 쓴다고 -> 덜 쓴다고 

394쪽 밑에서 4줄 : 두번째 ->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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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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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재의 이십대에게 섞여 본의 아니게 1년 6개월 동안 88만 원 세대가 돼버렸던 삼십대의 나.
내로라 하는 백화점의 나름대로는 전문직인 방송실 직원의 월급이 백만 원이라..
오랜 시간 동안 몇 백씩 등록금 들여 배운 지성인을 받아들여 주는 노동의 대가 치곤
말도 안 되는 금액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게 현실인 지금의 이십대.

책 표제이기도 한 '88만원 세대'는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88만원 세대'가 직면하게 될 한국의 미래를 예측함과 동시에 다른 나라에서의 20대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데 그러고 보니 평택의 그 백화점은 비정규직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에 고급 인력을 최저급으로 부려먹고 있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책을 덮음과 동시에 이것은 내가 아니라 고등학교 1학년 생인 조카가 읽어야겠다는 조급증을 담아
조금도 조급하지 않을 그 아이의 부모의 손에 책을 들려 보냈다.

비정규직.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의 홀로서기.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대학 등록금.
대기업만이 진리인 승자독식 주의.
이미 다 가진 자와의 말도 안 되는 경쟁.

막연하기만 한, 먼 얘기인 듯하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수많은 이십대가 평생 88만 원에 허덕이며 살다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무슨 종교적 발언 같지만,
슬프게도 이것은 현실이다.

잘 쓸 수 있던 책을 스쿠루지 운운하며 마무리한 저자에게 많이 아쉬워 하면서
오랜만에 쓰는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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