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허해구.진실연구회 지음 / 지식공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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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연구회. 개인적으로 신비주의와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이런 사이트나 단체가 있으면 한번쯤 호기심이 생긴다. 저자 허해구 씨는 종교, 철학, 학문과 구도 수행을 한 끝에 소주천, 대주천이 열렸고 차크라가 발현한 분으로, 현재는 공무원이시다. 참고로 소주천, 대주천이란 기공 수련법에서 정기가 몸 곳곳에 막힘 없이 통하는 경지를 일컫는다. 예컨대, 무협지에서 임독유통이나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생사현관이 타통되었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반쯤, 아니 구할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책을 들었다. 그런데 상상 외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꽤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는 인과(因果)율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계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르고, 뿌린대로 거두는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리란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사실에 입각한 사고를 말한다.



예컨대,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이나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유식(唯識) 불교 사상 같은 종교 담론은 허황된 언어 유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엄연히 세상은 원인과 결과에 따른 법칙이 존재하는데, 공리공담으로 깨우치고 일시적으로 돈오(頓悟) 경지에 이른다고 하여 과보를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 개인의 의견이다.



여러 영적 수행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오히려 그곳에 깃든 탁한 기운 때문에 영적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세상의 실상과 이치를 깨우치고 보는 지혜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면, 그것은 탁기에 의한 감염으로 정신이 마취된 상태라는 주장이다.(p.31) 우리나라에 각종 종교 단체가 도처에 즐비하고 성령 체험담과 간증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것이 진리고 참체험이라면 우리나라는 벌써 지상 낙원이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속 시원한 부분이다.



저자는 제도화되고 교조화된 기성 종교보다 초기 근본 불교, 기독교, 여타 사상에 집중한다.신은 공정한 존재고 윤회는 인정한다. 그러나 부처와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하여 언급을 삼갔듯, 사변적인 교리는 부정한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공정한 법계이니, 공리공담이나 특수한 영적 체험을 바라기보다 일상에서 생업에 열중하고 선업(善業)을 부지런히 쌓으라고 말한다. 어설픈 수도자에겐 탁기가 모이고 떠돌아다니는 유혼들이 침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엔 개인이 저지른 잘못과 원인이 아닌데 불의한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다. 저자는 이를 공공의 업보(共業)이라고 표현한다. 세상이 오악탁세(五惡濁世, 다섯 가지 더러움으로 가득 찬 세상)로 가고 있으니, 애꿎은 희생이 뒤따른다. 하나님의 경고라느니, 가난한 학생들이 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냐느니 하는 망언보단 설득력이 있다.

 

 

기성 종교인, 수도자가 본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허황된 교리, 믿음, 수행보다 생업에 매진하고 남을 사랑하며 선업을 쌓아나가라는 소박한 가르침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삿된 종교가 난무하고, 기복 신앙이 참 신앙을 대체하고, 이적(異蹟)을 바라고, 상업화된 힐링 수련이 범람하거나 하는 세태를 일갈하고 비판하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진리는 원래 소박한 것이지 않을까. 뿌린 대로 거둘 줄 아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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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9-21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는 인과율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계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이리 위안이 되는건지..

캐모마일 2017-09-21 21: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호기심에 읽었는데 의외로 생각꺼리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