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 없는 성질 급한 독자를 위해 우선 결론부터 말한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이니까.

'도덕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떠들어대는 놈의 말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p.8)

우선 저자가 기타노 다케시다. 감독, 주연을 맡은 <하나비>는 한일 문화가 공식 개방된 후 첫 상영된 ​일본 영화였다. 그 후로 <키즈 리턴>, <기쿠지로의 여름> 등 그의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한국 관객에게 다케시를 각인시켰다. 비교적  한국에 덜 알려진 일본 텔레비전 방송에서 코미디언이자 문화예술가로 활동하는 모습은 독설과 기행으로 가득차 보였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성인채널에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캐릭터이지 않을까.


<위험한 도덕주의자>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신랄한 입담으로 기존의 도덕을 파헤친다니 흥미로웠다. 처음의 기대처럼 책은 우리가 당연시하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들을 비판, 성찰한다. 시대에 맞고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적인 도덕의식을 역설한다.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자'라는 문구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노동과 근면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케시는 의문을 품는다. 강요하지 말고 행위의 가치를 스스로 느껴보게 하라고. 

"사람의 머릿속까지 손을 넣어 들쑤시려 해서는 안 된다. /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것이 도덕입니다'라며 마치 수학의 명제와 같은 논조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거다." (p. 20)


"미련해도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환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성실한 거북이는 모두 머리가 영약한 토끼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 적어도 「토끼와 거북이」는 다시 써야 한다." (p. 90)


"어느 시대든 권력자는 사람들을 부려먹고 싶어 한다. 그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p.148)

​기성의 도덕관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모두 까기식의 결론은 아니다. 물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금기는 가르쳐야 하지만, 그 이상의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도덕 교육은 오히려 양심을 마비시키고 도덕적 사고력을 떨어뜨린다. 시대와 동떨어진 각주구검(刻舟求劍)식의 논리,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도덕을 역이용하는 부도덕한 인간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유태인 학살의 실무자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악의 평범성'을 역설했다. 학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는 아이히만의 답변을 듣고 직무에 충실했으니 도덕적 행동을 했다고 옹호할 수는 없다.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는 도덕은 생각과 판단이 무능해지는 참사를 일으킨다.

 결국, 나의 도덕,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도덕을 생각해야 한다. 다케시는 말한다. "메멘토 모리가 도덕의 토대다." (p. 205)라고.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명심하고 실존을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교육도 그렇다.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편이 교육에도 좋지 않을까. / 아니, 이건 농담이 아니라 출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p.210) 도덕적 엄숙주의를 넘어 나의 실존과 관련된 질문과 해답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예민한 양심. 기타노 다케시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기행 속에는 이러한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었을까. 그가 탐탁지 않은 독자라도 한 번쯤 도덕에 관한 유쾌한 독설과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위험한 도덕주의자>는 기타노 다케시 본연의 유머스런 독설과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보기에 따라 가려운 곳을 긁는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도,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는 비판에 불쾌감이 들 수도 있다. 특히 웃어른을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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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0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도덕에 초점을 맞춰 살면 자신의 도덕관이 옳다고 착각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에 마음 안 들면 자신의 도덕관을 가르치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