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커 일러스트레이터 1
조안나 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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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커

:그녀가 색연필로 그린 그림만큼 따뜻한 작가 주디스 커의 이야기

조안나 캐리 글/이순영 옮김




작가 주디스 커(Judith Kerr) 1923-2019




요즘엔 시간을 제 맘대로 쓸 수 있어요. 늦게까지 일하고 싶으면 해요. 일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어요. 더 능숙해졌으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젠 잘 알아요. 안 그러면 이상하지요? 이 일을 50년 넘게 하고 있잖아요.(p103)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로 유명한 영국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가 한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50년 넘게 끈질기게 해 온 작가의 말 속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묻어있다. 40대였던 1968년에 첫 그림책인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 권 또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감탄이 나왔다.

주디스 커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히틀러 정권을 피해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어린 주디스의 재능을 소중히 여긴 엄마 덕분에 어린 시절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현재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어린 주디스의 그림에는 그리는 대상의 모습을 세심히 관찰하고, 관찰한 대상을 소중히 대하는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고 싶어했던 주디스는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관찰을 거듭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주로 주변에 일어나는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그려냈는데, 사람들의 표정, 동작, 화면의 구성에서 세심하게 신경쓰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어린 주디스 커가 그린 그림들은 그림책 작가로서 주디스 커가 보여준 따뜻한 시선과 그림들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나긴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젊은 시절 화가, 미술 교사, 섬유 디자이너, BBC 방송 각본가 등 다양한 일을 해온 그녀는 결혼 후,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된 후에야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일이 바로 그림책이다. 그녀의 딸 테이시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호랑이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첫 그림책이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이다. 인터넷이 없었던 때여서 주디스는 자주 동물원에 가서 스케치를 했고 이를 통해 그림책을 준비했다. 이 책을 통해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가 나오기 위해 그린 여러 장의 스케치와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초기 스케치에서 실제 책으로 나오면서 변화된 모습이 흥미롭다.


54년을 함께한 남편 톰 닐은 주디스 커의 작업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함께 했던 집의 맨 꼭대기 층의 공동 작업실은 많은 이야기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이라고 주디스 커는 추억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그림책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그리고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별에 대해 담담하며 따스한 시각을 보여준 이 책은 주디스 커가 80대와 90대 나이의 전성기에 낸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연필과 색연필로 그녀만의 색채와 표현법을 보여주는 주디스 커의 작업 방식과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점도 반가웠다. 일정한 길이의 스테들러 브랜드의 연필과 8B의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연필에 대한 표현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4B는 섬세하게 용기를 복돋워 주는 연필이에요.(p99)


2019년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주디스 커가 남긴 그림책들은 그녀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들어있다. 그녀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고나니 그녀가 남긴 그림책들을 천천히 전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고, 그 일을 소중히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를 보면서 좋아하고 있는 일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오랜시간 그 애정을 마음에 담고 작업을 해온 그녀가 무척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요.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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