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속에 숨은 우리 과학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 20
오주영 지음, 허현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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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지혜를 배운다.' 이런 말이 있죠.
유구한 역사 속에서 빛나는 조상들의 슬기로움 때문인데요.
<명절 속에 숨은 우리 과학> 이라는 이 책에 그 슬기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그 열두 달에 많은 명절이 있고
명절에 행하던 놀이며 행사 또한 참 많이 있지요.
요즘에는 옛날에 했던 명절 행사 대신 현대의 놀이에 좀 더 친숙해져 있어 그렇지만
한국의 명절에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놀이나 행사가 아니라 그 안에 놀라운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각 명절에 어떠어떠한 행사와 놀이가 있더라~ 하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좀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고 놀랍기도 했어요.
정말 흥미롭게 읽었고요.

그럼 책에 소개된 우리나라의 명절 속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 중 가장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3월에 대표되는 행사로는 장 담그기가 있대요.
전 적당한 날씨에 담그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선조들은 3이 두 번이나 들어간
음력 3월 3일에 장을 담그면 특별히 맛있게 담가진다고 믿었답니다.
그래서 삼짇날 봄볕 아래서 장을 담갔다고 합니다.
장을 담글 때 메주를 띄워서 소금물의 농도를 맞춘 후, 농도가 맞으면
그 안에 뜨거운 참숯과 고추, 대추를 넣는 것도 이유가 있어요.
뜨거운 참숯을 넣으면 나쁜 세균같은 것들이 번식하지 못해서 장맛을
더 좋아지게 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는 정말 슬기로우셨네요.

제가 가장 해보고 싶은 5월 명절 행사 중 하나가 바로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감기예요.
아직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옛날에는 샴푸나 비누가 없어서
머리감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머릿결도 그리 곱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빛이 나고 윤기가 흐르는 것을 누군가가 발견했겠지요?
얼마나 머릿결이 좋아질지 직접 해보고 싶어요.

음력 6월 무렵에는 논에 심은 벼들이 쑥쑥 자랄 때인데 요즘은 사람이 기계를 끌고 다니면서
김도 매고 비료도 주고 하잖아요. 그런데 옛날에는 논에 오리나 미꾸라지, 우렁이 등을 풀어서
잡초를 제거하고 해충을 잡아 먹으며, 돌아다니면서 땅을 헤집어서 비옥하게 만들도록 했대요.
요즘 말하면 유기농 농법이죠. 이렇게 유기농 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은 모양이 예쁘지 않지만
매우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요즘 다시 유기농 농법으로 농사를 짓자는 추세이기도 해요.

저희의 어머니 세대에서는 흔했던 우물,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요.
전 어렸을 때 외갓집에 우물이 있었지만요.
그 땐 우물이 어린 마음에 수도보다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우물 또한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답니다. 땅을 파서 물길이 있는 곳에 돌을 쌓고
그 위에 물을 정화해주는 숯과 깨끗한 자갈을 넣어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길을 수 있었거든요.
이런 우물은 매년 청소를 해줘야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데 장마가 끝난 후 음력 7월 7일인
칠석에 모여 우물 청소를 했답니다. 물을 퍼내고 물길을 막은 후 짚 등으로 물이끼를 닦아내요.
숯도 새로 갈고 자갈도 깨끗이 닦지요. 그리고 물길을 다시 열면
또 한 해 동안 좋은물을 마시는 거예요.
어때요? 요즘 정수기 못지 않게 과학적이고 깨끗해 보이죠?

음력 8월 15일인 한가위를 대표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송편.
송편의 송자가 바로 소나무 송(松)이라는 거 혹시 아세요?
송편을 찔 때 보통 솔잎을 송편 켜켜이 넣고 찌잖아요. 모두 이유가 있었답니다.
이렇게 찌면 솔잎의 향이 송편에 스며 좋은 맛과 냄새가 날 뿐 아니라 나쁜 세균까지 없앨 수 있어
송편이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이에요.
그 옛날에 솔잎에서 이런 성분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니 참 신기해요. 

음력 9월에는 아주 특별한 날이 있죠. 바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한글날이에요.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당연하게 배웠기 때문에 한글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글 자체는 쉽지만 국어는 배우면 배울 수록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재미있어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과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

음력 10월 그러니까 양력으로 하면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초 정도?에 대부분 김장을 하죠?
전 김치를 정말정말 좋아한답니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
옛날에는 김치가 모두 하얀색이었대요.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 김치를 담근건
조선시대부터라고 하니 빨간 김치의 역사가 생각만큼 길지는 않죠?
뭐니뭐니해도 빨간 김치가 전 입에 딱 맞는데 말예요. 하하!
옛날에는 겨울에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없어 만들기 시작한 것이 김치였다는데요.
오래두면 상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가 되어 몸에 좋은 음식이 되니 발효과학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어요. 먼 옛날에는 순무, 가지, 죽순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여
'지'를 만들었는데 요즘의 장아찌와 같아요.
김치라는 말은 지 → 침채 → 딤채 → 김치로 바뀐 것이랍니다.
상표인 줄만 알았던 것이 바로 김치의 옛말이라니 재밌죠?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추리고 추렸는데도 이렇게 많아졌네요.
책을 읽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고 선조들이 이렇게 지혜로우셨구나 하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껴졌답니다. 요즘처럼 책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험에서 하나 둘 알고 익히셨을텐데 누군가 처음 과학의 원리를
발견한 분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거겠죠?
숯 활성탄이 들어간 정수기, 피톤치드(솔 등에서 나오는 유익물질)가 나오는 공기정화기,
요즘 많이 보급된 김치냉장고 등이 생활 속의 좋은 예죠.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더 발전된 과학의 세계를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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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방귀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30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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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으로 돌아간 며느리는 마음 놓고 방귀를 뀌었어.
풍풍, 방방! 뿌르르릉 뿌릉! 피식피식 피시식! 삐이익!
며느리 얼굴은 처음 시집왔을 때처럼 몽실몽실 탐스러워졌어.
활짝 핀 모란꽃처럼 다시 얼굴이 곱고 환해졌지.
 

며느리 방귀.   

제목부터가 괜시리 피식 웃게 만들었어요.

방귀면 방귀지 며느리 방귀는 무얼까 했죠.

 

옛날도 아주 먼 옛날 김첨지의 집에 며느리가 시집을 오게 되었는데

어찌나 곱던지 활짝 핀 모란처럼 얼굴이 환하고 예뻤더래요.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바느질도, 요리도 정말 잘해서 온 가족의 사랑을 받게 되었죠.

가족들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부러움까지 샀어요.

그런데 시집을 온 지 3년이 되었을 때 복숭아같이 발그레하던 며느리의 얼굴은

점점 누렇고 푸석푸석하게 변했어요.

머릿결도 빗자루처럼 거칠어지고 시름시름 앓기도 했답니다.

당연히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3년 동안 방귀를 뀌지 못해서 그렇다지 뭐예요!

저런~ 방귀를 3년이나 참았으니 병이 날 수 밖에요. 

시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마음껏 방귀를 뀌라 했는데 그만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3년 동안이나 참아왔던 며느리의 방귀는 보통 방귀가 아니었던거죠.

방귀를 뀌기 전부터 시아버지는 대청문을, 시어머니는 부엌문을, 남편은 기둥을,

시누이는 솥뚜껑을, 시동생은 지게 다리를 꼭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글쎄!

뻐어엉 뻐엉! 꽈르르르, 꽈르르! 뿌웅, 뿌우우우웅 뿌아아앙! 콰광 콰광!

방귀를 뀌었어요. 그래서 온 가족은 방귀의 위력에 모두 날아갔답니다. 하하하하하.

 

상상하면서 웃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정말 사람이 3년동안 방귀를 참을 수 있을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정말 이렇게 천둥처럼 요란하고 돌풍처럼 위력이 셀까? 라고요.

물론 현실적으로야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상상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나요? :)

 

방귀 때문에 혼이 난 가족들은 화가 나서 며느리를 다시 친정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

며느리는 웃지 못할 일이겠지만요.

그런데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위에 지친 시아버지가 높은 나무에 달린 배를 보고  

입맛을 다시자 며느리가 그 위력이 있는 방귀를 이용해 돌멩이로 배가지를 맞췄더니

배가 우수수 떨어져 맛있게 먹을 수 있었대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고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방귀나 변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아요.

며느리의 방귀는 예로부터 금기시 되었다고 하던데 사람의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니까

부끄러워 하거나 금기할 이유가 없잖겠어요?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요. 저희집 큰 아이가 이제 네 살배기인데요.

화장실에서 쉬를 한다고 힘을 주다가 그만 뿡! 하는 거예요.

옆에서 봐주던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가 혼나는 건 줄 알고 눈이 동그래져서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갑자기 전 웃음이 막 나왔어요.

그리고 토닥이면서 말해주었습니다.

"방귀를 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혼날까봐 겁내지 않아도 돼. 잘못한 거 아냐." 라고요.

그랬더니 이제 큰 일을 볼 때나, 작은 일을 볼 때나 가끔 뿡! 뿡! 소리를 내더라고요.

정말 귀엽죠? :)

 

엄숙한 자리나 어려운 자리에서는 물론 조금은 자제를 해야겠지만

평상시에는 너무 격식을 갖춘다며 생리현상을 애써 참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다가 며느리처럼 병이 나면 큰 일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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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모두 쉿! - 미국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6
돈 프리먼 글 그림, 이상희 엮음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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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모두 쉿! 

주인공인 캐리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쉿~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캐리는 토요일 아침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사서이신

커티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죠.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동물원에 관한 책을 보고 문득 자신이

사서 선생님이 된다는 상상을 하게 돼요.

동물 친구들만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날을 만들겠다는 깜찍한 발상을 하고 말예요.
 

 

제일 먼저 찾아온 카나리아를 비롯해서 사자, 곰, 의자를 네 개 사용해도 부족한 코끼리,

공작, 언제 왔는지 모른 거북이, 불쑥 찾아온 기린, 호저, 원숭이 가족, 말과 암소,

이렇게 모두 모여 도란도란 둘러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사서 선생님이 된

캐리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갑작스레 생쥐만 들이닥치지 않았으면 말예요.

여기저기 달리는 생쥐들 때문에 정숙했던 도서관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요.

"사자는 으르렁, 곰은 크르렁, 암소는 음매, 공작은 끽끽!"

당황한 사서 선생님 캐리는 어떻게 이 난감한 상황을 종료시킬까요? 





해답은 카나리아에 있었습니다. 어떻게요?

모두 알려드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아하하하 :D 

 

스스로 기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든다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발전하느냐가 바로 여기에 달려있거든요.

이 책이 좋다더라, 저 책이 유익하다더라 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이 더욱 좋은일 아닐까요?

그런면에서 <도서관에서는 모두 쉿!> 역시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동물들만 들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라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쉿! 소리와 함께 현실세계로 돌아온 캐리.

그런 캐리의 모습을 보니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이 맡으셨던 교내 미니 도서관이 생각나요.

담임 선생님도, 책도 너무너무 좋아서 방과 후와 방학 기간에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던 추억이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상상만으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공공질서에 대해서도 교육적인

책이에요. 가끔 도서관에서도 정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보면 그림책 속의

동물들이 공공질서를 더 잘 지키는 듯 보이기도 하거든요. :)

 

아직 어려서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혼자 책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는 아이를 보면 참 흐뭇하답니다.

글을 알지 못하니 도서관에서는 모두 쉿!이라는 책을 보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100%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아이도 캐리처럼 기발한 발상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겠지요.

마음에 날개를 달고 카나리아처럼 포르르 날아오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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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야, 겁내지 마!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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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는 무엇이 겁났던 걸까요?

제목을 보며 무척이나 궁금했었어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종종 걸음하는 듯 보이는 단발머리 어린 소녀.

그림을 보니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기억이 어렴풋이 났더랬습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가슴에는 이름표와 손수건을 옷핀에 꽂은 채

학교로 가는 발걸음은 처음에 정말 씩씩했었죠.

그런데 엄마는 학교에 첫 날에만 함께 가주고 그 다음날 부터 혼자 가라는 거예요.

정말 눈 앞이 캄캄해졌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과 학교의 거리는 아마 200미터가 채 안되는 거리였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간 꼬마에게는 2킬로미터도 넘게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거리예요.

 

과수원 일로 바쁘고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은서 엄마와 저희 엄마는 상황이 참 비슷했답니다.

저도 어린 동생이 둘이나 있었고 엄마는 맞벌이 하느라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셨거든요. 은서가 학교 가는 길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었어요.

언제나 친절하고 동네에서 제일 예쁜 새댁 아줌마네 집을 지나면 나타나는

은행나무 집의 사납고 커다란 개, 황씨 할아버지네 누렁소,

콩 할머니네 깡패 꼬다기(암탉), 그리고 기와집에 사는 바보 아저씨까지.

 

사실 알고 보면 커다란 개는 줄에 묶여 있어서 마당 밖으로 나올 수 없고

황씨 할아버지네 누렁소 역시 밭두렁에 묶여 있었는데 새끼를 가진 상태여서

예민했을 뿐이며, 깡패 꼬다기 암탉은 병아리들이 걱정되어 은서를 경계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바보 아저씨는 아주 작은 창문으로 종이새를 날린 것 뿐이었죠.

결코 은서에게 일부러 와서 괴롭힘을 주는 상대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그래도 은서가 이해돼요. 왜 그렇게 겁을 먹고 학교까지 못가게 되었는지..

 

저 역시 학교를 가려면 마당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인집 강아지가 저만 보면

그렇게 앙칼지게 쫓아와 짖어대곤 했거든요.

지금 봤으면 어른 남자 두 주먹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강아지였을텐데

그 땐 정말 그 것보다 몇 배 되는 것처럼 커 보였었고 너무 무서워

마당이 없는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은서를 괴롭히는 것 같았던 누렁소도, 꼬다기 암탉도 결국 은서가 무섭고

자신들이 지켜야 할 새끼들 때문에 앙칼지게 굴었던 것처럼

그 강아지도 엄마개와 억지로 떨어져 혼자 지내야 했기에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괜시리 제게 와서 그렇게 짖어댔었나봐요. 정작 물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전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요? 그 강아지와 친하게 지내보려고 노력했던 적도 없고 말예요.

 

은서 역시 누렁소, 꼬다기, 바보 아저씨와 절대 친해질 생각이 없었을테죠.

그래서 친구 상민이에게 200원이나 주고 로봇가면과 우산대 지팡이를 삽니다.

자기를 괴롭히는 누렁소와 꼬다기, 개를 혼내주려는 심산으로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누렁소도 안보이고 개도 너무 조용했어요.

깡패 꼬다기 암탉과 마주쳤을 때 평소처럼 겁먹었지만 암탉은 관심도 없었습니다.

정말 김이 샜지만 은서는 집에서 로봇가면을 쓰고 빨간 벙어리 장갑까지 찾아 낀 채

무적의 우산대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섰어요.

그러다가 은행나무 집 두엄을 파헤치던 꼬다기 암탉과 마주쳤는데

괜시리 혼내주고 싶었잖겠어요? 으름장까지 놓으며 쫓아갔더니

암탉은 푸드덕푸드덕 난리가 났어요. 신이 난 은서는 쩔쩔 매는 암탉을 신이 나서 쫓아다녀요.

그러다가 "다시는 날 쪼지마. 알겠지!"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꼬다기는

사나운 개가 있는 은행나무 집 마당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은서는 이제껏 들어볼 수 없었던 소름끼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암탉의 비명과 개의 으르렁거림..

 

이런 경험을 어린 아이들은 종종 경험하고 사는가봐요.

저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그 앙칼진 강아지를 언젠가 한 번 때려주었거든요.

너무 얄미워서 말이죠. 그런데 한동안 아파서 절뚝거리고 다녔었어요.

그 후로 저만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강아지.. 좀 많이 미안해지더라고요.

사실 그렇게까지 때려줄 생각은 없었거든요.

 

졸지에 엄마닭을 잃은 병아리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서 은서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다가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보리쌀을 들고 나가 병아리들에게 주게 됩니다.

다 클 때까지 잘 돌봐주겠노라며. 그리고 늘 무서워했던 바보 아저씨에 대한 오해가 풀리자

늘 작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갇혀 살았던 아저씨를 위해 창문에

들꽃을 한아름 놓고 나와요.

저도 때려줬던 강아지에게 미안해서 간식이었던 소시지를 몰래 가져다 줬었어요.

그 후로부터 강아지는 저를 보면 앙칼지게 짖는 대신 꼬리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은서도 그 시절의 저도 아픔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어른이 된 시점에서 세상에 별로 무서울 것 없게 되었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뭔가를 무서워 할 때 "그게 뭐가 무서워?"라는

퉁박은 줄 수가 없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주죠.

"무섭지? 그래 엄마도 이해해. 엄마도 어렸을 땐 무서웠어. 그렇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 봐.

그것이 너를 절대 해치지 않아. ○○이는 씩씩하게 잘 이겨낼거라 믿어."라고요.

아주 어렸을 땐 잘 모르더니 네 살배기가 된 아이는 이제 겁이 나는 대상이 많아지나봐요.

불을 끈 화장실도 무서워하고 다른 방에 있던 엄마가 없어진 줄 알고 울고 불고 하는 거며..

밖에 나가서 큰 개를 보고 화들짝 놀라서 엄마에게 달려오는 아이...

그 모습을 보면 은서만했던 어린시절이 생각나요.

게다가 이제 오는 5월이면 어린이집에 가게 될텐데 엄마와 잠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아이에게는 십리길도 더 되는 듯 할 테니까요.

아이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또 세상과 친해질 수 있도록 격려를 해줘야겠습니다.

"○○야, 겁내지 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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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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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이라고요? 
처음 책의 제목 만을 들었을 때엔 창작 그림책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보니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라고 쓰였지 뭐예요.
아하~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동물 이야기로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엇! 정말 어느 나라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요~ 자! 책 속으로 고고~ 고고~!!

우선 책 표지를 열어보니 비단벌레와 코끼리, 말이 등장하는데요.
마치 어린 시절 풀었던 시험지에서처럼 관련 나라로 선긋기 놀이를 하는 듯한 그림이 있어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면서 막 마음이 짠해지는거 있죠? :)

책의 내용은 "이런 나라 알아?"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요.
그럼 저도 모르게 되묻게 되죠. "어떤 나라?"
그럼 다시 책이 대답을 해줍니다.
"이 나라에서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단다. 이 나라는 바로 바로......"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겨 보죠.

"타이!" 하고 바로 그 나라가 나와요.
세상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니 너무 지저분한 것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될 지 몰라요. 보통 종이는 나무에서 얻은 펄프로 만드니까요.
그렇지만 코끼리는 식물을 많이 먹고 코끼리의 배설물의 대부분은 섬유질이 무척 많기 때문에
물에 계속 씻어 지저분한 것을 빼고 섬유질만 남긴대요.
그런 후 섬유질을 잘게 잘라 염색하고 가는 체로 쳐서 바람에 말리면
바로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대요.
타이에는 코끼리를 위한 병원이 있는데 그 곳에서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코끼리 똥을 처리할 방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여러분 알고 계셨어요? 물론 알고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마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더군다나 우리 아이들은 말이죠. 이런 사실을 알면 개구쟁이 꼬마들은
"아~ 냄새날 것 같아요!" 하며 코를 쥐기도 하겠지만 사실을 알면 정말 즐거워 할 듯 해요.
우리집 네 살 배기 꼬마도 동물 다큐멘터리만 나오면 정말 좋아하면서 보거든요.
조금 더 커서 더 많은 지식을 받아 들이게 될 즈음이면 이 책도 무척 아끼게 되겠죠.
하긴~ 지금도 책 속의 그림 때문에라도 자기의 보물로 여기니까요.
새 책만 생기면 그 날 밤은 자기 머리맡에 꼭 두고 잔답니다. 아가가 만지기라도 할까봐. :)

이렇게 책에서는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동물들의 특성을 얘기해주고 있어요.
더불어 그 나라의 지도적인 위치와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죠.
또 [ 알아 두면 나도 박사 ] 라는 제목으로 해당 나라의 수도며 지리적인 특징을 말해주고 있어
유치원생 등 취학반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위에 취학반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많은데 꼭 소개해 줘야겠습니다. 매우 만족해 할 거예요.
어린 아이들은 딱딱한 지리책보다 이렇게 예쁜 그림과 재미있는 설명으로 알려주면
머리 속에 쏙쏙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저도 이렇게 마음에 드는데 또래 친구를 둔 주위 엄마들에게 소개하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역시 엄마들은 좋은 책에 약합니다. 하하하~

매번 주니어 서적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째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거예요.
순수한 걸까요? 크하하!! (이러다 돌맹이 날아올지 모르니 도망가야겠어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기 전까지 목청을 높여 열심히 읽어줘야겠습니다.
"○○아~ 너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가 어디인 줄 알아?" 하고 말예요.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책에 나온 동물들을 직접 만나러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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