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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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 기 드 모파상 지음 / 구영옥 옮김 / 머묾 펴냄

 

모파상은 사랑을 인간이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자 가장 비열해질 수 있는 순간으로 그려낸다. 욕망과 연민, 환상과 집착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서로 얽히며 인간의 민낯을 드러낸다.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기보다는 서늘해지지만, 그 서늘함이 오히려 현실과 맞닿아 있어 오래 남는다.

목걸이를 다시 읽으며 학창 시절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마틸드의 허영심이 어리석게 보였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그녀의 마음이 이해된다.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조급함, 단 한 번이라도 빛나고 싶었던 욕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SNS 속 화려한 삶을 좇다 빚과 피로에 시달리는 오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나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첫눈봄에에서는 계절처럼 스쳐 가는 사랑이 담담하게 흐른다. 순간의 감정이 영원할 것처럼 타오르지만 결국 흔적만 남긴다. 나 역시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면 그때의 설렘은 선명한데 사람의 얼굴은 흐릿해진다. 모파상은 사랑이 남기는 것이 추억인지 상처인지조차 모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백미친 여자에서는 사랑이 인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 느끼게 된다. 외로움과 집착이 뒤엉켜 이성을 잠식하는 모습이 섬뜩하지만, 한편으로는 깊이 공감된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를라에 이르면 사랑의 부재와 고독이 광기로 변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우는 주인공은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듯하다.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정체 모를 공허함과 닮아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모파상의 사랑은 완전하지 않고 늘 금이 가 있다. 그러나 그 금 사이로 인간의 진짜 감정이 스며 나온다. 이 책은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다는 환상을 깨뜨리며, 우리가 왜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지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고, 차갑지만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사랑을 현실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단편집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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