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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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 조지 오웰 / 열림원

 

조지 오웰의 『1984』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이자, 현대 사회의 감시와 통제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예견한 작품이다. 1949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전후 혼란과 전체주의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겁게 논의되는 자유, 권력, 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오웰은 『1984』를 통해 개인의 존엄이 철저히 부정되는 사회에서인간다움이 어떻게 말살되는지를 가차 없이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말단 공무원으로,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조작하는진리성에서 일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생긴 작지만 강렬한 의문,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한다. 그 의문은 결국빅 브라더라는 절대 권력에 저항하려는 시도로 이어지지만, 소설은 이러한 저항의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윈스턴은 고문과 세뇌를 거치며 점차 자신의 사상을 포기하고, 끝내는 체제에 완전히 굴복한다.

1984』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무자비한 결말이다. 많은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체제의 허구를 드러내고 민중의 반란을 통해 희망을 암시하는 반면, 오웰은 철저히 희망을 거부한다. 체제를 뒤엎는 영웅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은 끝내 체제의 일부로 귀속된다. 윈스턴은 마지막 장면에서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독백하며, 독자의 기대를 산산이 깨뜨린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까지 점령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한다.

오세아니아 사회는 통제의 극한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24시간 감시당하고, ‘사상범은 생각 자체로 범죄자가 된다.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개념은 모순된 두 생각을 동시에 진실로 믿는 사고방식으로, 현실 왜곡의 핵심 도구로 사용된다. 당은 언어 자체를 통제해 사유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하며, ‘신어’(Newspeak)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를 점점 불가능하게 만든다. 오웰은 전체주의의 핵심이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또한 이 소설은 전쟁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탁월하게 묘사한다.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 동아시아와의 영원한 전쟁 상태를 유지하며, 국민들에게 외부의 적을 상시로 각인시킨다. 이는 국가가 내부 불만을 무마하고, 통제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이러한적 만들기전략은, 1984』가 단지 허구가 아니라 날카로운 정치적 통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흥미롭게도 『1984』의 제목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웰은 집필 당시 해인 1948년의 숫자를 바꿔 ‘1984’라는 미래를 설정함으로써, 그 세계가 먼 미래의 공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연장선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이 설정은 오늘날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현대 사회는 여전히 정보의 조작, 감시 기술의 발달, 여론의 왜곡 등 『1984』 속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SNS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사생활과 감정을 기업과 정부에 노출시키고,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오웰이 경고한 미래는 어쩌면 이미 도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1984』는 시대를 향한 경고장이자, 인간 본연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은 자유로운가?”, “지금 믿고 있는 진실은 정말 진실인가?” 오웰의 메시지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날카롭게 되묻는다. 1984』는 그런 점에서 결코 낡지 않는, 오늘도 살아 숨 쉬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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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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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 지음 /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펴냄

『데미안』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고독하고도 치열한 여정의 이야기이다. 헤르만 헤세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발표한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한 개인의 내면과 시대의 혼란이 어떻게 얽히고 부딪히며 성숙으로 나아가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저자 헤세의 자아가 투영된 인물로, 그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깨달음의 궤적은 당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소설은두 세계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밝고 질서 있는 세계, 즉 부모의 보호 아래 있는 기독교적 도덕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세계, 인간의 본능과 욕망이 자리한 세계이다. 싱클레어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고통을 겪는다. 특히 프란츠 크로머에게 협박을 당하며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사건은 그의 내면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그 혼란의 시기에 등장한 데미안은내면의 안내자로서 싱클레어를 새로운 길로 이끈다.

데미안은 전통적 선악 구도를 해체하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율적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싱클레어는 그 가르침을 따라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며, 점차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자각해간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말처럼, 싱클레어는 자신을 옭아매는 낡은 틀을 깨뜨리며 성장해간다. 그 여정 속에서 피스토리우스, 베아트리체, 에바 부인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은 싱클레어의 자아 성찰을 더욱 깊게 만든다. 특히 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아브락사스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데, 이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를 넘어선, 인간의 내면 전체를 포괄하는 신적 존재이다. 아브락사스의 개념은 싱클레어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며, 내면의 어둠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키우게 한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단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피스토리우스와의 결별, 에바 부인과의 사랑, 그리고 데미안과의 재회는 싱클레어가 타인의 가르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야 함을 일깨운다. 결국 그는 모든 가르침과 관계, 심지어 사랑조차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하나의 징검다리였음을 깨닫는다. 그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혼돈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간다.

『데미안』은 단지 청춘의 방황을 묘사한 소설이 아니다. 이는 자신을 찾아 떠나는 영혼의 순례기이며, 내면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하는 통과의례다. 싱클레어의 고백, “지금도 내 관심을 사로잡는 유일한 것은 나 자신에게 이르고자 내가 디뎠던 인생의 발걸음뿐이라는 문장은 이 작품이 단지 개인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정신의 투쟁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도 『데미안』은 유효하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알을 깨고 나올 용기,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를 수 있는 힘, 그 모두를 이 작품은 말없이 일러주고 있다. 『데미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찾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었는가?

 

#시간과 공간사#헤르만헤세#데미안#싱클레어#내면의 진실#나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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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과 경복궁 -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 궁궐 탐방 1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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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한양도성과 경복궁>이향우 글.그림/인문산책

아이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즐기다 보면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학습적으로이해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온다.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들과 경복궁을 다시 찾기 전, 이 책은 그런 전환을 위한 훌륭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궁궐을 단순한 옛날 건물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살아있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등학생을 위한 한양도성과 경복궁>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매우 친절한 책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궁궐 이야기를 도표, 그림, 비교 설명을 통해 쉽게 풀어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조선시대의 육조를 오늘날 정부 부처와 연결해 설명한 내용이었다. 이조는 행정안전부, 호조는 기획재정부, 예조는 외교부, 병조는 국방부, 형조는 법무부, 공조는 국토교통부 및 해양수산부에 해당한다고 알려주니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운 개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준 덕분에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나 역시 더 신이 나고 즐거웠다. 또한더 알아보기코너를 통해 경복궁에서 진행되는 수문장 교대의식과 광화문 파수의식의 시간, 장소, 소요시간 등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점도 매우 유익했다. 평소에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지나치기 일쑤였던 행사들을 이젠 계획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에 맞춰 가서 제대로 된 현장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한양도성과 경복궁>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는 근정전의 용이 칠조룡이라는 사실이었다. 황제의 상징인 오조룡보다도 발톱이 많다는 점에서, 경복궁이 조선의 법궁으로서 어떤 위상을 지녔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궁궐 지붕의 잡상이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존재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어 궁궐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의미 있는 상징체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부록으로 수록된 말잇기와 십자낱말풀이도 흥미롭다. 단순한 독서에서 끝나지 않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재미있게 복습하고 응용할 수 있는 활동이어서 아이들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놀이 활동은 사회 교과서와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현장체험학습의 효과를 배가시켜준다.

결국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출발하여, 실제 궁궐 방문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된 체험형 역사 가이드북이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함께 꽃피는 4월의 봄날, 책을 통해 배우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며 역사를 살아있는 이야기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독서다. 조만간 꼭 이 책을 들고 다시 경복궁을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문산책#이향우#경복궁#근정전#칠조룡#잡상#육의전#육조거리#초등학생을 위한 한양도성과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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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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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 고수경 / 열린책들

 

고수경의 첫 소설집 옆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 특히 가장 가까운 이웃과 가족, 동반자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출간된 이 소설집에는 2020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작을 비롯해 문예지에 발표했던 단편과 새로 쓴 작품 총 여덟 편이 실려 있다. 고수경은 등단 이후 꾸준히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탐색하며, 타인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온전히 그 존재를 존중하는 시선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조경란 소설가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인물에 있다. 고수경은 인물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고, 그들의 내면과 삶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흔히 소설에서 마주하는 불편하거나 어색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은 고수경 소설의 큰 특징이다. 이는 인물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삶의 깊이를 가진 존재임을 느끼게 하며, 독자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서 이해라는 보다 깊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고수경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들이 겪는 일상과 내면의 소소한 갈등과 고민은 우리 곁의 옆사람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옆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은 극적인 사건이나 과장된 갈등 없이도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탈선으로 보이는 학생과 지도 교사의 관계, 현관문 비밀번호를 계속 틀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인물과 그의 줄넘기 이웃, 치앙마이까지 전해 줄 물건을 들고 가는 친구 사이, 그리고 저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게 된 부부의 고민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모여 삶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옆사람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하며, 가족과 이웃,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갑을 잃어버린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남편이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저 옆에 있는 존재로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미묘한 질문을 품게 한다.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스케줄에 맞춰 동행하는 동반자의 모습은 많은 이가 공감할 법한 현실적인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수경 소설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은밀히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은 평가나 비난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그려지기에, 독자는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생각하며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옆사람은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관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복잡하지 않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작지만 중요한 감정과 고민을 포착하며, 타인과의 간격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든다. 고수경의 첫 소설집이기에 앞으로 그가 펼쳐낼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고 싶거나 평범한 삶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옆사람#고수경#일상이야기#평범한삶#보통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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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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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오가와 히토시 / 오아시스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현대의 일상과 비즈니스에 실용적으로 접목시키는 훌륭한 인문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20명의 철학자가 남긴 다양한 사고법을 바탕으로, 단순한 이론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응용포인트’를 통해 철학적 사고를 실제 상황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책은 철학적 사고를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적용 가능한 실천적 도구로 제시하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특히 말라부의 ‘가소성’ 개념을 휴지라는 일상적 소재에 적용해보는 예시는 매우 흥미롭다. 휴지의 고정된 특징을 나열하고,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정된 특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거나 변형해보는 사고 실험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두루마리 형태로 말려 있다’는 점을 재고해본다면, 휴지를 굳이 둥글게 말아서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신 냅킨처럼 접어서 꺼내는 형태라면 어떨까? 사용자는 필요한 만큼 접힌 휴지를 꺼내어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 휴지를 뜯는 과정이 더욱 간편해지고, 휴지 끝이 말려 들어가거나 헝클어지는 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휴지의 흰색이라는 고정성을 바꾸어, 색깔이나 무늬를 입힌다면 인테리어 소품처럼 화장실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도 가능하다.

또한, ‘칸으로 나눠져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칸을 단순히 뜯기 편한 크기로 나누는 데서 더 나아가, 칸마다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칸은 기본 청결용, 다른 칸은 보습 기능이 강화된 휴지, 또 다른 칸은 향기가 첨가된 휴지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칸의 기능을 다변화하면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휴지 사용 경험이 한층 개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비데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이 물로 씻고 건조하는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두루마리 휴지의 형태와 기능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예를 들어, 휴지를 전자기기와 결합하여 물 분사나 건조 기능을 일부 휴지에 내장하는 스마트 휴지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혹은 휴지를 완전히 대체하는 신소재를 개발하여, 환경 친화적이고 재사용 가능한 위생 도구로 진화시키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휴지의 고정된 특징들을 하나씩 의심하고, 관점을 바꾸고, 재구성함으로써 기존의 틀을 깨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에서 제시하는 철학적 사고법은 일상 속 평범한 사물도 새롭게 바라보고 혁신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단순한 사고 실험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혁신이나 제품 개발에도 적용 가능한 강력한 사고 도구임을 보여준다.

들뢰즈의 ‘도주선’ 개념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오스본 체크리스트와 연결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오스본 체크리스트의 변장하기, 보태기, 용도 바꾸기, 형태 및 크기 바꾸기 등 아이디어 발상법은 철학적 개념에서 출발해 실용적 기법으로 발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철학적 사고가 단지 사변적 사고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 창의력 도구로서 작동함을 보여준다. 또한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 계획표는 3x3 격자 형태로 중앙에 목표를 두고, 주변 8칸에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아이디어나 행동 계획을 적는 도구다. 다시 각 주변 칸을 중심으로 3x3 격자를 만들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분해하여 실천력을 높인다. 이것은 오스본 체크리스트와의 유사한 것으로 보여 나에게는 흥미로우면서 익숙한 것으로의 통찰로 보였다.

책에서 제시하는 철학적 사고의 기본 3단계인 ‘의심하기, 관점 바꾸기, 재구성하기’는 문제 해결과 아이디어 창출의 근본 원리로서 매우 유용하다. 더불어 철학자들의 생각 도구를 익히고, 이를 습관화하며, 실제 아이디어로 실현하는 3단계 방법론은 철학적 사고를 삶과 업무에 자연스럽게 통합시키는 구체적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1장부터 3장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된 내용은 독자들이 철학적 사고를 단계별로 익히고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철학이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의 강력한 도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철학적 사고가 인생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문구는 깊은 울림을 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의 터닝포인트를 기대하게 한다.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통해 생각의 틀을 넓히고,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책이다.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오아시스#오가와 히토시#철학생각

#새로운의미발견#아리스토텔레스#들뢰즈#니체#헤겔#루이스#푸코#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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