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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방귀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30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시집으로 돌아간 며느리는 마음 놓고 방귀를 뀌었어.
풍풍, 방방! 뿌르르릉 뿌릉! 피식피식 피시식! 삐이익!
며느리 얼굴은 처음 시집왔을 때처럼 몽실몽실 탐스러워졌어.
활짝 핀 모란꽃처럼 다시 얼굴이 곱고 환해졌지.
며느리 방귀.
제목부터가 괜시리 피식 웃게 만들었어요.
방귀면 방귀지 며느리 방귀는 무얼까 했죠.
옛날도 아주 먼 옛날 김첨지의 집에 며느리가 시집을 오게 되었는데
어찌나 곱던지 활짝 핀 모란처럼 얼굴이 환하고 예뻤더래요.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바느질도, 요리도 정말 잘해서 온 가족의 사랑을 받게 되었죠.
가족들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부러움까지 샀어요.
그런데 시집을 온 지 3년이 되었을 때 복숭아같이 발그레하던 며느리의 얼굴은
점점 누렇고 푸석푸석하게 변했어요.
머릿결도 빗자루처럼 거칠어지고 시름시름 앓기도 했답니다.
당연히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3년 동안 방귀를 뀌지 못해서 그렇다지 뭐예요!
저런~ 방귀를 3년이나 참았으니 병이 날 수 밖에요.
시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마음껏 방귀를 뀌라 했는데 그만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3년 동안이나 참아왔던 며느리의 방귀는 보통 방귀가 아니었던거죠.
방귀를 뀌기 전부터 시아버지는 대청문을, 시어머니는 부엌문을, 남편은 기둥을,
시누이는 솥뚜껑을, 시동생은 지게 다리를 꼭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글쎄!
뻐어엉 뻐엉! 꽈르르르, 꽈르르! 뿌웅, 뿌우우우웅 뿌아아앙! 콰광 콰광!
방귀를 뀌었어요. 그래서 온 가족은 방귀의 위력에 모두 날아갔답니다. 하하하하하.
상상하면서 웃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정말 사람이 3년동안 방귀를 참을 수 있을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정말 이렇게 천둥처럼 요란하고 돌풍처럼 위력이 셀까? 라고요.
물론 현실적으로야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상상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나요? :)
방귀 때문에 혼이 난 가족들은 화가 나서 며느리를 다시 친정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
며느리는 웃지 못할 일이겠지만요.
그런데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위에 지친 시아버지가 높은 나무에 달린 배를 보고
입맛을 다시자 며느리가 그 위력이 있는 방귀를 이용해 돌멩이로 배가지를 맞췄더니
배가 우수수 떨어져 맛있게 먹을 수 있었대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고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방귀나 변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아요.
며느리의 방귀는 예로부터 금기시 되었다고 하던데 사람의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니까
부끄러워 하거나 금기할 이유가 없잖겠어요?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요. 저희집 큰 아이가 이제 네 살배기인데요.
화장실에서 쉬를 한다고 힘을 주다가 그만 뿡! 하는 거예요.
옆에서 봐주던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가 혼나는 건 줄 알고 눈이 동그래져서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갑자기 전 웃음이 막 나왔어요.
그리고 토닥이면서 말해주었습니다.
"방귀를 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혼날까봐 겁내지 않아도 돼. 잘못한 거 아냐." 라고요.
그랬더니 이제 큰 일을 볼 때나, 작은 일을 볼 때나 가끔 뿡! 뿡! 소리를 내더라고요.
정말 귀엽죠? :)
엄숙한 자리나 어려운 자리에서는 물론 조금은 자제를 해야겠지만
평상시에는 너무 격식을 갖춘다며 생리현상을 애써 참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다가 며느리처럼 병이 나면 큰 일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