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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 제스 월터 장편 소설, 오세원 옮김
<타임>지 선정 2009년 10대 소설
여러 번 웃었고, 한 두 차례 울었다. 엉엉 운 건 아니지만 울긴 울었다.
지은이 제스 월터는 내 기준으로 ‘나 저 인간 쫌 알 거 같어’에 속하는 사람이다. 만나고 싶다. 만나서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 그가 좀 힘들어 하겠지. 영어로 하자면 뭐 까짓거 못할 것도 없다. 헬로. 제스 월터 양반. 왓? 아하. 양반? 양반 민즈 ... 엄... 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내게 연락하시라.
1억부터 50억 사이에서 견적 내드릴 테니.
물론 내가 메가폰을 잡을 것이다.
어허, 이거 왜 이러셔 이래 뵈도...
< 나의 필모그래피 >
참은 방귀(1995년, 연출) - 데뷔작. 생리 현상의 억압이 어떻게 사회 억압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코믹한 고찰. 정작 관객들은 코믹도 고찰도 건질 수 없었다는 반응. 당시의 여주인공 H양과 3개월 교제하다가 위장병을 얻고 헤어짐.
국산 슈퍼맨(1997년, 연출) - 슈퍼맨이 요람에 실려 지구로 향하던 중, 이것 참, 운석과 접촉 사고를 일으켜 미국의 평화로운 농가에 떨어지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지랄같은 가정에 떨어진다. 한국 전쟁 직후 초능력자가 근현대사의 굴레 속에서 어떻게 무능력자가 되어가는지에 대한 코믹한 고찰. 대체로, 고찰은 몰라도 코믹은 건졌다는 반응. 당시의 슈퍼맨 의상 중 망토만 빼고 요즘도 입고 다님.
데프 카사노바(1999년, 시나리오) - 청각 장애우들의 성생활을 진지하게 그린 에로물. 그들이 섹스할 때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6개월 동안 취재함. 결국 ‘좀 더’, ‘세게’, ‘그래 거기’, ‘벌써?’ 등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얻고, 그에 힘입어 장장 150분 분량의 시나리오를 단숨에 써 내려감. 아무래도 민감한 이야기라며 모두들 투자를 꺼림. 우리 동네 ‘쌍문 쌀‧과일’ 사장님만이 본인 취향이라시면서 8kg 짜리 쌀 두 포대를 투자함. 제작이 무산 되어서 돌려드리려고 했으나, 시나리오를 읽은 것 만으로도 그 정도 가치는 했다며 한사코 거절하셨음. 이듬해 이사를 갔으나 지금도 곡류와 청과물은 쌍문 4동에 가서 구입하고 있다. 이후로 ‘가족 오랄관’, ‘헨젤과 그랬대’, ‘라이언 일병과 하기’, ‘월레스 위엔 그로밋’, ‘혀준’ 등의 시나리오를 씀.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친구 나종진(2005년, 연출) - 국산 슈퍼맨으로 전 재산(1600만원 정도)을 날리고 8년 동안 절치부심하다가 만든 재기작.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나종진과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주인공 심재숙. 그들의 애처로운 사랑이, 시한부도 아니고 기억도 좀체 상실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어떻게 조롱당하는지에 대한 애절한 고찰. 코믹했다는 반응. 노린 건 ‘애절’이었는데. 그래서 재기했냐고? 재기했다면 지금 내가 이 모양... 후우.... 결국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작품이 되어버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친구 나종진’.
그 외에, <수안보 가는 길>, <마크레빈슨 코리아> 등등이 있지만 아직은 여러 관계자들과 대외비 약속이 걸려 있는 터여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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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진짜 연락하신다 또.
* 데프 카사노바에서 언급한 '그 이후로 썼다는' 시나리오 제목들(참 애틋도 하죠?)은 제가 지어낸 제목들이 아닙니다. 천재적인 작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질투와 존경을 담아 인용했습니다. 여러 번 웃고 한두 차례 울었다는 내용만 빼면 그 외의 모든 것도 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