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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수요일에 하자>는 이광재 작가의 신작이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전작 <나라 없는 나라>로 혼불 문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 소설이라 낯익은 작가였다. <수요일에 하자>는 중년 마이너 뮤지션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자 대한민국 사회를 풍자하는 세태 소설이다. 소재에 취향 저격 당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라면 이러한 균열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소설은 세태소설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이소설은 더욱 세태소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균열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작가의 말)
소설은 중년 밴드의 이야기다. 음악에 삶을 바쳤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음악을 생계 수단으로 삼기란 녹록치 않았다. 굴곡진 인생이 패키지처럼 따라왔다. 이혼 후에 원룸에 살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전전하는 대학 나온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전 남편에게 온갖 모함을 받고 이혼 후에 대장암 투병 생활을 마친 키보디스트 라피노, 치매 노모를 돌보는 밤무대 기타리스트 니키타, 일용직 노가다 3개월 차인 배배이스, 채무자에게 쫒기며 사는 위장이혼남 드러머 박타동, 니키타가 기타를 쳤던 룸살롱 텐프로 출신 보컬 김미선이 뭉쳤다. 그리고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수요 밴드를 결성했다.
"무대를 잃은 사람에게 한 끼 밥값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p.75)
"나는 수요일에 하자. 아무 이유 없어. 우리 연습 날이 수요일이잖아.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진 좀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 ……."(p.123)
보컬 김미선은 룸살롱 접대일을 하며 가명인 김해진으로 살았다. 다른 이들은 밴드를 할 때면 으레 닉네임으로 불린다. 세상살이에 휘둘리는, 사회적 굴레와 질곡이 담긴 이름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닉네임을 쓴다. 내막을 보면 어이없는 작명 센스에 실소하게 되지만, 때로는 실명보다 진실된 호칭이다. 호스티스 김해진이 아닌 본명 김미선으로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역설적이다. 라이브클럽 '낙원' 장사는 관리비조차 제대로 못낼 적자 운영이지만 그들에겐 아지트고 맘껏 음악할 수 있는 터전이다. 낙원이다.
수요 밴드는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퀸같은 팝송과 함께 자작곡을 섞어 부른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검은 바다>,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담은 <노래 불러>, <철수야 놀자>, 나중에 율도 해수욕장 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든 <쓰나미가 온다>. 노랫말엔 대한민국의 고달픈 세태,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마이너들의 애환을 담았다.
수요 밴드로 뭉친 그들의 에피소드에 웃음이 터진다. 소설 종반부 율도 해수욕장 쓰나미 사태가 클라이막스다. 애잔한 개인사도 청승 맞게 다루지 않는다. 말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풍자하고, 노랫말로 세태를 어루만진다. <수요일에 하자>. 세상의 먹먹함을 유쾌하게 풀었다.
작가라면 이러한 균열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소설은 세태소설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이소설은 더욱 세태소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균열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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