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https://image.aladin.co.kr/img/events/book/2018/2018_underline_new_btn.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반복된다. 반복은 역사 그 자체가 아닌 이데올로기와 사건의 반복이다. 만화 <병자호란>은 어떤 의미에서 특정한 이데올로기와 사건이 현재의 시점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오래 전에도 조선은 열강의 소용돌이 속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굳이 지정학적 위치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조선이 처한 내재적인 한계이기도 하였다. 조선은 항상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리더 또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때도 있었지만, 지혜로운 책략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신하들은 여전히 감언이설을 하고 있었고, 지금 감옥에 있는 우리 역사의 불온한 리더들도 그러한 감언이설에 정의, 진리, 국민, 공동체를 팔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고 있었다. 인간성이라는 공통 영역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선이 처한 시절과 지금 이 시절은 너무나도 닮아있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고, 1퍼센트의 사람들은 일상 속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속임수를 여전히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였던 조선의 국민들은 이데올로기가 노예화하는 방식을 사유하지 못했으며 이는 불행한 나라의 단면이었다. <병자호란>은 사유의 불능성, 이데올로기의 천박함, 인간성의 함몰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은 모순과 허구를 이데올로기의 속임수라는 방식으로 정당화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인민은 몸부림칠 수조차 없는 실험용 쥐였다. 그렇다면 인민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저 왕이 시키는대로,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혁명이었지만 실현될 수 없는 혁명이었다. <병자호란>은 새로운 방법으로 전쟁이 반복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더 치밀해졌고 급진적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다. 물리적 전쟁은 보이지 않지만 끝나지 않았으며 그것은 더욱 치밀한 형태로 우리의 사고를 잠식하며 1퍼센트의 권력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벼랑 끝의 위기, 우리 자신이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의사결정의 상황을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가 되었고, 세계의 위기는 우리의 위기가 되었기에 우리는 의미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권력의 속임수와 은유를 간파하는 일상적 대중의 활동적 삶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촛불이다> 서평

 

두 번의 탄핵은 우리에게 분열된 인식의 지평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탄핵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탄핵이었고, 다른 하나의 탄핵은 정의에 의한 탄핵이었다. 정의에 의한 탄핵은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을 촛불이라 명명해주었고, 촛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많은 자아들은 정의 그 자체가 되었다. 2017310일 탄핵심판 선고일, 생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았다. 어린 아이들은 소리쳐 정의를 외쳤다. 그리고 탄핵을 선고한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로써 촛불은 탄핵을 넘어 비로소 정의 그 자체가 되었다. 이 책은 탄핵 선고 막전 막후가 아닌 촛불 혁명의 역사적 현장을 함께 한 정의로운 시민의 일기다. 이 일기는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일기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불온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분노와 의식이었다. 분노와 의식은 연대의식이 되어 큰 강물을 이루어 청와대로 전진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시장에 분노했다. 우리를 둘러 싼 불온한 세력들이 열망하는 자본에 분노했고, 이를 둘러싼 기만에 응전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의 모임을 촛불 집회라 부르는 것에 난 반대한다. 촛불 혁명의 역사는 촛불 문화제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내 아이를 위해 거리에 나선 부모,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했던 방송인, 시장 상인, 예술가, 수화계의 꽃, 중학생과 초등학생, 유명 가수 등 광장의 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의로운 불을 밝혔다. 광장을 지킨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요구했고, 비정상적인 국가에 한 마음으로 분노하였다. 이 책에는 촛불 하나 하나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 목소리는 전문가 문화에서 탄생한 목소리가 아닌 일상 문화에서 탄생한 정의로운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거짓이 아니었으며 진실과 정의를 잉태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는 평화를 위한 목소리였다. 정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지만 그것은 화염 속의 분노가 아닌 분노가 승화한 평화였다.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를 연결하여 새로운 평화의 목소리를 만들었다. 시민 운동의 새 장을 열었으며 국가의 기만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만들었다. 이름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그 겨울의 촛불의 거대한 함성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잊지 않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우리는 이미 촛불이라는 배를 탄 정의로운 시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