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하는 말들 - 2006-2007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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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화서보다 먼저 읽었다. 둘 다 아주 좋았다.

시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가 있다.

시를 쓰려는 게 아니다.

개그 치는데 시적 감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행복한 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그런 것으로 안다.

그런데, 가끔,

개그 하나 무심코 던졌을 때 누군가 활짝 웃어주면

그것처럼 기쁜 게 없다.

아껴 읽은 부분 중 세 개만 옮긴다.

 

6

동산병원 의사로 계시는 임만빈 선생님이

수필집을 내셨는데 제목이 참 예뻐요.

[선생님, 안 나아서 미안해요]

 

이렇게 책임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으면 예뻐져요.

'의미 있는 나'라는 것은 '깨지는 나'예요.

내가 깨져야 세상이 달라져요.

 

 

32

중얼중얼하는 것 같은데,

확 빨려 들어가도록 말하세요.

쓰레기 태우는 데 가까이 있다가

불길이 확 다가오면 놀라지요?

그렇게 하세요.

파도가 왔다 갔다 하면서

확 다가오면 깜짝 놀라지요?

그렇게 하세요.

 

지난번 동해에서 6미터 높이의 해일이

소리 없이 다가와 몇 사람 데리고 갔지요.

좋은 시는 그런 거예요.

 

 

109

번번이 힘들 거예요.

그렇지만 귀한 건 다 어렵게 얻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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