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내 생애 한 번은 1
제임스 로즈 (James Rhodes) 지음, 김지혜 옮김 / 인간희극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약속 하나를 하려고 해요. 이 책은 6주 안에 당신이 바흐의 피아노 명곡을 연주할 수 있게 만들 거예요. 피아노를 한 번도 안 쳐봤어도 상관없어요. 악보를 볼 줄 몰라도 돼요."

 

 

<내 생에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원제 : HOW TO PLAY THE PIANO)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절친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제임스 로즈가 쓴 피아노 레슨책이다. 먼저 저자의 특이한 이력에 눈길이 간다. 그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대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선택했지만 결국 자퇴를 했고, 5년 간 다른 일에 종사하다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 후부터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인생 역정을 자서전 <인스트루멘털>로 출간했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에게 피아노란 하나의 악기가 아닌 삶의 동반자가 아닐까.

 

 

제임스는 이 책을 따라하면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독자도 6주 안에 제바스티안 바흐의 '프렐류드'를 연주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프렐류드는 바흐의 작품집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 수록된 곡으로, 바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예술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바흐가 1722년 당시 1권을 '열정적인 젊은 음악학도가 연주하고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작곡했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여러분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아노 연주는 명상과 같은 효과가 있어서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다양한 뇌 활동을 향상키는데 이 효과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한다. 피아노 레슨은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어른과 치매가 두려운 노년층에게 도움이 되는 여가다.

 

 

그렇다면 하루 45분씩 투자해서 어떻게 바흐의 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저자의 레슨법이 궁금했다. 얇은 양장본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말이다. 악보를 읽는 법부터 음표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기초, 페달 밟기까지 알차게 담았다. 순간순간 바흐에 대해서도 알려주니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챕터3 이후 본격적으로 프렐류드 배우기에 돌입한다.

 

 

프렐류드 레슨은 마치 저자 제임스 로즈와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일대일 교습을 받는 식으로 전개된다. 재치있는 농담과 격려가 섞인 입말 문장에 웃음이 터졌다. 기초는 이미 전 챕터에서 익혔지만, 곡 한 마디 마디마다 손가락 짚는 법을 끈기있게 설명한다. 기초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곡조의 변화에 따라 저자와 독자가 같이 차분해지고, 흥분하고, 장엄한 부분에선 감탄을 하게 만든다. 한 편의 잘 짜여진 구전 동화를 읽는 기분이다.

 

 

다행히 프렐류드는 35마디의 짧은 곡으로, 오선지에 그려진 16분음표의 향연 비주얼에 비해 실제 연주는 단조로운 편이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기본기를 다져나가고, 숙달이 되면 16분음표 박자에 맞춰서 빠르게 연주해 나가면 된다. 6주 간 45분, 장난감을 만지듯이, 게임하듯이, 아니면 재밌는 친구와 대화하듯이 연습을 해 나갈 수 있다.

 

 

일단 프렐류드를 연습하는 데는 일단 피아노가 없어도 된다. 종이 악보가 딸려 있고, 책에 수록된 QR 코드를 참조하여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 로즈는 이후 흥미가 더 생기면 형편에 따라 4옥타브짜리 중고 전자피아노를 사든지 큰 맘 먹고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하라고 장난스레 말한다.

 

 

실제 연주는 글렌 굴드, 프리드리히 굴다, 엘렌 그리모, 그리고 소콜로프의 유투브 영상을 참고하면 좋다. (p.66) 프렐류드 다음 연습곡으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이나 쇼펭의 '프렐류드 4번 E단조'를 추천한다.(p.71)

 

 

개인적으로 <내 생에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를 어머니께 선물 드리고 싶다. 자식은 피아노를 가르쳤으나 당신은 학창시절 리코더와 캐스터네츠 박자 삼종 세트 추억만 갖고 계신다. 제임스 로즈의 입담으로 피아노란 악기를 접하고, 예순이 다가오는 삶의 자락에서 색다른 활력 찾기로 피아노를  권해드리고 싶다. 숙달이 되시면 그랜드 피아노는 못 드리지만 어머니댁에 웬만한 전자 피아노 하나 놔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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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1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자극을 받아요. 손으로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는 습관이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좋아요. 저는 다시 피아노 연주를 배우고 싶어요. 중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멈췄으니 피아노를 안 친지 16년 지났어요. 피아노 앞에 서면 손가락이 굳어요. ^^

캐모마일 2017-11-21 20:17   좋아요 1 | URL
저도요 ㅎㅎㅎ 책이 재밌어서 이 참에 피아노를 다시 연주해 보고 싶습니다.^^

秀映 2017-11-21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피아노 잠시 배우고 어른이 돼서도 배우고 싶다는 맘 한가득인데
이책 사서 시도해봐야겠어요~~
전 드뷔시의 곡들을 연주하는게 희망사항이예요ㅋ

캐모마일 2017-11-21 20:28   좋아요 1 | URL
말씀처럼 저도 멋들어진 클래식을 연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기초부터 다뤄서 어느 수준 이상이시라면 재밌는 만담책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