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고대 로마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뒤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치는 관행이 있었다. 승리에 우쭐하지 말고, 진지함과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일침이었다고 한다.



인간은 영원할 것처럼 일상을 보낸다. 막상 중병에 걸리면 삶을 갈망하고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에 감사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처럼 이른바 메멘토 모리 장르가 감명 깊은 이유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나마 삶의 유한성을 다시금 깨닫고 성찰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의 저자 니나 리그스는 서른 여덟 나이에 전이성 유방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1년 6개월 후인 서른 아홉, 2017년 올해 2월 26일 아침 6시에 세상을 떠났다. 탈고 작업을 하던 중 영면했다. 에세이가 출간된 이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017년 추천도서 등에 올랐고, 다양한 찬사가 쏟아졌다. 저자가 영문학과 시를 전공하고 랄프 왈도 에머슨의 5대손이라 그런지 '유려한 문장', '뛰어난 문체'라며 광고하는데 사실 허언은 아니다.



다만 문장이 지닌 아름다움은 문학적 수사보다 니나 리그스의 인간미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작가는 전이성 암 판정을 받은 뒤, 하필이면 4개월 후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암세포가 척추와 뼈에 퍼질수록 걷기조차 힘들었다. 항암 치료를 견디며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한 살 연상의 남편과 10살이 채 되지 않은 아들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땠을까.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마지막 여정을 기록해 나갔다.



지나친 신파나 과도한 철학적 사색도 아니다. 시한부 투병 생활의 고단함, 가족과 친구들 이야기와 주마등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 몽테뉴와 에머슨이 남긴 인상적인 구절들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독자를 뭉클하게 만든다. 격앙되지 않은 문장은 더 큰 울림을 준다.  책장을 덮으며 아직 내게 남은 삶을 생각하니 새삼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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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02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캐모마일 2017-12-02 06: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말씀이지만 저희 어머니가 유방암 0기 판정을 받고 한두 달에 한번씩 검사를 받고 계신데 어머니께도 한 권 선물해드릴려구요.

라로 2017-12-02 06:50   좋아요 2 | URL
그러시군요. 제 친정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캐모마일 님의 어머닌 암을 잘 이겨내셔서 오래 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캐모마일 2017-12-02 06:55   좋아요 1 | URL
아...그러셨군요. ㅜㅜ 덕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