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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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 승주연 옮김 / 머묾 펴냄

 

 

첫사랑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떨림과 동시에, 그 사랑이 얼마나 쉽게 상처로 변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투르게네프는 열여섯 소년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흘려보내듯 묘사하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첫 감정의 순수함과 불안함을 떠올리게 한다. 볼로댜가 지나이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설렘과 질투, 희망과 절망은 너무도 현실적이라 읽는 내내 나 자신의 첫사랑을 되짚게 된다.

지나이다는 매혹적이면서도 어딘가 슬픈 인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고독이 숨어 있다. 그녀를 향한 볼로댜의 감정은 사랑이기보다는 숭배에 가깝지만, 그 순수함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온다. 나라면 볼로댜처럼 모든 감정을 숨기고 바라보기만 했을지, 아니면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고백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첫사랑의 서툼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 느낀다. 말하지 못했기에 더 깊어지고,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함께 실린 무무는 전혀 다른 결의 사랑을 보여준다. 게라심과 무무의 관계는 말없이도 전해지는 애정과 헌신으로 가득하다. 여주인의 명령 앞에서 무무를 잃을 수밖에 없는 그의 절망은 사랑이 권력과 사회 구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드러낸다. 무무를 직접 강에 빠뜨리는 장면은 읽는 동안 숨이 막힐 만큼 고통스럽다. 나라면 과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끝까지 저항하다 함께 파멸을 선택했을지 쉽게 답할 수 없다.

이 두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깊이 닿아 있다. 첫사랑의 설렘과 좌절은 여전히 반복되고, 사회적 힘 앞에서 개인의 감정이 희생되는 일 또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존재한다. 직장과 관계, 책임 속에서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투르게네프는 사랑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사랑은 성장의 통과의례이자 상처의 시작이며, 때로는 인간을 가장 잔인한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며, 우리가 왜 그 고통을 알면서도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읽고 나면 가슴 한편이 오래도록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남는다.

 

#첫사랑#이반투르게네프#머묾출판사#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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