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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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승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보도만 믿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다니까 사고 수습만 잘 하면 되겠지 하며, 그날 오전 잠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일상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나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뉴스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갈수록 사실과 생각과는 다르게 보도가 정정되고 또 정정 되더니, 믿기도 힘든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되고 300명여명은 사망, 실종 되었다. 배가 점점 침몰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지만, 점점 밝혀지는 그날의 날씨와 부적격자인 선장과 선원, 무리한 화물적재, 노후된 배를 증축했다는 사실등 어쩜 사고를 부를  수 밖에 없던 위험한 배였음을 알았고 선장의 가만이 있으라는 지시가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이였는지도 알았다. 이후 구조활동에도 문제점이 많이 들어나, 지켜보는 희생자 가족들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가라앉고 있는 배안에서 단원고 학생들과 탑승객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렵고 추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내 자식이 내 부모가, 내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면 과연 난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을까? 아마도 제대로 살 수 없을 듯하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등 12명의 필자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 시각을 모은 책이다.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진실의 규명하고,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함을 책임져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슬픔의 눈물만 흘리고 있던 것에 미안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망각하고 다시 일상에서 살고 있던 것에도 미안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며 싸우는 것에는 동참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예전처럼 듣고 있진 않을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 좀더 안전하고 잘 살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 모인 분노와 원망, 무기력과 절망, 지책감과 슬픔도 결국 모두 산 자의 것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기슴이 아팠던 건, 죽은 자들은 그중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업사는 거였다. 산 자들이 느끼는 그 비루한 것들의 목록안에서조차 그들이 누를 몫은 하나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김애란/기우는 봄, 우리가본 것 19p~20p)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는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의 실수만을 선별적으로 잊어버리는 망각, 자신읠 잘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그리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은 나아진다고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지는 길이다. 우리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으로 선출한 권력은 자신을 개조할 권한 자체가 없다. 인간은 슷스로 나아져야만 하며,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 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김연수/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테이레시아스여 43p)

 

마치 이 배를 닮은 한척의 배가 침몰했다. 기울어가는 그 배에 심지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했다. 내 구명조끼 입어.....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기울어진 배에서.....그랬다. 나는 그 말이 숨져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선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64p~65p)

브레히트는 그의 가장 어두운 시절(1938~1941년)에 쓴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이번에는 이것이 전부인데, 충분치가 못하다.
하지만 이것이 아마 너희들에게 말해주겠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보여주려고
벽돌 들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꼭 닮았다.

잔해 속의 벽돌 하나를 들고서 자기 집이 한때 어땠는지 기억하려는 사람. 무엇이 그 집을 부쉈는지 알고 싶은 사람. 진실과 용기가 살아 있음을 믿고 싶은 사람. 브레히트의 "벽돌 들고 다니는 사람"은 광화문 앞의 유가족들을 꼭 닮았다. 세계의 거짓과 태만이 그들의 집을 부쉈다.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83p~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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