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신더>는 고전 동화 신데렐라를 패러디한 SF 판타지 소설이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시리즈는 익숙한 원작을 배경으로 하고, 동화같은 설정과 로맨스를 깔고 있다. SF 판타지 소설에 낯선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주인공 '신더'는 사이보그 소녀다. 배경은 제 4차 세계대전 이후로, 국가는 대륙별로 통합되었고 '브레멘 조약'에 의해 평화 협약을 맺은 상태다. 신더는 동방연합 시민이지만, 사이보그는 완전한 인권 대신에 보호자의 소유물로 귀속된다. 유년기에 심한 화상으로 신체를 잃은 신더는 살기 위해 사이보그가 되었고, 사회는 의학의 힘으로 생명을 연명하였기 때문에 사이보그에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해도 된다는 편견과 차별을 당연시여겼다. 양어머니는 신더가 정비공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마치 신데릴라처럼 박대하고 업신여긴다.



인류는 과학 발달로 달에 이주하였지만, 세월이 지나 루나(달)은 독립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되었다. 지구인과 루나인은 처음엔 서로 교류하여 친목을 다졌다. 그러나 4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 연방은 힘을 잃었고, 그 틈을 노려 루나국은 지구를 침공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루나인은 독특한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바로 생물이 가진 생체전기를 이용하여 세뇌, 조종을 하는 법을 익힌다. 전문으로 하는 자를 마법사라 부른다. 생체전기조작은 지구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루나국에선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국민을 '껍데기' 로 부르며 제거해 버린다. 루나 레바나 여왕은 능력을 이용하여 독재를 일삼고 지구 정복을 꿈꾼다.



한편으론 동화스럽지만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디스토피아적이기 그지 없다. 지구와 루나국은 정치 역학적 관계에 의해서 서로 대립한다. 지구 연합은 4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멘 조약'을 맺어서 평화 협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역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치료제 연구는 지지부진하다. 카이토 황태자의 아버지이자 동방연합 황제까지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지구는 사이보그를 차별하고, 루나국은 철저한 신분 사회이자 생체전기조작 능력이 없는 껍데기는 태어나자마자 제거한다. 



잔인한 동화 속에서 희망은 피어오른다. 동방제국연합 황태자 카이토는 재투성이 정비공 신더를 만난다. 귀공자 카이토는 신더에게 끌린다. 그녀가 가진 당찬 매력, 강인한 생활력, 그 속에 담긴 여린 감성에 관심이 생긴다. 마치 드라마 한 장면 같다.



그러나 소설은 신데렐라 동화가 가진 환상을 따라가지 않는다. 마녀가 나타나 신데렐라를 단장하고 호박마차로 연회장에 싣고 가지 않는다. 유리구두도 마찬가지다. 대신에 신더는 카이토 황태자와 동방제국연합을 구하기 위해서 기름뗴 절은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카이토 앞에서 사이보그임을 들키며, 유리구두 대신에 고철 의족을 남기고 온다.



익숙한 동화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패러디하고, 주인공 신더는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벗어나 적극적인 강인함을 가졌다. 왕자에게 간택되는 피동적 인물이 아니라, 왕자를 구출하기 위해 나서는 당찬 소녀다. 고전 동화로 익숙함을 불러일으키면서 반면에 동화적 환상을 거꾸로 해석하여 신선한 반전을 준다. SF 판타지를 자주 접하지 못해 낯설었는데, <신더>는 이러한 매력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과연 신더와 지구는 어떤 운명에 부딪힐 것인가. 다음 시리즈 <스칼렛>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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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0-0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사 마이어,, 독특하네요,,,
찬찬히 잘 읽고 갑니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좋아진 세상에 살면서도,,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어내는 주변인이 없으니 추천도서가 없고, 서점에 가서 찬찬히 살펴볼 시간도 없이 각박하게 살다보니ㅋㅋ
여기 리뷰들을 찬찬히 살펴 책을 골라 구매하게 되네요.
늘 잘 읽고만 가다가 특이한 책이 보여 댓글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캐모마일 2016-10-02 08:01   좋아요 0 | URL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SF 판타지 소설은 낯선 장르였는데,
익숙한 동화를 기발하게 패러디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장르에 익숙한 독자분께는 동화 설정이 유치할 수 있겠지만요....

저도 마르케스님 덕분에 유용한 도서 정보를 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