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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詩라는 건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전부인 내게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는 시를 다시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다.
詩란 무엇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시는 참 좋은 것 같은데, 어렵고 잘 모르겠다. 그냥 느낀대로 감상하면 안되는 걸까? 시는 우리의 감성을 깨우는 언어인 듯 싶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는 언어다.그럼 우리는 우리의 일상과 자연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들을 얼마나 알고 자주 접할까? 작가는 봄날 서점에서 시집을 안 사면 뭘 사나요?하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시집을 산적이 없다. 내게 있는 시집은 기억이 잘 안나는 어느 오빠가 선물해 준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영토>뿐이다.
시는 사랑을 노래한다. 또 시는 이별의 아픔도 노래한다.
-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네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함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행복(幸福)> 전문
학창시절 유치환님의 '행복'은 외우고, 정말 좋아서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 기억이 생각난다.
시는 우리에게 연애감정을 대변해 주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구르는 헛바퀴의 완강한 힘, 치욕이여
중국집 짬뽕 속의 삶은 바퀴벌레여,
그래도 코를 벌름거리며
돼지들은 죽어서도 즐겁고
오, 제 먹는 게 제 살인줄 모르는
무의식의 죄으식의 내출혈의 비몽사몽의
손들어 탕탕! - 최승자,<여의도 광시곡>부분
시는 인간의 퇴락한 삶을 '양심의 부름(Ruf des Gewissens)'을 듣고 뉘우치게 하여 자기 자신의 '본래적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
에스키모인들은 늑대를 잡기 위해서 날카롭게 날이 선 칼에 동물 피를 조금 묻혀 눈밭에다 거꾸로 박아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피 냄새를 맡고 늑대가 다가오지요. 처음에는 칼날에 묻은 피를 핥지만 일단 피를 핥다 보면 날카로운 칼날에 혀를 베이게 되어 칼날에 늑대 자신의 피가 줄줄 흘러내리게 됩니다. 그런데도 이미 피맛을 본 늑대는 멈추지 못하고 계속 칼날을 핥닫가 결국엔 피를 많이흘려 죽게 된다지요. 미티유 리카르 <행복 요리법>에서 '늑대의 칼날 핥기' 이야기 - 285P
늑대처럼 한번 쾌락을 맛보면 그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죠! 현대인들에게는 수많은 물질, 쾌락들이 유혹하는데, 쾌락을 포기하고 더 나은 걸(선행) 선택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수영의 산문 <시여,침을 뱉어라> 390p
시인은 자신의 머리(이성)가 아니고 가슴(감성)으로도 아니고, 온몸으로 다해 주인인 시의 뜻에 따라 시가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에 쓰를 쓴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는가? 시는 아무나 쓰는게 아닌 것 같다. 시는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자연에 대한 경탄, 사랑에 대한 갈망, 자유와 정의에 대한 소망,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우리가 떠맡아야 할 역사적 사명과 과제등이 들어 있는 '고요한 울림'을 듣고, 그것들을 단어와 문장에 담아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를 쓰기 위해선 모든 것들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욕심이나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시인의 마음으로 산다면 우리의 삶도 한층 더 여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