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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 - 잘못된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마티 마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웅진지식하우스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가고, 의사의 말을 신뢰하죠.
‘전문가니까’, ‘의학적으로 검증됐으니까’라는 이유로 그 판단을 거의 의심하지 않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마티 마카리의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은 의사를 불신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에요.
오히려 의학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오류를 만들어내고, 그 오류가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책이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의학은 늘 과학적이다’라는 믿음을 정면으로 흔든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보통 의학 지침이나 건강 상식이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완성된 결과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자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해요.
오랜 관행, 소수 권위자의 의견,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초기 연구 결과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수십 년간 유지된 사례들이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죠.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요.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은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한때 의료계는 영유아에게 땅콩을 먹이지 말라고 권고했죠.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였고요.
그러나 이후 연구 결과는 정반대를 보여줬어요.
땅콩 섭취를 피하게 한 정책이 오히려 알레르기 발생률을 높였던 거죠.
콜레스테롤과 식단에 대한 오랜 오해, 항생제의 과다 사용, 특정 호르몬 치료에 대한 잘못된 믿음 등도 마찬가지예요.
이 모든 사례는 ‘나쁜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틀린 가설이 수정되지 못한 채 제도와 권위 속에서 굳어져 버린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핵심이에요.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이 특별한 이유는 의료계를 공격하는 데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의대 교수이자 의료 정책에 직접 관여해 온 내부자죠.
그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동시에 의학적 가능성도 믿어요.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의사가 아니라 권위에 대한 맹신, 그리고 새로운 증거가 나와도 기존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직된 시스템이에요.
의학은 과학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 경제, 관성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차분히 드러내죠.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해요.
‘더 많이 알라’가 아니라 ‘질문하라’는 것이죠.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치료의 근거를 묻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태도.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현명한 환자’의 모습이죠.
모든 결정을 혼자 하라는 뜻이 아니라, 의료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워요.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을 읽고 나면 의사를 불신하기 보다는, 의료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에요.
의학은 완벽하지 않아요.
하지만 질문하는 환자와 수정할 줄 아는 시스템이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이란 결국, ‘생각 없이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