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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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228쪽이다.

29쪽의 빈 곳에 적었다. 시작은 좋았다.

'이 작가의 글은 어찌 이리 사랑스럽지? 한 달에 몇 명의 사내가 대시할까?'

123쪽에 적었다. 점점 힘들어졌다.

'이러시면 아니되옵...'

208쪽에 적었다.

'작가에게 애정이 있다. 모셔놓고 실례되는 질문을 어려 개 하고 싶다.'

마지막 쪽에 적었다.

'성의를 덜 들이셨죠?' 하고 물으면 많이 서운해 하실까, 아니면 눈썰미가 있다고 하실까?

 

초반부에 이 소설의 형식적 특징인 '운문체(혹은 언어유희)'를 본격적으로 구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산문읽기의 즐거움과 서사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게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중반부에서 작가는 예의 형식 실험(혹은 놀음)을 이어갈 것을 선언한다.

'계속해보겠습니다(100쪽)'

그 선언의 의미는, 이쯤 되면 많은 독자가 슬슬 진력을 내거나 짜증스러워 할 것을 작가도 안다는 것이다.

이후로 작가는 여러 차례 '계속해보겠습니다'하고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조금 견디면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예상하게끔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말투를 살짝 바꾼다.

'계속해보겠습니다'에서 '계속하겠습니다(143쪽)'로 조금 단호해진다.

이 때부터 문장의 반복, 잦은 도치와 쉼표와 단어유희 등을 한층 노골적으로 사용한다.

독자는 계속하겠다는 작가에게 '그만해' 하고 야단친 후에 책을 덮을 수 있다.

하지만 책값은 이미 지불했어,

여기서 멈추어 시간을 아끼는 게 좋을지,

에라이, 끝까지 읽어 희박한 즐거움의 가능성을 찾아 나설지,

작가를 믿었던 독자들은 야속하다.

처음에는 이같은 시적 반복과 행갈이가 어떤 목적을 지녔으며 어떤 효과를 내는지 궁금했다.

끝에는 단지 글의 점도를 묽게 하는 데 그쳤다고 결론내렸다.

아쉬웠다.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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