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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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반복은 역사 그 자체가 아닌 이데올로기와 사건의 반복이다. 만화 <병자호란>은 어떤 의미에서 특정한 이데올로기와 사건이 현재의 시점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오래 전에도 조선은 열강의 소용돌이 속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굳이 지정학적 위치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조선이 처한 내재적인 한계이기도 하였다. 조선은 항상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리더 또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때도 있었지만, 지혜로운 책략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신하들은 여전히 감언이설을 하고 있었고, 지금 감옥에 있는 우리 역사의 불온한 리더들도 그러한 감언이설에 정의, 진리, 국민, 공동체를 팔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고 있었다. 인간성이라는 공통 영역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선이 처한 시절과 지금 이 시절은 너무나도 닮아있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고, 1퍼센트의 사람들은 일상 속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속임수를 여전히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였던 조선의 국민들은 이데올로기가 노예화하는 방식을 사유하지 못했으며 이는 불행한 나라의 단면이었다. <병자호란>은 사유의 불능성, 이데올로기의 천박함, 인간성의 함몰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은 모순과 허구를 이데올로기의 속임수라는 방식으로 정당화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인민은 몸부림칠 수조차 없는 실험용 쥐였다. 그렇다면 인민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저 왕이 시키는대로,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혁명이었지만 실현될 수 없는 혁명이었다. <병자호란>은 새로운 방법으로 전쟁이 반복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더 치밀해졌고 급진적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다. 물리적 전쟁은 보이지 않지만 끝나지 않았으며 그것은 더욱 치밀한 형태로 우리의 사고를 잠식하며 1퍼센트의 권력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벼랑 끝의 위기, 우리 자신이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의사결정의 상황을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가 되었고, 세계의 위기는 우리의 위기가 되었기에 우리는 의미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권력의 속임수와 은유를 간파하는 일상적 대중의 활동적 삶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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