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성원 지음 / 비버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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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 장성원 / 비버북스

 

 

장성원의 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실험실 한가운데에서 기꺼이 실험쥐가 되기를 자청한 한 청년의 기록을 만난다. 그는 세탁소 사장이 되었다가, 사회자로 뛰었다가, 철학자 흉내를 내보았다가, 개발자의 키보드를 두드렸다가, 공인중개사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꾸준함 대신 방황이 있고, 계획 대신 충동이 있으며, 그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한 나다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남의 인생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불안과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는 일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여정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지점은 좋아하는 것은 원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고백이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은 뒤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의 이야기는 그와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보면서 알게 되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또렷해지고, 멈추고 다시 걷는 과정에서 비로소 스스로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가볍지 않고 삶의 자갈을 그대로 씹어본 이만이 말할 수 있는 무게를 가진다. 특히 경험의 자기화다시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는 방황을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성장의 재료로 바꾸는 기술처럼 느껴진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수없이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제자리에서 맴도는 날들이 쌓였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의 지금은 이 길이 맞다고 믿으며, 오늘도 달린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완성된 인생은 없다는 사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심란했던 마음을 조용히 다독였다.

이 책은 방황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등불 같다. 좌절을 겪어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때로는 멈춰 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계속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서 잔잔히 울리는 힘이 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을 살아내기 위해서.

 

 

#장성원#뭐가좋은지몰라다해보기로했습니다#비버북스#인생은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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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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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배인섭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카프카의 단편선 변신을 읽으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탁자가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단단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늘 기울음을 안고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이 숨어 있다. 카프카는 바로 그 기울어진 자리를 정확히 찌르며, 인간이 스스로도 말하기 어려워하는 감정의 바닥을 드러내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는 일은 조금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지만,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이 된다.

화부에서 신대륙으로 던져진 소년, 선고에서 아버지의 언어에 눌려가는 아들, 변신에서 말 그대로 벌레가 되어 버린 그레고르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세 인물은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 실패는 나약함의 증명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겪는 실존적 한계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읽는 이는 그들의 흔들림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중심을 다시 잡게 된다.

카프카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체성이 흔들릴수록, 개인은 더욱 작아진다. 그런 시대에 카프카의 문장은 불안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느끼는 혼란의 정체를 명료하게 드러내준다. 카프카적이라는 말이 하나의 감각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가 펼쳐 보인 세계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보게 되고, 그 거울은 누구도 대신 들여다봐 줄 수 없는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카프카는 난해한 작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짚어내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삶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잊어버린 날에 특히 선명하게 다가온다. 세 단편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들의 실패와 침묵이 작은 알람처럼 울리며 나를 깨운다. 세계가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존재를 묻는 목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읽어두면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되는 문학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감각을 깨워주는 문학이라 말하고 싶다.

 

#카프카의 변신#소담출판사#화부#선고#변신#프란츠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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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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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펴냄

 

원진주 작가의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도시와 시골, 빠름과 느림, 소모와 회복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깊이 위로하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작가의 결단이 결코 충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15년 넘게 방송 일을 해오며 쌓인 자부심이 무너져 내린 순간, 작가는 도망치듯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작가가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막다른 마음 끝에서 용기를 짜내었는지 느껴진다.

전원생활은 흔히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환상을 단번에 깨뜨린다. 핑크뮬리가 폭우에 쓰러지고, 태풍으로 첫 농사가 망하고, 잡초는 뽑는 족족 다시 자라난다. 아침에 치운 거미줄이 오후에 다시 생기고,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집 안팎을 살피느라 마음 놓고 쉬기도 어렵다. 이런 고단함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전원의 삶이 가진 진짜 의미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연 속에 산다는 것은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 순간을 책임지고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또렷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 고단함이야말로 작가가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 누군가의 노동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 사계절의 변화가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경험이 그녀의 글에 고요한 울림을 만든다. 도시에서는 잊고 지냈던 하늘, 바람, 흙의 촉감이 하나씩 되살아나며 작가의 삶은 다시 균형을 찾아간다.

특히 땅도 동물도 쉬어가는 겨울에, 우리의 몸도 마음도 같이 쉬어 갈 수 있기를이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남는다. 경쟁과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전원생활은 도피처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전원생활에 대한 마음속의 작은 꿈이 다시 깨어난다.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고요한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단순한 시골살이 체험기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안내서다.

 

#전원생활#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식물#사계절#원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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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책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앙케 쿨 그림,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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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책> /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글 / 앙케 쿨 그림 /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펴냄

 

죽음의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죽음이란 주제가 사실 우리 삶 곳곳에 이미 스며 있었다는 사실이다. 놀이터에서 작은 생명을 잃은 지렁이에게 장례식을 치러 주던 아이들, 영화 속 장면에 울먹이던 기억, 게임 속 무수한 죽음들까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 온 여러 순간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선명해진다. 죽음은 두렵고 낯선 저편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있는 그대로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다. 장례 지도사, 요양원 간호사, 완화의학 전문의 등 실제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와 사실적 설명을 적절히 섞어 전달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부담 없이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고, 죽음을 둘러싼 문화·과학·감정의 층위를 차근차근 보여 준다.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나의 경험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아이들과 성묘를 다니며 만난 왕할머니들’, 동물원에서 함께했던 외할머니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헤어짐의 순간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울던 기억. 아이들은 그때 나의 등을 조용히 쓸어주며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그 순간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더 솔직하게.

이제 아이들은 왕할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넘어 화장, 수목장, 장례 방식까지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여전히 머뭇거리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은 끝이라기보다 삶의 또 다른 얼굴이며, 두려움 속에서도 이해와 존중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죽음의 책은 결국 죽음을 말하지만, 삶을 더 넓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나 역시 언젠가 올 그 순간을 완전히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도망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배운다는 것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임을 다시 깨닫는다.

 

#죽음의 책#왕할머니#죽음#받아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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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낱말퍼즐 2-2 - 2024 시행 개정 교육과정 똑똑한 낱말퍼즐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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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낱말퍼즐 2-2 / 콘텐츠연구소 수() / 스쿨존에듀

 

아이가 책은 잘 안 읽어도 단어 맞추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이는 집이라면, <똑똑한 낱말퍼즐 2-2>는 정말 딱 맞는 교재다. 사실 우리 집도 그렇다. 교과서 문장은 어려워하면서도, 퀴즈 형식의 어휘 문제만 나오면 갑자기 자신감 업이 발동한다. 며칠 전엔 아침식사하면서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은?” 하고 내가 문제를 내기도 전에 아이가 이미 기세등등하게 손을 들더니 동짓날!”을 외쳤다. 누가 먼저 맞히나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가위바위보까지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지켜보는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이제 동지동짓날의 의미가 머릿속에 탁! 하고 자리 잡았겠지.

이 책이 좋은 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게임하는 느낌. QR코드로 정답 확인하고, 칭찬 스티커 붙이고, 퍼즐로 단어를 유추하는 과정이 마치 놀이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가는 맛을 느낀다. 부모가 옆에서 이건 이렇게 외워!” 하고 나설 필요가 없으니, 바쁜 부모 입장에서도 너무 편안하다.

요즘 우리 집 아침 루틴 중 하나가 테이 라디오 틀기인데, 이유는 단 하나어휘 문제 때문이다. 오늘은 라면이 붇다/체중이 는다같은 문제에 아이들이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책에서도 이런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을 딱 짚어주니, 라디오 퀴즈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책에서도 헷갈리기 쉬운 단어를 설명해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 ‘바라다/바래다설명할 때였다. 아이에게 예문 들어볼래?” 했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내 보라색 티가 바래졌어요. 그러니까 하나 사주세요.”라고 말하는데, 기가 막히기도 하고 어찌나 귀엽던지. 단어를 이해하니 아이가 자기 말로 요구까지 할 줄 아는 것이다. 이럴 때면 어휘력은 곧 표현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 책은 진짜 틈새 시간 활용의 신같은 교재다. 차 안에서도, 디저트를 먹는 짧은 순간에도, “우리 한 문제만 풀어볼까?” 하고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다. 아이는 재미있고, 부모는 부담 없고, 그러다 보니 어휘력이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쌓인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 언젠가 아이의 문해력이 태산처럼 단단해지겠다는 확신이 든다.

결국 <똑똑한 낱말퍼즐 2-2>는 어휘 공부의 문을 억지로 열게 하는 책이 아니다. 스스로 손잡이를 잡고 열어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공부는 싫지만 퀴즈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책보다는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어휘력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은 부모에게 이보다 실용적인 교재가 또 있을까?

우리 집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퍼즐을 끼워 넣어보길 추천한다. 정말,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 아이가 먼저 오늘도 퍼즐 해볼까?”라고 말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

 

 

#똑똑한 낱말 퍼즐#스쿨존에듀#교과어휘#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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