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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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렇게 읽는 거 아냐. 하루키 좀 읽었다는 사람이 아이큐팔십사라고 읽는 거 아냐.
그럼 어떻게 읽어? 어떻게 어떻게~~~ 일천큐백팔십넷?

얼마 전 잠시 쉬러 고향에 다녀왔다.(매번 봐도 참 아름다운 곳이다, 충주.)
책을 읽다가 하도 어이없는 내용이 계속 되기에 잠시 누워 눈을 감고 어깨를 들썩이며 '괜히 샀어'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눈을 가리며 말했다.
"누구게?"
"글쎄"
"짜잔"
사랑하는 조카였다.
"조카네!"
일큐팔사를 구석으로 밀어놓고 조카를 양 발에 얹어 비행기를 태워주었다. 녀석 꽤 무거워졌다.

요즘 종종 눈에 띄어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텔레비전 광고.
"저기요. 여기 가려면 어떻게 가야 돼요?"
"직진하시다가, 이렇게 우회전 하신 후에, 다시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그런 다음에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이렇게 오시면 돼요."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
"조카네!" 

어제 저녁은 비가 많이 왔다. 단골 추어탕 집에서 1인분 식사와 1병의 이슬을 시켜놓고 1큐84의 후반부를 읽었다.
드디어 만나게 된 아오마메와 덴고. 아오마메가 말한다.
"나는 아이를 가졌어. 아마도 너의 아이를."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덴고의 반응이 궁금했다.
"내 아이를 가졌다? 우리는 지난 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어."
옳지, 말이 안 되지.
"그런데도 나는 네 아이를 가졌어. 나는 그 아이를 낳을 생각이야. (중략) 그리고 내가 가진 건 너의 아이라고 나는 확신해. 설명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그냥 그걸 알아. 믿어 주는 거지? 내 안에 있는 작은 것이 네 아이라고."
이건 정말이지 미치고 펄쩍 뛸 일이 아닌가. 자 과연 덴고의 반응은?
"진심으로 믿어."
나는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나는 추어탕을 먹다가 이렇게 말 할 뻔했다.
'조카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왠지 예의에 어긋나는 일(어긋나도 한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순진한 덴고. 너 당한거야. 알아?'

이 책을 로맨스 소설로 읽은 독자들은 말하겠지. "저질"
이 책을 본격 문학으로 읽은 독자들은 말하겠지. "저능아"
나의 반응은 '순진한 독자님들, 당하신 거예요. 아세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지금?"
"그건 아냐. 그러니까 전적으로는 아냐. 두꺼운 책 세 권을 읽으면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걸 어떻게든 풀려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어. 썩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독자들한테 사과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그건 아냐. 그러니까 전적으로는 아냐. 너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다바니까 그렇게 말하고 말았어. 썩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마지막 쪽에는 '끝'이라 쓰여있지 않고, 'BOOK3 끝'이라고 쓰여있다.
어쩌면 지금 덴고와 후카에리가 머리를 맞대고 BOOK4를 쓰고 있을지도,
아오마메는 조산원에서 틈틈이 원고를 검토하며 본인의 캐릭터를 가지고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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