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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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승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보도만 믿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다니까 사고 수습만 잘 하면 되겠지 하며, 그날 오전 잠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일상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나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뉴스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갈수록 사실과 생각과는 다르게 보도가 정정되고 또 정정 되더니, 믿기도 힘든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되고 300명여명은 사망, 실종 되었다. 배가 점점 침몰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지만, 점점 밝혀지는 그날의 날씨와 부적격자인 선장과 선원, 무리한 화물적재, 노후된 배를 증축했다는 사실등 어쩜 사고를 부를  수 밖에 없던 위험한 배였음을 알았고 선장의 가만이 있으라는 지시가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이였는지도 알았다. 이후 구조활동에도 문제점이 많이 들어나, 지켜보는 희생자 가족들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가라앉고 있는 배안에서 단원고 학생들과 탑승객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렵고 추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내 자식이 내 부모가, 내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면 과연 난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을까? 아마도 제대로 살 수 없을 듯하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등 12명의 필자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 시각을 모은 책이다.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진실의 규명하고,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함을 책임져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슬픔의 눈물만 흘리고 있던 것에 미안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망각하고 다시 일상에서 살고 있던 것에도 미안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며 싸우는 것에는 동참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예전처럼 듣고 있진 않을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 좀더 안전하고 잘 살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 모인 분노와 원망, 무기력과 절망, 지책감과 슬픔도 결국 모두 산 자의 것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기슴이 아팠던 건, 죽은 자들은 그중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업사는 거였다. 산 자들이 느끼는 그 비루한 것들의 목록안에서조차 그들이 누를 몫은 하나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김애란/기우는 봄, 우리가본 것 19p~20p)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는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의 실수만을 선별적으로 잊어버리는 망각, 자신읠 잘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그리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은 나아진다고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지는 길이다. 우리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으로 선출한 권력은 자신을 개조할 권한 자체가 없다. 인간은 슷스로 나아져야만 하며,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 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김연수/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테이레시아스여 43p)

 

마치 이 배를 닮은 한척의 배가 침몰했다. 기울어가는 그 배에 심지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했다. 내 구명조끼 입어.....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기울어진 배에서.....그랬다. 나는 그 말이 숨져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선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64p~65p)

브레히트는 그의 가장 어두운 시절(1938~1941년)에 쓴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이번에는 이것이 전부인데, 충분치가 못하다.
하지만 이것이 아마 너희들에게 말해주겠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보여주려고
벽돌 들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꼭 닮았다.

잔해 속의 벽돌 하나를 들고서 자기 집이 한때 어땠는지 기억하려는 사람. 무엇이 그 집을 부쉈는지 알고 싶은 사람. 진실과 용기가 살아 있음을 믿고 싶은 사람. 브레히트의 "벽돌 들고 다니는 사람"은 광화문 앞의 유가족들을 꼭 닮았다. 세계의 거짓과 태만이 그들의 집을 부쉈다.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83p~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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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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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라는 건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전부인 내게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는 시를 다시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다.

詩란 무엇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시는 참 좋은 것 같은데, 어렵고 잘 모르겠다. 그냥 느낀대로 감상하면 안되는 걸까? 시는 우리의 감성을 깨우는 언어인 듯 싶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는 언어다.그럼 우리는 우리의 일상과 자연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들을 얼마나 알고 자주 접할까? 작가는 봄날 서점에서 시집을 안 사면 뭘 사나요?하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시집을 산적이 없다. 내게 있는 시집은 기억이 잘 안나는 어느 오빠가 선물해 준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영토>뿐이다.

시는 사랑을 노래한다. 또 시는 이별의 아픔도 노래한다.

-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네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함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행복(幸福)> 전문

학창시절 유치환님의 '행복'은 외우고, 정말 좋아서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 기억이 생각난다.

시는 우리에게 연애감정을 대변해 주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구르는 헛바퀴의 완강한 힘, 치욕이여

중국집 짬뽕 속의 삶은 바퀴벌레여,

그래도 코를 벌름거리며

돼지들은 죽어서도 즐겁고

오, 제 먹는 게 제 살인줄 모르는

무의식의 죄으식의 내출혈의 비몽사몽의

손들어 탕탕! - 최승자,<여의도 광시곡>부분

시는 인간의 퇴락한 삶을 '양심의 부름(Ruf des Gewissens)'을 듣고 뉘우치게 하여 자기 자신의 '본래적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

에스키모인들은 늑대를 잡기 위해서 날카롭게 날이 선 칼에 동물 피를 조금 묻혀 눈밭에다 거꾸로 박아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피 냄새를 맡고 늑대가 다가오지요. 처음에는 칼날에 묻은 피를 핥지만 일단 피를 핥다 보면 날카로운 칼날에 혀를 베이게 되어 칼날에 늑대 자신의 피가 줄줄 흘러내리게 됩니다. 그런데도 이미 피맛을 본 늑대는 멈추지 못하고 계속 칼날을 핥닫가 결국엔 피를 많이흘려 죽게 된다지요. 미티유 리카르 <행복 요리법>에서 '늑대의 칼날 핥기' 이야기 - 285P

늑대처럼 한번 쾌락을 맛보면 그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죠! 현대인들에게는 수많은 물질, 쾌락들이 유혹하는데, 쾌락을 포기하고 더 나은 걸(선행) 선택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수영의 산문 <시여,침을 뱉어라> 390p

시인은 자신의 머리(이성)가 아니고 가슴(감성)으로도 아니고, 온몸으로 다해 주인인 시의 뜻에 따라 시가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에 쓰를 쓴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는가? 시는 아무나 쓰는게 아닌 것 같다. 시는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자연에 대한 경탄, 사랑에 대한 갈망, 자유와 정의에 대한 소망,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우리가 떠맡아야 할 역사적 사명과 과제등이 들어 있는 '고요한 울림'을 듣고, 그것들을 단어와 문장에 담아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를 쓰기 위해선 모든 것들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욕심이나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시인의 마음으로 산다면 우리의 삶도 한층 더 여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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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홍신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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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Cien anos de soledad >은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대표작으로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G.G 마르케스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다 올해 4월 17일에 타계했다.

다소 우리에게는 생소한 마술적 리얼리즘은  환상성이 짙게 드러나면서도 현실성이 느껴지는 것으로, 이러한 종류의 소설들이 주된 특징은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이거나 마술적인 것, 시간적 흐름 기법, 꼬인 미로형의 서사와 구조, 꿈과 신화와 요정이야기들의 다양한 사용, 표현주의적이거나 심지어는 초현실주의적인 기술, 불가해한 박학다식함, 경이와 느닷없는 충격, 공포와 불가해함 등을 뒤섞고 병치한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사촌인 우르술라 이구아와 결혼 하면서 시작되는 이 가족의 근 100년의 일대기를 엮은 이야기다. 우르술라는 근친상간으로 돼지 꼬리가 달린 아기가 나온다는 조상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 초에 부부관계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아르카디오는 살인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이일로  고향을 떠나 마콘도라는 마을에 가게 되고 여기서 정착하며 아이를 낳으며 가정을 이루어 평화롭게 산다. 어느 날 메키아데스(집시)가 가져온 물건들 자석, 망원경, 수은등에 현혹된 아르카디오는 가축을 팔아 이것 들을 사고 연구를 한답시고 일도 하지 않는다. 첫째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는 사고를 치고 집시들을 따라 도망가고 테르네라는 아르카디오의 아들이라며 사내아이를 맡겼다.

우르술라은 아들을 찾으러 나갔다 6개월만에 마콘도에 돌아오고, 마을도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조카벌인 레베카로 함께 살게 된다. 둘째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어릴 때 내성적인 성격과는 다르게 대령이 된 후 32차례 반란을 일으키지만 매번 패배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 철도가 개설되고 바나나 농장이 생기고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한 노동자들이 저항하면서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학살 당한다.

이 책에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함께 살고, 집단으로 불면증 생기는가 하며 기억상실에 걸리기도 한다. 불안하거나 초조하면 흙과 석회를 먹는 레베카, 자신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남자들이 모두 죽는 미녀 레메디오스가 공중으로 날아 올라가 사라지고, 4년 11개월 하고 2일 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10년간 가뭄이 지속 된다. 혁명전쟁과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마콘도는 황폐해지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이구아 가문은 근친상간으로 7대 아우렐리아노 2세가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나며 예언대로 불개미에 먹이면서 지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이 모든 이야기는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쓰인 이야기를 해독한 것이다.

그는 예언을 앞질러 자기가 죽는 날과 그때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나 마지막 행을 읽을 것도 없이 그는 이미 그 방에서 나가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양피지의 해독을 마친 그 순간에 이 거울의 마을, 신기루의 마을은 바람에 날려갈 것이며, 인간의 기억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 확실 했기 때문이었다. 또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운명지어진 이 집안이 가계는 두 번다시 이 세상에 나타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므로, 기기 적혀 있는 모든 것은 과거와 미래를 가릴 것 없이 영원히 되풀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85p>

* 이 책에는 반복되는 이름들과 이해 불가능한 기상현상과 말도 안되는 근친상간으로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지만, 중남미의 역사적 배경과 독특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문학 대해 알게 된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백년이 넘는 한 가문의 역사와 사랑이 없는 그들의 반복되는 삶속에는 고독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 지 모르는 우리 모두가 고독한 존재임들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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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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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의 산문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보다>는 26개의 글로 그만의 시선으로 본 영화나 사회,일상, 인간관계등이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쓰여있다.

 

시간의 가격이 다르다? 부자에게든 빈자에게든 주어진 시간은 똑같지만, 부자의 시간은 비싸고 빈자의 시간은 싸다. 시간 도둑이 20세기에는 TV였다면 21세기에는 스마트폰이다. 한국처럼 전철이고 길거리고 마음대로 스마트폰은 사용하는 나라는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하고 시간을 도둑 맞는다.
숙련노동자가 비숙련 노동자로 대체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기계로 다시 대체되는 현상은 이제 전 지국적 현상이 되었다.<44P>
얼마전 ​입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 자살한 50대 경비원 사건이후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는 아파트가 생겼다고 한다. 아마도 임금인상을 우려해 해고하고 CCTV나 경비업체에 보안설치를 해서 비용절감을 하려고 한 듯하다. 60대~70대 아버지들이 퇴직하고 그나마 저임금이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아파트 경비였는데, 그거 마저 밀려나게 생겼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가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90P ~ 91P>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98P)

 

샤워부스안에서 노래를 잘하는 장의사이야기, 우리에게 있어 샤워부스는 무엇일까?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107P>

 

인간은 원래 연극적 본성을 타고나는데 이 본성을 억누르면서 성인이 된다. 연극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 있는 이 오래된 욕망, 억압된 연극적 본성을 일깨운다고 한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거란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둔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185P>

 

작가 김영하는​ 글을 쓰면서 세일즈, 학원 영어 강사, 모교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강사 다양한 경험을 <보다>에 썼다. 지금은 부산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보다'에 이어 '읽다'와 '말하다'라는 산문집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읽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본다'고 믿는 것이 본 것인지 잘 모른다. 내가 도대체 뭘 봤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작가 김영하는 제대로 보기 위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각하기 위해선 생각을 적어야하고 그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 것이 바로 산문 <보다>이다. 세상은 빨리 빨리 변해가고 나의 시간도 빠르게 흘러간다. 복잡한 세상! 나의 뇌는 이 모든 걸 다 소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나도 내가 보고 느끼고 듣고 읽은 것들을 어디엔가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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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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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쓴 김연수의<7번 국도 REVISITED>는 13년전 쓴 <7번 국도>을 다시 새롭게 쓴 책이다. 1997년에 쓴 <7번 국도>를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 찾아본 내용은 이렇다. ​'7번 국도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떠난 젊은 청춘들. ​비틀즈의 ROUTE7을 듣고 떠난 자전거 여행길에서 낯선경험들과 도전,모험,희망을 떠올리는 주인공 나와 재현,세희,서연.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에서 주인공들은 추억의 시간과 상실,희망사이를 왕복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왜 작가는 같은 제목에 같은 주인공들을 다르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책이다.

 

나는 1년정도 종교 방송국에서 PD로 일하다 싸우기 싫어 그만 두고 시나리오를 쓰며 아버지가 물러준 넓은 집에 산다. 중고 음반을 수집하는 나는 어느 날 희귀 음반인 비틀즈의 ROUTE7을 자살할거라며 팔겠다는 재현을 만나 음반을 구입한다.그러나, 며칠 후 자살한 줄 알았던 재현이 죽지 않고 그 음반을 다시 팔 수 없겠냐고 연락온다.다시 만난 자리에서 재현은 사랑하는 연인 서연과 추억이 있는 음반이라며고 말하고, 그날 카페에서 알게된 세희와 나, 재현은 인연을 이어간다. 나와 재현은 세희를 사랑하게 되고, 세희는 두사람을 가족처럼 여기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재현과 비틀즈의 'ROUTE7'처럼 7번 국도를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간다.

 

여행하는 도중에 비틀즈의 ROUTE7 음반때문에 강원도에서 자리 잡은 사람도 만나고, 도로에서 죽은 유령도 만난다. 수취인도 발신자도 없는 편지를 주는 실제 우체부는 아니지만 우체부인 할아버지에게 편지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세희는 일본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고, 한국에 온 다음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는다.

金起林의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노래한 적이 있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경루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모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53P>

 

​"오직 알 수 없을 뿐. 그저 끝없이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는 길 위에 서 있을 뿐.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오직 알 수 없을 뿐. 수많은 것들,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 읽었던 책들, 들었던 음악들, 먹었던 음식들, 지나갔던 길들은 모두 내 등 뒤에 있다. 무엇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유령의 존재가 된다. 한쪽 길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 다른 쪽 길로 접어든다.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편지가 날아든다.” ​

 

"사람은 모두 은와 같은 것이다.서희야,  넌 아느냐? 동풍이 불고 남녀 다시 서풍이 불어온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서 벗어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생이다. 네가 나를 떠났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 것철머 우리가 이 생을 한번 살아간 뒤에 다시 한번 그 생은반복된다. 하지만 벗어난 자리도 바로 너의 자리이고 , 돌아온 자리도 바로 너의 자리다....."<196P>

 

​우리는 복수하기 위해 사랑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 희만은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것이며, 당신의 복수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운명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며, 당신이 다시 복수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단 하나의 희망르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오직 맹목적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죽어 벼렸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가 복수할 대상은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 <203P~204P>

 

​*<7번 국도>는 뭘 의미하는 걸까? 확장되기 전 '7번 국도'는 우리의 젊은 날들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답답하면서도 무모하고 사랑에 방황하고,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그러나 그 시절이 지나면 그리워지는 청춘 같은 것이다. 나에게 청춘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아픔이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사랑때문에 울고, 좌절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짓 같기도 했다. 차라리 공부나 할걸! 그럼 뭐라도 되었을텐데... 근데 또 그때 아니면 사랑을 해봤을까? 사랑을 평생 한번도 못해 보고 죽는 건 그건 더 안쓰러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사랑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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