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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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이다> 서평

 

두 번의 탄핵은 우리에게 분열된 인식의 지평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탄핵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탄핵이었고, 다른 하나의 탄핵은 정의에 의한 탄핵이었다. 정의에 의한 탄핵은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을 촛불이라 명명해주었고, 촛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많은 자아들은 정의 그 자체가 되었다. 2017310일 탄핵심판 선고일, 생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았다. 어린 아이들은 소리쳐 정의를 외쳤다. 그리고 탄핵을 선고한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로써 촛불은 탄핵을 넘어 비로소 정의 그 자체가 되었다. 이 책은 탄핵 선고 막전 막후가 아닌 촛불 혁명의 역사적 현장을 함께 한 정의로운 시민의 일기다. 이 일기는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일기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불온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분노와 의식이었다. 분노와 의식은 연대의식이 되어 큰 강물을 이루어 청와대로 전진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시장에 분노했다. 우리를 둘러 싼 불온한 세력들이 열망하는 자본에 분노했고, 이를 둘러싼 기만에 응전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의 모임을 촛불 집회라 부르는 것에 난 반대한다. 촛불 혁명의 역사는 촛불 문화제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내 아이를 위해 거리에 나선 부모,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했던 방송인, 시장 상인, 예술가, 수화계의 꽃, 중학생과 초등학생, 유명 가수 등 광장의 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의로운 불을 밝혔다. 광장을 지킨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요구했고, 비정상적인 국가에 한 마음으로 분노하였다. 이 책에는 촛불 하나 하나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 목소리는 전문가 문화에서 탄생한 목소리가 아닌 일상 문화에서 탄생한 정의로운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거짓이 아니었으며 진실과 정의를 잉태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는 평화를 위한 목소리였다. 정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지만 그것은 화염 속의 분노가 아닌 분노가 승화한 평화였다.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를 연결하여 새로운 평화의 목소리를 만들었다. 시민 운동의 새 장을 열었으며 국가의 기만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만들었다. 이름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그 겨울의 촛불의 거대한 함성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잊지 않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우리는 이미 촛불이라는 배를 탄 정의로운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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