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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수호지
시내암 지음, 이상인 엮음, 최정주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청소년을 위한 수호지> / 시내암 지음 / 이상인 편역 / 최정주 그림 / 평단 펴냄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호지』는 그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이었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수호지》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모두 담아낸 책이다.
『초한지』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서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꼈던 기대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고사성어와 다양한 무기 설명, 그리고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마치 무협 세계에 직접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등장인물 중 양산박의 책사 오용에게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지략으로 전장을 이끌며 ‘가량선생’이라 불릴 만큼 탁월한 두뇌를 지닌 인물이다. 이런 개성 강한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고 협력하며 만들어가는 서사는 한 편의 무협 대서사시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북송 말기. 당시 사회는 부정부패와 민심의 이반으로 혼란스러웠고, 그 속에서 등장한 양산박의 호걸들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관리, 정의를 좇던 무인 등 시대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이 천혜의 요새 ‘양산박’에 모여 하늘을 대신해 의를 행하겠다는 맹세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무협 소설의 틀을 넘어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청소년 독자를 배려한 구성 때문이다. 고전의 난해함을 덜기 위해 어려운 용어는 친절하게 풀어 설명하고, 고사성어를 삽입해 자연스럽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중국 고대 무기에 대한 도해와 설명, 등장인물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글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삼첨양인도’, ‘선장’, ‘판부’ 등 개성 있는 무기의 그림과 설명은 무협 장면의 박진감을 더욱 살아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단순히 “무엇이 옳은가?”에 그치지 않는다. 송강이 남긴 글, “신의가 없는 나라는 망하고, 예의를 모르는 자는 죽으며, 의롭지 못한 재물은 빼앗기고, 용기 없는 장수는 싸움에서 진다.”는 말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다. 정의를 행하고자 했던 이들의 고뇌와 선택, 그리고 결국에는 체제에 포섭되어 소멸해 가는 양산박의 운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도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청소년을 위한 수호지》는 단순한 도적 이야기로 축소하기엔 그 스케일도, 그 속에 담긴 사상도 크고 깊다. 108명의 호걸들은 각기 다른 계급과 출신을 지녔으며, 권력과 신분의 경계를 넘어서 모두가 공존하는 이상 사회를 꿈꾼다. 그들이 펼치는 싸움은 칼과 창의 전투이자, 정의와 불의, 충성과 배신, 인간과 권력에 대한 철학적 투쟁이다.
《청소년을 위한 수호지》는 바로 이러한 고전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오히려 흥미롭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보는 수호지’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시각적 요소가 풍부하면서도, 이야기의 깊이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수호지’를 어렵게만 느껴왔던 일반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정의와 우정, 용기와 배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수호지는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삶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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