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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씨리얼 세계문학 4
알베르 카뮈 지음, 이하영 옮김 / 씨리얼 / 2026년 9월
평점 :

『이방인』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중 하나로 시작하는 고전 명작,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번에 씨리얼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카뮈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깔끔한 문체와 뫼르소의 담담한 목소리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더욱 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주인공 뫼르소가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의 부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돼요.
하지만 그는 세상이 기대하는 것처럼 슬픔을 오버해서 표현하지도, 통곡하지도 않아요.
그저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상태에 집중할 뿐이죠.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얼마 뒤, 뫼르소는 뜨거운 해변에서 우연한 시비 끝에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게 돼요.
이후 열린 재판...
그런데 법정에서 사람들이 진짜 심판하려고 한 건 살인 사건 자체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 ‘다음 날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끌어와 뫼르소를 ‘감정도 없는 악마’로 몰아세우죠.
사회가 정해놓은 위선적인 감정의 규칙에 맞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국 뫼르소는 사형 선고를 받게 돼요.
어릴 때 읽었던 『이방인』 속 뫼르소는 그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차가운 사람으로만 보였어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맞추는 법을 배워버린 지금, 씨리얼 출판사 버전으로 다시 만난 뫼르소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다가왔어요.
그는 냉혈한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세상 그 누구보다 솔직했고, 위선을 거부했던 진실한 사람’이었던 거죠.
우리가 하루 동안 연기하는 ‘가짜 감정’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가짜 감정’을 연기하며 살고 있을까요?
슬프지 않아도 슬픈 척,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한 척, 원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이 바라는 대답을 해주며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 애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나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니까요.
하지만 뫼르소는 달랐어요,
법정에서 자신의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라거나 ‘햇빛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라는 식의, 어쩌면 바보 같을 정도로 거짓 없는 진실만을 말해요.
판사와 배심원들이 원하는 ‘뉘우치는 척’이나 ‘정당화’라는 연기를 끝까지 거부한 것이죠.
살인죄보다 ‘사회적 규범 위반’을 심판하는 법정의 부조리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은 재판 과정이었어요.
법정은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이라는 행위의 객관적 사실보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장례식 직후 여자친구와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다’는 점을 들먹이며 그를 인간 이하의 악마로 몰아가요.
사회가 정해놓은 ‘감정의 정답’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인간을 사회적으로 처형하는 모습은, 삶에 끊임없이 의미와 형식을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위선과 ‘부조리(Absurdity)’를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세상은 우리에게 끝없이 납득 가능한 이유와 명분을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 불합리한 곳인데 말이죠.
세상의 냉막함 속에서 찾아낸 진짜 자유
죽음을 눈앞에 둔 감옥 안에서, 뫼르소는 자신에게 회개를 강요하는 사제를 내쫓고 마침내 세상의 정적과 냉막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세계가 그처럼 나와 닮았다는 것을, 마침내 세계가 그처럼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내가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가두었던 세상의 위선적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그는 역설적이게도 삶의 가장 정결하고 완전한 자유를 맛보게 돼요.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규칙이 만들어낸 정답에 얽매이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냈다’는 선언이었던 셈이죠.
단순히 소설을 읽었다기보다, ‘나는 지금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살고 있는가? 혹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연기하느라 진짜 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가슴속에 깊이 남겨주는 깊은 감동이었어요.
여러분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진짜 ‘나’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고전이 주는 질문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방인』 일독을 적극 추천해요.
😍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씨리얼 @seereal_7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